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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진 - 기억의 그림자 (가야금 창작곡집)

가야금앙상블 ‘사계’ 의 창단멤버로 활동하며 가야금앙상블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현재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가야금연주자 강효진의 첫 번째 가야금 창작음악 음반. 지금까지 여러 연주를 통하여 발표 하였던 가야금 창작음악들을 선별해 한 장의 음반에 담았다.

1. 기억의 그림자 작곡- 박영란
아련한 기억의 그림자...
그 그림자를 쫓아 따라간다...

“그때 그 곳이 어디였나?”
“그 공간에서 뭘 하고 있었지?”
……
……
……
수많은 기억들은 중첩되어
사방에서 몸부림친다.
어느새 희미한 기억의 그림자는
생생한 기억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기억의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에 의해 희미해져 버린 기억의 현상과 몇 가지의 감각-색깔, 냄새, 바람의 세기, 장소의 느낌, 촉감 등-을 통해 생생한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소리와 함께 이미지화 시켜 표현하였다. 처음 부분은 “기억”이라는 주제의 선율을 해체의 형태로 나타내지만 점차적으로 주제의 구조를 명백하게 드러내며,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다가오는 과정을 입체적인 강약의 대비, 주제의 변주와 리듬의 변화로 그려나간다. 첼로 ? 안희진, 타악기 - 김웅식

2. 혼불-젖은 옷 소매 작곡-임준희
2007년 서울 국제 페스티벌에 위촉곡으로 작곡 초연되었고 2008년 프랑스 칸느 MIDEM Festival에서 공연된 곡으로 한국의 전통 산조를 현대적으로 자유롭게 재해석하여 가야금의 신비한 음향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곡이다. <젖은 옷 소매>는 작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것으로, 한 여인이 베를 짜며 상념에 젖어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과 돌아오지 않은 님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독주 가야금의 선율에 실어 보았다. 이 때 독주 가야금의 선율은 생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듯 때로는 고요히, 때로는 격렬하게 음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생의 무늬를 짜 나간다. 이 곡의 전체적인 형식은 9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용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전통 산조에서 나타나는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빨라져 가는 구조로 전개되며 마지막에 감정이 고조에 달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며
그리움으로 뭉쳐진
마음의 응어리가
맺혔다가 풀어졌다가
산 같은
열망으로 변했다가
물 같은 거품으로
사그러 들었다가
베틀에 얹혀진
선율과 함께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다가
방울 방울로 모여져
끝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옷 소매를 적신다.

3. 아르키메데스의 법칙 작곡-안 진
배가 물 위에 뜨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법칙 때문이다.
내 안에 채워진 것을 비울 때 비로소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 곡은 나를 가볍게 하기 위한 성숙으로의 과정을 묘사한 곡이다. 마림바 - 김은정

4. Labyrinth of Mind 작곡-박영란
현대시인 이상의 시 ‘거울’은 반사의 매개체인 거울을 소재로 하여 현실의 자아와 분열된 자아의 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거울 속의 세계는 소리가 없고 귀는 있지만 들을 수 없는 침묵의 세계와 소통의 단절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분열된 자아의 이미지를 ‘거울’시로 묘사하듯, 이 곡은 작곡자 자신의 현실의 자아가 분열된 자아를 찾아 헤매다가 ‘나는 나?’ 라는 의문을 지닌 채 미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또 다른 미로로 빠져드는 모습을 소리로 그리고 있다. 처음 부분은 ‘나는 누구인가?’의 의문을 안은 채 가야금 연주자가 음비라(Mbira)를 연주하며 등장한다. 현실의 자아(가야금)는 분열된 자아(대금)를 찾기 위해 다가가지만 그는 점점 멀어지는 이미지를 음형의 전위형태로 표현하였고, 타악기는 두 개의 모순된 자아의 Echo로 나타내었다. 두 번째 부분은 본격적으로 분열된 자아를 찾기 위해 미로에의 여행을 떠나는데 첫 번째 부분에서 동기로 사용되었던 음형(장2도, 단3도)이 가야금 파트에서 반복적으로 주제선율(완전5도, 단3도, 장2도)과 함께 등장하며 또 다른 레이어(층)를 형성한다. 결국 이 두 가지 요소가 두 자아의 모습을 그리는데 때론 선율적으로, 때론 음형의 해체와 리듬이 변형되어 나타난다. 미로를 헤매다가 멈춰 서서 ‘여기가 어디지?’ 라고 독백하는 세 번째 부분은 두 가지 요소(동기음형과 주제선율)가 가야금의 느린 선율로 확장 묘사되고, 결국 현실의 자아와 분열된 자아간의 격렬하고 극단적인 충돌과 대립을 마지막 부분에서 빠른 템포로 그리며 또 다른 미로로 빠져든다. 대금 ? 이창우, 타악기 ? 김웅식

5. 겨울 밤, 초를 켜다 작곡-이건용
12현가야금을 위해서 쓰는 첫 번째 독주곡이다. 대조되는 두 가지 이미지가 교차한다. 큰 어둠과 작은 빛 혹은 규정할 수 없는 스산함과 조용히 흔들리는 고독이 그것이다. 두 이미지가 교대되면서 서로 닮아 가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고 또는 제 삼의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하면서 곡을 이끌어나간다. 그 구조는 <별과 시>에서와 같다. 가야금 연주가 강효진을 위하여 2010년 11월에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