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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헵번 (Burning Hepburn) - 32 (서른둘)

★ 우리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때로운 화끈하게 대변해 주는 '버닝햅번'의 신작 발표!
★ 적극적으로 질주하는 사운드! 2013년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원숙해진 버닝햅번 그 내면의 성찰, 그리고 어느때보다 공격적이고 강한 사운드
[32(서른둘)]

다섯 곡의 새로운 녹음이 수록된 버닝햅번의 새로운 EP다. 버닝햅번에게 공식적인 EP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군에서 제대한 뒤 멤버를 재정비한 뒤 발표한 [Punk Rock Radio](2008)였다. 말 그대로 밴드의 결속력을 확실하게 다짐과 동시에 새롭게 보컬까지 맡게 된 송원석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음반이었다. 그 의도는 그대로 적중 되어서 밴드의 결속력은 확실하게 다져졌고, 송원석의 보컬 역시 합격점 이상을 받았다. 이러한 바탕 아래서 공식 두 번째 음반 [Life Goes On](2010)을 발표하며 이어진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단순히 로컬씬의 맹주로서가 아니라, 전국을 호령하는 밴드가 된 버닝햅번의 새로운 음반은 기존 밴드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접근방법이 눈에 띈다. 물론 이러한 변화 역시도 확실하게 자신들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버닝햅번의 기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다소 유한 느낌을 줬던 두 번째 정규앨범과 비교한다면, 이번 음반은 EP임에도 불구하고 직진 성향의 정공법을 택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간결한 기타의 아르페지오에 이어지며 음반의 포문을 여는 ‘32(서른둘)’은 전체적인 음반의 성격을 대변한다. 그 어느 때 보다 공격적이고 강한 사운드는 이미 발표되었던 버닝햅번의 음악에 익숙한 이들이라도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드는 마이너 음계에 실려 청자를 압도한다. 송원석의 보컬은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전작의 무난한 가능성을 넘어서 밴드의 새로운 특징을 만들어냈다. 밴드의 일원으로 함께 했던 기민석의 트럼펫과 김희정의 건반은 뒤로 물러났고, 정우원, 송원석으로 이루어진 기타군과 한상우의 베이스기타 그리고, 오근택의 드럼 이렇게 밴드의 기본 편성으로만 이루어진 ‘진검 승부’다. 절묘한 템포 체인지는 청자들에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곡의 진행에 몰입할 것을 종용한다.

길지 않은 곡의 진행 가운데서 이렇게 구성의 변화를 주며 청자를 몰입시키는 건 ‘돌아서지 않아’ 역시 마찬가지다. 오근택의 인상적인 킥 드럼 인트로를 지나 마이너 계열로 시작되는 이 곡은 중반부 전조와 템포 체인지로 기존 버닝햅번의 사운드와 기분 좋은 조우를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은 기존 버닝햅번과 지속적인 연관성을 이어가는 곡. 데뷔앨범의 머릿곡으로 수록되었던 ‘Punx Not Dead’는 지금도 버닝햅번의 공연 가운데 빠지지 않는 대표 레퍼토리지만, 럭스의 원종희가 새롭게 가사를 붙인 ‘2013 ver.’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원곡의 반항/저항적인 가사에 걸맞는 오이펑크 스타일의 진행은 시원스런 드라이브의 기타연주와 함께 클라이맥스를 제외한다면 전혀 다른 곡으로 거듭났다. 버닝햅번의 데뷔앨범이 발매된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밴드의 멤버는 몇 차례 변동이 있었고, 구성원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휴지기를 갖기도 했다. 그렇게 버닝햅번을 꾸려가는 주축 멤버들은 서른두 살이 되었다. 분명 스물두 살에 보이는 세상과 서른두 살에 보이는 세상은 다르다. 아니 세상은 그대로일지라도 같은 사물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감성적’이라는 표현이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버닝햅번의 회고는 ‘아무도’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되었다. 지난 음반에 수록되었던 ‘Let Me Home’에서 만들어낸 감성선의 재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Let Me Home’이 기존 버닝햅번이 해 왔던 스카펑크의 연장선 아래에서 만들어진 곡이었던 반면, ‘아무도’는 그저 덤덤하게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라는 간단한 악기를 배경으로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버닝햅번이 느낀 그 간극만큼의 고민과 고뇌는 이번 음반의 가사 가운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게 지나왔던 시간들은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32,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고, “비틀거리고 흔들리며 쓰러지지 않겠다고 버텨본 시간들”(돌아서지 않아)이었으며, “주변의 동료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낸 시간들”(아무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과거회상은 현실체념이나 나약한 주저앉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추스르는 강인한 마음가짐인 것 역시 “다 지나나고, 나도 스러져버린다 해도 다시 돌아서진 않아”(돌아서지 않아), “아무도 멈출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며, 아무도 끝낼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자”(아무도)는 같은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강한 사운드로 힘 있게 외치는 “Punx Not Dead!”로 구체화 된다. 32살이라는 나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그 단절에 의한 절망이나 좌절은 극복했을 시기지만, 오히려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 더욱 상실감에 빠질 수 있는 나이기도 하다. 버닝햅번의 [32]는 이러한 상실감을 자신들의 발전 계기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음반이다. 음반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버닝햅번의 현재 모습. 그 깊이는 깊어지고 폭 역시 넓어졌다. 기존 버닝햅번 아니 펑크락 팬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락매니아나 ‘인디’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겸비했다는 얘기다. ‘원숙’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버닝햅번에게 그러한 단어를 붙여야할 당연한 이유를 제공하는 음반이다.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