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맨션은 MBC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이한철(보컬)을 주축으로 하여, 정상급 가수들의 세션을 맡아오던 조정범(드럼), 서창석(기타), 이한주(베이스)가 1999년 결성한 그룹으로 지난 ’99년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해 현재까지 100여회의 클럽 공연을 하면서 꾸준히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2000년도 편집음반에 수록되었던 “춘천가는 기차”는 원작자인 김현철로부터 극찬을 받아낸 산뜻한 리메이크 곡으로 음악팬들 역시 열렬한 반응을 보여 주었으며, 2000년 가을에 한정수량 발표한 싱글 앨범 [Debut E.P]도 일찍이 품절 사태를 빚었습니다. 클럽 활동 뿐 아니라 2001년 3월과 5월, 7월에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가졌던 세 차례의 성공적인 단독 콘서트를 통해서 라이브에 강한 ‘밴드다운’면모를 과시하며, 불독맨션의 음악 색깔에 대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급 가수의 세션맨으로 활동하다 모인 이들은 최근의 어떠한 기류와는 오히려 반대로 메이저 신에서 인디 신 쪽으로 접근해 가는 독특한 움직임-클럽 기반의 연주활동, 앨범의 인디적 제작방식 등-을 보이기도 했던 것인데요, 지난 2002년 2월, 동경 시부야에서 개최된 “Asian Music Festival” 공연 이후부터는, 메이저 신으로의 질적인 재도약을 위해 다양하고 독특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본격적인 정식 음반 준비에 박차를 가해 왔습니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을 들여온 이번 앨범에 귀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모던락, 즐거우면 안 되나?
이번에 발표된 새 앨범은 앨범의 타이틀인 ‘FUNK’가 대변하듯 펑크락 장르의 곡이 대부분으로, 이한철의 동물적인 리듬웍과 불독맨션만의 재기발랄하면서도 정교한 연주력이 돋보인다.
지나온 자신의 독집과 이인조 그룹 지퍼ZIPPER 활동에서 보여줬듯이, 이한철은 한국적 모던락을 제대로 실현해 온 몇 안 되는 재능있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당시(1994년)만 해도 뮤지션의 새로운 등용문으로써 현재의 위상과는 달리 묵직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던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이한철을 쉽게 스타덤에 올려 놓았고, 본인의 귀여운 사투리와 발랄한 끼는 시트콤이나 광고 출연 등 일반적인 성공의 길을 달려가는 것에 어울려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에서 이한철은 나름대로의 뚝심과 진지함을 보여 주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솔로 1, 2집과 장기영과의 듀오그룹 ZIPPER에서 모색했던 각종의 음악적 성과들은 90년대 한국 모던락에서 꽤나 가치있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는 세간의 평가 또한 새겨둘 필요가 있다.
메인스트림에서 클럽무대로 주활동무대를 옮긴 이한철은 ZIPPER때부터 함께 해 오던 세션들과 함께 본격적인 모던&펑크락 밴드를 구성하게 된다. 이제 이한철과 그의 재능있는 동료들이 자신있게 내놓는 불독맨션의 모토는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모던락. 이 표제는 앨범 전체에서 펑키한 리듬을 타고 흐르면서 듣는 이들의 어깨를 흔들어대고 거부할 수 없는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그간 한국의 모던락과 펑크락이클럽 안으로 숨어들면서 지나친 자의식에 짓눌리거나 돌아오지 않는 내지르기에 그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이들의 음악에서 발견하는 신나고 즐거우면서도 따뜻한 살냄새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