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변신은 무죄, '탈 R&B / 팝 디바' 선언한 P!NK의 '색깔 있는' 두 번째 앨범
'오해 된'이라는 의미의 『MISSUNDAZTOOD』를 발표했다. 우선 이번 앨범은 그녀 자신도 '확실하게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변화했다. 데뷔 앨범이 'TLC 스타일의 음악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다분히 R&B적었던 것에 비해 팝/록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R&B에 그루브한 댄스 사운드도 청자의 귀를 자극한다. 이 시점에서 '핑크가, 왜 갑자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음악(뮤지션) 목록을 보면 이번 앨범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들어왔던 음악 색깔을 고스란히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니스 조플린을 비롯해 지미 헨드릭스, 빌리 조엘, 건즈 앤 로지즈, 그린 데이, 2PAC 등 록, 팝, 힙합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섭취해 왔던 것이다.
프로듀서 역시 전작에 참여했던 이름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TLC, 마돈나 앨범에 참여했던 달라스 오스틴(Dallas Austin), 우리에겐 'What's Up'으로 익숙한 포넌블론즈(4 Non Blonds)의 프론트 우먼 린다 페리(Linda Perry), 필라델피아 시절부터 음악적 공유를 해왔던 친구이자 루츠(The Roots)와 닥터 드레(Dr. Dre)와 함께 작업한 경력이 있는 스캇 스토치(Scott Storch) 등이 눈에 띈다. 물론 데뷔 앨범에 이어 핑크는 작곡뿐 아니라 프로듀서, 심지어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녀의 적극성은 린다 페리를 프로듀서로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자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화 번호부 목록에서 린다 페리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10대 시절부터 동경해 왔던 포넌블론즈의 사운드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새벽 3시경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비롯해 린다 페리의 음악에 빠져들게 된 사연까지 무려 15분에 걸친 긴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고 이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 한 달 만에 15곡을 완성해 냈다. 그 중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은 첫 번째 싱글, 'Get The Party Started'를 비롯해 'Missundaztood', 몇 분만에 완성해 냈다는 'Eventually', 'Lonely Girl' 등 총 8곡. 이번 앨범에 총 14곡이 수록되었으니까 이번 앨범에 절반 이상을 참여한 셈이다. 또한 'Lonely Girl' 피처링에 참여해 린다 페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다. 'Get The Party Started'는 펑키한 댄스 넘버로 지금 당장 댄스 플로어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지난 앨범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앨범 역시 그녀의 인생을 반영했다. 단순하게 '러브 송'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경험한 아픔, 기쁨들을 가사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Dear Diary', 'Family Portrait'와 'My Vietnam'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한 곡이라 밝혔는데, 'Family Portrait' 같은 경우 '부모님들의 이혼, 그에 따른 아픔과 그 상처를 극복하면서 얻었던 경험' 등을 가사로 옮겼다. 이 곡을 듣고 그녀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는데, 이 곡을 통해 그녀는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외 'My Vietnam'은 베트남에서 수의사 생활을 했던 아버지와 함께 그곳에서 경험했던 것(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 전쟁의 참혹성 등)을 바탕으로 뉴욕 9.11 사태에서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실제로 이 곡 말미에는 미국 국가인 'The Star-Spangled Banner'가 샘플링 되어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외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곡으로 뽑을 수 있는 건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가 함께 듀엣을 한 'Misery'. 두 사람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 이 곡은 록발라드인데 그녀 스스로 재니스 조플린 발라드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본 조비의 리치 삼보라(Richie Sambora)가 기타 세션으로 참여해 한번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곡이다.
'I do What I'm Told I Can't Do ; It's Challenge. I'm a Big Dreamer.' 이렇듯 핑크는 한 자리에 머물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도전한다. 또한 자신을 몽상가라고 표현하는데... 그녀의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놀랍다.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변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모든 변화가 반드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성공적인 변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녀만의 세계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