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umaru Shugo (토쿠마루 슈고) -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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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랑하는 젊은 거장
토쿠마루 슈고(Shugo Tokumaru)의 천재성을 집약해낸 섬세하고 영리한,
그리고 따뜻한 백일몽으로 채워진 새로운 차원의 '팝'의 관점 In Focus?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아련한 소리들의 콜라주 속에서 담담한 포크의 팝 센스가 빛난다. 타이틀인 decorate는 말 그대로 매우 장식적임과 동시에 세련된 멜로디를 자랑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점이 되려 장점으로 작용되는 흔치 않은 뮤지션이다. - 이준오(캐스커)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때, 습관처럼 듣는 것이 '밸런스'이다.
다시 말해, '연출'. 어떤 노래를, 하나의 극이라 가정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어떤 공간에서 풀 것인지. 주, 조연이 누구인지. 배우들의 대사, 감정의 처리 방식이나, 동선. 때론 극의 장치나, 효과, 조명 등. '어떤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었을까?'를 생각하며.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확실히 또 다른 재미이고, 발견이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누구나 자신만의 밸런스가 존재한다. 가령 어떤 장르에서 드럼, 베이스는 이 정도의 볼륨, 피아노나 기타는 이 정도의 위치, 보컬은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낼지. 구체적인 수치로는 표현이 힘들지만,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위치와 서로간의 역할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토쿠마루 슈고의 'In Focus?'는 일종의 새로운 발견이다. 단순한 듯, 실로 상당히 복잡다단한 구성의 트랙들에 잠시 넋을 잃는다. 이 곳이 80년대인지, 21세기인지. 혹시 아일랜드의 어느 펍 한 가운데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부스 안에 있는 건 아닌지. 또는 멋진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현재의 이 곳이 아닌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초대를 이끈다. 새로운 밸런스를 제시하고 있는, 토쿠마루 슈고의 'In Focus?'를 통해 '촛점'을 다시 잡아본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 - 에피톤 프로젝트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은 '소꿉놀이' 같다. 소리를, 리듬을, 선율을 자유롭게 가지고 논다. 그러나 천재 뮤지션이 자기만족만을 위해 만든 음악은 절대 아니다. 능숙한 연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이 음악은 무엇보다도 듣기에 즐겁다. - 이민기(장기하와 얼굴들, 아마도 이자람 밴드)
세계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토쿠마루 슈고 뿐이다. 인류의 귀중한 재산이고 또한 보호해나가야 할 가치이다. 이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문화재나 멋진 관광지를 보고 느끼는 마음으로 한번쯤 들어보고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권선욱(아침)
내가 무엇인가를 몹시 원하고 있을 때 슈고의 새 음반을 듣고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너무 주체를 못했는지 그 일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음반을 다시 들었을 때 노래들은 여전히 "봐, 생각대로 안 되었어도 괜찮잖아" 라고 말해주었다. 때로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온 세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을 때 약간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는 친구가 있다면, 작은 스쳐 지나침 조차도 영원한 울림이 되도록 가까이 들여다보거나 매직아이를 하고 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이 음반을 같이 듣겠다. 그리고 그 순간을 언제라도 다시 불러 올 수 있도록 'Decorate' 해 놓을 거다. - 송은지(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어느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갔더니 봄날의 장터에서 열리는 떠들석한 축제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나를 인도한 그 사람은 토코마루 슈고. 빙글빙글 돌며 구불구불한 그의 음악을 느끼시라 - 차효선(트램폴린)
토쿠마루 슈고(Shugo Tokumaru)의 정규 5집 IN FOCUS?는 그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리들의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맛있게 구워낸 패스트리를 한 입 베어 문 느낌이었다. 토쿠마루 슈고의 유니크하지만 중독적인 '맛'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마주한 사람처럼 천천히 음미해야만 경험할 수 있다. 서두르지 말자. - 지일근(instantology 패션 디자이너)
백 개가 넘는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천재라거나, 세계 유수의 매체가 주목했다던가 하는 수식은 사실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하기 위한 가벼운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의 앨범을 들으며 가장 먼저 기억해 두어야 할 점은, 무엇보다도 그가 멋진 멜로디와 고운 소리를 엮어낼 줄 아는 솜씨 좋은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마법에 걸린 유원지에서 건져 올린 때론 기괴하고 때론 아릿한 아름다운 유리구슬들이 알알이 흩어진다. 두 손으로 조심히 받아 들어 모두의 귓가에 놓아두고 싶다. - 김윤하(음악 칼럼니스트)
토쿠마루 슈고. 알밤같이 해사한 얼굴과 얇은 몸매 때문에 초식팝을 떠올렸던 건 미안. 빼곡하게 레이어된 멜로디와 상상력에 숨이 턱 막혔던 건 사실. 통기타 하나만 매고도 빛나던 그의 오라를 목격한 건 행운. 아이폰 속 'Call'의 두근두근한 울림으로 추운 아침 출근길도 반짝. - 홍소희(음악 칼럼니스트)
Shugo Tokumaru
무대 위에서, 그리고 레코딩 시 토쿠마루 슈고(トクマルシュ?ゴ)는 보통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곡을 풀어나가곤 했다. 하지만 단순히 어쿠스틱 기타에 머무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악기들, 심지어는 악기가 아닌 것들마저 활용해내면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물들을 족족 내놓게 된다. 테크닉을 바탕으로한 악기연주 이외에도 뛰어난 작곡 능력, 그리고 엔지니어 기술까지 겸비한 토쿠마루 슈고는 단숨에 21세기 도쿄가 낳은 인재로써 지목되어졌다. 장난감을 기발하게 이용하는 점에서는 아수나(Asuna)를, 테크닉과 조직적인 구성, 목소리 톤의 경우엔 코넬리우스(Cornelius)를 떠올리게끔 했던 그는 이렇게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타, 베이스, 그리고 드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한다.
1980년에 출생한 토쿠마루 슈고는 다섯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킹 크림슨(King Crimson)이나 도어즈(The Doors)에 빠졌으며, 고등학교 때 전자기타를 갖게 되면서 클래쉬(The Clash)를 연주했다. 일본어로 이루어진 가사로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아티스트임에도 일본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려나간 드문 사례를 만들어갔다. 데뷔작은 뉴욕의 레이블에서 먼저 발매됐고 미국 인디씬은 물론 유럽에서도 그의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는 고교졸업 후 2년 반 동안 여행을 다녔는데, 주로 LA에서 거주했고 그 무렵 잠시 재즈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아마도 월드-와이드한 감각 같은 것을 여행하던 시기에 익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컨트롤 프릭답게 연주는 물론 레코딩과 믹스 작업까지 모조리 직접 해결해냈다. 그리고 결국 이는 꽤나 정교한 편집증적 팝 뮤직으로써 완결 지어졌다. 스스로의 두뇌 속에 존재하는 소리에 접근해나가는 방식으로 곡들을 작업해 갔다고 누차 밝혔던 그였다. 자신의 솔로활동 이외에도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하는 밴드 겔러스(Gellers)의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다양한 세계관을 구축해낸 레코딩은 물론 공연에서는 솔로, 트리오, 그리고 6인조 편성 등의 차별화 된 어레인지를 상황에 따라 활용해내면서 레코딩 된 음원과는 별개의 소리들을 무대 위에서 구현해갔다. 뉴욕에서의 공연에는 현지 사람들로 구성된 밴드와 연주하기도 했고 유럽에서는 [Seoul]이라는 곡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아이슬란드 출신의 아미나(Amiina)와 함께하기도 했다.
2004년도 데뷔작 [Night Piece]는 상냥하고 온화한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일본의 시골, 그리고 아메리칸 포크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있다 말했고 앨범은 미국 레이블 뮤직 릴레이티드(Music Related)에서 먼저 발매됐다. [Typewriter] 등의 수록곡들은 듣는 이들을 이상한 감각으로 인도해내곤 했는데, 앨범은 영국의 와이어(The Wire)지와 롤링 스톤(Rolling Stone), 그리고 비교적 까다로운 피치포크(Pitchfork)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화제를 모은다.
1년 후 곧바로 내놓은 두 번째 정규작 [L.S.T.]가 미국과 유럽,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들에서 릴리즈되면서 비로소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전자악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생악기와 주변 공간음을 비상하게 활용한 음향으로 승부를 봤는데 빛나는 하모니와 곡이 가진 센스 같은 것이 유독 두드러 졌다. [Vista], [Yukinohaka] 같은 곡들이 사랑을 받았으며 이 무렵부터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북유럽을 도는 첫 유럽 투어를 실시하게 된다.
2007년에는 비교적 '노래'의 비중을 늘린 세번째 정규작 [Exit]를 통해 국내 팬들과도 만나게 된다.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의 노만 블레이크(Norman Blake)를 포함한 해외 뮤지션들이 직접 코멘트를 달기도 하면서 앨범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 애니멀 컬렉티브(Animal Collective)를 비롯, 캔(Can)의 다모 스즈키(Damo Suzuki), 배틀즈(Battles) 출신의 톤데이 브랙스턴(Tyondai Braxton)의 일본 공연시 서포트를 하기도 하면서 착실하게 스스로의 커리어를 굳혀나간다.
2008년도에는 후지 록, 그리고 2009년도에는 섬머소닉 등의 대형 페스티발에서 공연하며, 미국에서는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와 투어를 다니기도 한다. [Exit]는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꽤나 지속적으로 전세계에 팔려나갔고 [Clocca] 같은 곡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오피셜 커머셜에 삽입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신곡 3곡과 오우루타이치((Oorutaichi), 디어후프(Deerhoof)의 리믹스를 포함해낸 미니앨범 [Rum Hee]를 발매한다.
2010년 4월 네 번째 정규작 [Port Entropy]는 일본 차트 40위권 내에 진입하면서 흥행에 성공한다. NHK의 [탑 러너]에도 출연했으며 일본 13개 도시의 투어를 모조리 매진시켰다. 마스터링은 밥 딜런(Bob Dylan)부터 MGMT까지 다양한 명반들을 작업해온 그렉 칼비(Greg Calbi)에 의해 이뤄졌고 미국에서는 인디 명문 폴리바이닐(Polyvinyl)에서 발매된다. 소니, 재팬 에어라인(JAL), 포카리 스웨트, 그리고 무인양품 등 국내외 수많은 CM과 TV 시그널에서 기존 그의 곡이라던가 오리지날 곡이 삽입되어지면서 두루두루 활약한다. 일본은 물론 호주의 클락스 CM에서도 그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투어와 페스티발을 마친 이후 직접 토노폰(Tonofon) 페스티발을 개최하기도 한다. 토쿠마루 슈고 자신이 섭외부터 당일 진행과 운영에 이르는 모든 것을 총괄해낸 공연으로 이 현장은 [Tonofon Festival & Solo 2011]이라는 포맷의 DVD로도 공개됐다. 아티스트가 직접 공연을 큐레이트하는 형식으로는 ATP 같은 예시가 있긴 했지만 페스티발 자체를 아티스트의 주도하에 진행시키는 것은 드물었고 이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보어덤즈(Boredoms) 출신의 야마모토 세이치(山本精一)와 퓨(Phew)의 공연 또한 이 페스티발을 통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포크와 재즈, 월드비트와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켄터베리, 크라우트 록 등 셀 수도 없는 음악들을 자유자재로 섞어냈다. 뭐 이를 두고 파스칼 콤라드(Pascal Comelade) 같은 전위적인 팝 같은 것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는 비치 보이즈(Beach Boys)와 나카무라 하치다이(中村八大)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 국내에 내한공연을 왔을 때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참 이런저런 음악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왠 스래쉬 메탈로 주제가 옮겨지고 슬레이어(Slayer) 얘기까지 흘러가버렸다. 토쿠마루 슈고는 갑자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나에게 뒷면을 보여줬고 거기에는 슬레이어의 로고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뭐 그런 사람이다.
In Focus?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욱 발전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간 토쿠마루 슈고의 약 2년 반만의 새 앨범이 공개됐다. 여전히 토쿠마루 슈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팝으로써 완성된 앨범은 따로 컨셉을 정하고 완성시켜나간 것이 아닌, 초기 앨범, 혹은 데뷔작을 만드는 방식과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것을 시도하려는 열망이 음반 자체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편이고 이 복잡함은 앨범의 제목마냥 하나의 초점에 맞춰져 있는 듯 이상한 통일감으로 직조되어 있었다. 앨범의 마스터링에는 조안나 뉴섬(Joanna Newsom)이나 윌코(Wilco)부터 최근 비틀즈(The Beatles)의 리마스터링까지 다루었던 바 있는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의 스티브 루크(Steve Rooke)에 의해 진행됐다.
작곡의 경우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방식같은 것을 책으로 읽었던 것을 토대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하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형태를 찾아갔다고 한다. 정작 아티스틱한 방식으로 곡을 만들지는 않는 편이라고도 밝혔다. 두문분출 한 상태에서 곡을 만들었고 그 곡들 제 각각이 인격, 혹은 자아를 가진 캐릭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던 만큼 어떤 생동감 넘치는 특징 같은 것들이 감지되는 편이었다.
쭉 생각해왔던 음악을 구현화 하는 데에 노력했고 자신의 공상을 재연하는 작업을 해왔다는데 딱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던가 말 같은 것은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가 기존에 가사를 작성하는 방식은 꽤나 유명했다. 가사는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다는데 알려진 대로 '꿈 일기'를 작성해온 것을 토대로 만들었다. 꿈에서 깨자마자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 내용들을 적은 메모들을 토대로 가사를 작성한 것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꿈의 이미지와 멀쩡한 상태에서 작성한 자신의 말을 첨가한 형태로 완성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엇인가를 의식해서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제 꿈 일기는 가능한 쓰지 않으려 한다는데 그 이유는 메모하는 게 버릇이 되면 자꾸 중간에 잠에서 깨게 되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해 계속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2년 11월 7일 발매된 다섯번째 정규작은 참고로 일본 한정판에 99트랙에 99종의 악기 프레이즈를 수록한 라이브러리 CD를 보너스로 추가하기도 했다. 이름도 생소한 낯선 악기들의 소리로 가득한데, 그의 악기덕력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지 재미때문에 이런 짓을 했고 저작권을 풀어놓았기 때문에 이 소리들을 샘플링해 누군가가 가지고 놀았으면 하는 의도 또한 있다고 한다. 악기 자체는 재미있어서 자꾸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라는 데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아이템을 자꾸자꾸 득템하면서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는 기분 같은 게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수많은 악기들은 오히려 가사보다 더 다양하고 직접적인 종류의 감정선을 표현해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악기 보다는 대부분은 스스로가 연주하는 것을 마이킹하는 방식을 우선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꽤나 명쾌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레코딩할 당시의 공기를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기 라인을 통해서만 녹음해버리면 오늘과 내일 모레 아무때나 녹음해도 같은 소리가 기록되지만 마이크로 녹음할 경우 같은 셋팅이어도 다음날과 다른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이런 식의 재미, 그리고 그 시간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담고 싶은 욕심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역동적인 리듬과 멜로디를 지닌 싱글 [Decorate]를 먼저 공개하면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시켰다. 초기작을 생각케 하는 심연으로 빠져들게끔 유도하는 앰비언스 또한 감지되며 태엽소리와 온갖 잡다한 소스들을 때려넣은 리듬 파트와 풍부한 코러스에서는 어떤 야심마저 느껴졌다. 전작에 수록된 [Rum Hee]를 좋아했다면 마찬가지로 이 곡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Decorate]의 싱글은 일반 CD 버전과 함께 소노시트(Sonosheet), 혹은 플렉시 디스크(Flexi Disc)라 불리는 종이 재질의 바이닐 버전을 한정으로 릴리즈되기도 했다. 작년 무렵 잭 화이트(Jack White)가 레이블 사무실에서 풍선에 플렉시 디스크를 붙여 날려 보낸 한정판을 공개하기도 했었는데, 이것은 파는 것이 아니라 길에서 습득하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라 무려 천달러 가깝게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재질이 종이이고 따라서 음질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토쿠마루 슈고 역시 이 포맷의 음질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포맷이 개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발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글 비사이드에는 버글스(Buggles)의 명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그리고 스탠다드 넘버 [When I Fall in Love]의 연주곡을 수록해냈다.
먹먹한 보컬이 점차 선명해지는 와중 곡 역시 텐션을 받으며 전개되는 인트로 [Circle]로 시작된다. 좌우로 분리되어있는 리코더 소리가 선명한 스테레오감을 선사하는 [Katachi], 마림바를 비롯한 타악기들의 퍼커시브한 소리가 기분좋은 감각을 유지해내는 연주곡 [Gamma], 그리고 [Decorate]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듯 보이는 [Call]에서도 특유의 현기증으로 가득한 이국적인 월드비트를 완결 지어낸다.
튠이 나간 듯 들리는 현악기와 긁어서 연주하는 구이로의 소리가 기이하게 어우러지는 짧은 연주곡 [Mubyo]에 이어 라틴 풍의 기타가 [Poker]에서 진행되는데, 곡은 중반부부터 급변하면서 어떤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오버 더빙된 정교하고 빠른 기타리프 사이로 청량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Ord Gate]의 경우 좀 더 습기찬 씨 앤 케이크(The Sea and Cake)의 어레인지나 분위기를 떠올리게끔 만들기도 했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클래시컬 레코드를 연상케 할만한 혼란스러움을 들려주는 연주곡 [Pah-Paka] 또한 꽤나 인상적인 편이다.
이미 라이브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심플한 연주의 감성적인 어쿠스틱 발라드 튠 [Tightrope], 깨끗한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과 실로폰이 만들어 내는 그루브가 유럽의 정취 같은 것을 풍겨내는 [Helictite (LeSeMoDe)], 우크렐레의 백업으로 진행되는 친숙한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Shirase] 등의 곡들이 깨끗한 기운과 함께 전개된다. 클래식 기타 연주곡과 아이리쉬 포크에 영향을 받은 듯 정교한 [Micro Guitar Music]에서는 장난스럽지만 그럼에도 어떤 천재적인 순간 또한 감지된다.
목가적인 컨추리 로큰롤 트랙 [Down Down]의 중 후반부에는 마치 프리재즈와 디즈니 애니매이션 사이 어떤 지점을 들려주는 듯한 어지러운 소리의 조합을 구축해내면서 듣는 재미를 준다. 기분 좋은 감촉과 다이나믹 같은 것을 유지해나가는 [Balloon]을 끝으로 이 따뜻하고 친밀한 망상이 종료된다. 3분 34초 정도부터 히든 트랙인지 곡의 2부인지 구분이 안가는 따뜻한 전자기타와 올겐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상냥한 노래가 앨범의 어떤 아련한 기분을 끝까지 붙잡아두려 한다. 참고로 국내반의 경우 본 앨범의 아웃테이크 트랙 [Asatte], 그리고 싱글 [Decorate]의 비사이드에 삽입된 커버곡 [When I Fall in Love]를 보너스트랙으로 삽입해내면서 좀 더 풍성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토쿠마루 슈고의 복잡한 두뇌를 다시금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컨트롤 프릭, 좋게 말해 완벽주의적 철학의 어떤 진화를 이뤄낸 작품이라 할만했다. 수많은 악기들 사이로 녹음된 소스들이 충돌하는 간극의 묘미를 즐겨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감상법이 될 것이다. 분명 복잡 다양한 음악적 뿌리에 기대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그의 음악이 단순히 과거 망령들의 재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를 향하고있는, 즉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음악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흘러 넘치는 과거의 유산들을 얼마만큼 적절하게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하고 재조립해내느냐가 관건인 현시대에 있어서도 그럭저럭 부합하는 결과물인 셈이다.
반짝이는 멜로디와 훌륭한 하모니, 복잡한 구성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게끔 유도해내는 어레인지는 그야말로 특별했다. 인위적 다이나믹이나 과장되고 요란한 굉음 같은 것이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사운드 퀄리티에 있어서도 어떤 정점에 도달해냈다. 사이키 포크부터 인디팝, 그리고 클래식과 포스트 록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으로 채색된 이 팝 걸작선은 이것저것이 한데 뒤섞인 우리네 일상과도 의외로 매치되어있는 듯 느껴졌다. 이 앨범의 경우도 그렇지만 확실히 음악으로 분류되어지는 소리의 영역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은연중 청자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가 무의식을 자극해내려 한다.
정밀하게 조립된 이 놀라운 꼴라주는 학구적이라기 보다는 어떤 마법의 순간에 더 닿아있었다. 중세시대 마법사라 불렸던 이들이 사실 현시대의 과학자-혹은 연금술사-가 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토쿠마루 슈고의 '실험' 역시 확실히 '마법'처럼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새로운 발견의 순간으로 가득한 이 이국적인 팝 레코드는 새삼스럽게 팝 뮤직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를 향해 가고있는지를 설명하려 하는 듯한 기분마저 줬다. 그 와중에 국경,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기분 좋은 흐름이 지속된다. - 한상철(불싸조 http://facebook.com/bul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