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티아 (Cratia) - Retro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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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헤비메탈의 영광과 부흥을 위하여, 제대로 준비하고 결집한 놀라운 한 방!"
대한민국 내의 오랜 헤비메탈 팬들이라면, 소위 분류상 1기라 표현되는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에 이어서 2기쯤에 포함되는 “크라티아(Cratia)”라는 밴드 명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정취를 물씬 담아내어 현재의 음악계에 일격을 가하다!
80년대를 넘어 2012년에 밴드 크라티아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앨범의 타이틀은 [Retro Punch]이다. 그야말로 80년대의 느낌을 바탕으로 80년대 헤비메탈 음악의 전성시기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기도 하다. 2012년 1월 녹음 작업 중 보컬리스트가 탈퇴하는 실로 큰 일이 있긴 했지만 그런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정말 대한민국 록/헤비메탈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보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 앨범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록계 전체가 부르짖고 내갈기는 [Retro Punch]가 된 것이다.
많은 헤비메탈 팬들이 아시다시피 크라티아의 음악의 중심, 기타리스트 이준일은 평소 원조 L.A 메탈 사운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Whitesnake, Aerosmith, Motley Crue, Poison, Ratt, Mr. Big 등 전설적인 밴드의 마스터링을 해왔던 미국 L.A에 위치한 ‘DNA 스튜디오’에 보내져 마스터링 작업이 됐다. 마스터링을 담당한 엔지니어 데이브 도넬리는 연주와 녹음, 믹싱이 미국 본토 사운드와 견줄만큼 훌륭하다고 전하며 ‘CRATIA, Sonic Exellence, Rocks Out!!’라는 칭찬을 남겨주었다고도 한다.
10곡의 수록곡들을 통해 우리는 지난 80년대에 우리에겐 대표적으로 LA Metal이라 불렸던(비록 현재 외국에서는 Hair Metal이나 Pop Metal 등의 이름으로 분류되지만) 대표적인 밴드들의 사운드와 느낌을 다채롭게 전달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따져본다면 보컬리스트 없이 객원 또는 게스트 보컬리스트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큰 장점이자 효과로 작용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
일단 앨범은 헤비메탈 옴니버스 앨범 중 하나인 [Power Together] 당시 밴드 스트레인저의 보컬을 담당했던 선종욱의 그 쩌렁쩌렁하고 높은 톤의 보컬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제목도 딱 어울리는 <Higher>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이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방송용으로 따로 편집되는 <Remember>에서는 한 때 국내 가요차트를 휩쓸었던 유명 가수 홍경민이 그의 고향인 록으로 돌아와 멋지게 존 본 조비 내지는 신성우 스타일의 멋진 창법을 과시한다. 게다가 이 곡에서의 기타 솔로는 작은하늘과 카리스마를 거쳐 작곡가/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근형이 참여했다.
또, 이 앨범에 참여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창법과 충만한 록필을 보여준 이름은 바로 김준원(H2O)과 김세헌(이브)가 아닐까 싶다. 각자 밴드에서의 유연하고 감각적인 보컬을 버리고 철저히 이 앨범에 맞춘 듯한데 각기 <Rock It Tonight>과 <Rocker>를 소화했다.
아울러 의외의 멋진 보이스톤을 보여준 인물은 블랙신드롬의 박영철이다. 살짝 허스키한 톤을 바탕으로 특유의 샤우트와, 쇳소리가 아닌 ‘헤비메탈식 레너드 코헨’ 창법이랄까?!~ 처음엔 다시 이름을 확인해볼 정도로 매력적인 곡이었다.
<Crazy Night>은 라디오데이즈의 김용훈이 담당한 곡이며, 오랫동안 뚝심 있게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원밴드의 손창현이 참여하고 있는 <Here Comes The Rising>은 매력적인 베이스음이 귀를 자극하며 시작되어 상당히 탄탄한 구성 위를 보컬로 연기하듯 표현하는 곡이라 말하고 싶다.
다음은 헤비메탈계의 큰형님 중 한 분인 블랙홀의 주상균이 참여한 <Bloody Nation>인데, 역시 블랙홀 스타일에 어울리는 구성과 진행으로 꽉 조여주며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Hard Headed Woman>은 크라티아 팬으로서는 참 반가운 제목일 것이다. 이전 89년의 스플릿 앨범에도 수록되어 문란한 여성들을 질타한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베이시스트 김인철이 보컬을 담당했고 특히 기타 솔로는 크래쉬로 다시 복귀한 윤두병이 참여해주었다.
앨범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멋지게 작별을 고하는 <Goodbye>는 다시 홍경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가요 팬들에게도 어필할 사운드로 대중적인 사랑과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야말로 앨범 하나로 록계 전체를 움직이고 80년대의 정취와 그 때의 사운드를 재현해낸 크라티아에게 박수를 보낸다. 뭐 엄청난 인기를 얻겠다고 돈을 벌어보겠다고 한 작업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 이렇게 하나 되어, 음악이라고는 전자장비와 컴퓨터에 의존하여 반복적인 멜로디에 엉덩이나 실룩거리게 만드는 음악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갈하며 한 방 제대로 먹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건 가히 종합선물세트이자 몇 방을 맞아도 기분이 좋아질 마치 오랜 연인의 펀치 같은 느낌이다!
글/성우진(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