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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Mehldau Trio - Where Do You Start
[Ode]의 감성과 스타일을 이어가는 트리오 연작

브래드 멜다우가 이끄는 트리오가 신작을 발표했다. 뭐라고? 불과 다섯 달 전쯤에 신작이 나왔는데, 벌써 새 앨범이 나왔단 말이야? 이 앨범을 접할 팬들의 반응은 아마 대부분 이럴 것이다. 그렇다. [Ode]가 발매된 게 정확히 3월 20일이니까, 이제 6개월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들 트리오가 새롭게 신작을 내놓게 된 셈이다. 인터내셔널 발매일자가 9월 18일로 잡힌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신작이라... 필자 또한 놀랍기도 하고, 또 반갑기도 한데 지금까지 다른 편성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앨범의 경우 이렇게 짧은 몇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매가 된 적이 있긴 했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는 거의 1년에 두 장 이상 관련 앨범을 이어 발매해온 만큼 그의 왕성한 다작 및 협연을 특이하게 볼 경우는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트리오의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과거 호르헤 로시가 재직했었던 아트 오브 더 트리오 시절은 거의 1~2년 정도의 간격, 2004년도에 드러머가 제프 발라드로 바뀐 이후에는 적어도 3~4년 정도의 발매 간격을 두고 나오는 게 지금까지의 전례였으니까. 전작 [Ode]에 대한 평가가 각종 해외 언론과 저널을 통해 다루어진 게 불과 2~3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며,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지속적인 세일즈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이 새로운 트리오 앨범을 발표한다는 사실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넌서치 레이블과의 계약 일자가 거의 만료되어, 그 시기 안에 발매해야 할 앨범 수를 마저 채우기 위한 것이던가, 혹은 순전히 창작욕구가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발동해서 새롭게 레코딩한 것. 만약 전자라면 이 앨범의 발매는 넌서치 레이블과 결별을 위한 수순으로 발매를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허나 일반적으로 재즈의 경우 레이블과 아티스트간의 관계는 거의 대부분 앨범 단위 계약이지, 기간당 몇 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특히 지금처럼 디지털 음원 형태로 시장이 전환된 이후 CD 판매가 감소하면서 부터는 아마 전무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팻 메시니나 허비 핸콕의 경우처럼 대중음악 팬들까지도 커버할만한 슈퍼스타들이라도 이렇게 전속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편이다. 브래드 멜다우의 경우도 재즈 뮤지션으로서 보기 드문 스타성을 갖고 있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런 전속계약의 형태가 아니기에, 전자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순전히 아마도 창작욕에 의거해 만들어진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앨범은 모든 면에서 [Ode]의 속편격인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면에서 그러하며, 특히 완벽하게 전작 [Ode]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녹음 시점이다. 이 두 앨범은 모든 트랙이 같은 날 같은 시각 동일한 스튜디오에서 연주된 것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8년 9월 17일 녹음된 트랙들과 2011년 4월 19일 연주된 곡들을 각각의 앨범에 함께 담고 있는데, 스튜디오는 두 날짜 모두 뉴욕 아바타 스튜디오이며, 녹음 엔지니어 역시 제임스 파버로 동일하다. 믹스다운 역시 그의 손을 거쳐 마무리되었으며, 그밖에 스튜디오 작업에 참여한 스텝들이 모두 완전하게 일치한다. 그렇다는 말은 결론적으로 결국 이 두 장에 담긴 음원들은 내용상으로 애초 함께 두 장의 더블 앨범으로 발매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가 된다. 작품의 외형적인 컨셉상 전작에서는 완전히 브래드 멜다우의 오리지널 작품만을 따로 추려서 담아내었으며, 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리메이크 곡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을 뿐, 연주의 내용이나 녹음 스타일등 전체 프로듀싱의 측면에서 거의 다른 게 없는 작품이 바로 본 작인 셈이다. 그리고 얼마 전 내한공연에 앞서 필자가 브래드 멜다우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는 트리오 이외에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색소포니스트에 조슈아 레드맨과의 듀오이며, 그리고 또 하나는 뉴욕 재즈 신에서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드러머 마크 구일리아나(Mark Guiliana)와 함께 하는 그의 첫 일렉트릭 듀오작업이었다. -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팬더 로즈와 일렉트릭 피아노, 신서사이저를 다룬다 - 여기에 피아니스트 케빈 헤이스와의 듀오와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르페우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포함한다면 그의 현재 사이드 프로젝트는 모두 총 네 가지로 늘어나는데, 이 중 앞선 두 가지는 모두 차후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에 있으며, 케빈 헤이스와의 듀오는 [Modern Music]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작년에 정규 앨범을 한번 선보인 바 있다. 이 정도의 다망한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또 차후 앨범으로 준비가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동일한 사운드와 내용을 갖추고 있는 과거 음원들을 시간이 지난 뒤에 따로 묵혔다가 발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다른 어프로치로 연주가 되었거나,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다면 또 모를까. 이렇듯 몇 가지 경우의 수로 인해 아주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트리오 신작이 우리 앞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뭐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브래드 멜다우의 음악에 목말라 있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니 새 작품이 나오는 것을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작품의 퀄리티에 관한 신뢰감이 지금껏 늘 확고했던 이들 세 명이 아닌가? 전작과 동일한 시기의 세션이라면 적어도 [Ode]에 버금가는 수준을 견지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예상을 쉬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Ode]보다 한 곡이 더 많은 총 12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브래드 멜다우의 유일한 오리지널 작곡인 ‘Jam’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모두 다른 뮤지션들의 원작이다. 레퍼토리의 측면에서 오리지널 곡들만이 수록되었던 전작과는 완전히 상반되는데, 하지만 이 점을 제외한다면 음악적으로 이 두 작품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으며, 연주나 사운드 등이 거의 동일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단 전작에는 한 곡도 담겨져 있지 않던 발라드 곡이 이 앨범에는 네 곡이나 담겨져 있다는 점이 비교적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곡에 관해서 살펴보자면, 이전 다른 앨범들에서 늘 그랬듯 다양한 팝과 록, 라틴 뮤지션들의 작품들을 재해석해서 담아내었으며, 스탠더드 넘버도 세 곡이나 포함되어 있다. 클리포드 브라운의 오리지널 작품인 ‘Brownie Speaks’와 소니 롤린스의 대표적인 명곡 ‘Airegin’, 작곡가인 자니 멘델의 ‘Where Do You Start?’ 같은 전형적인 재즈 튠의 재해석에, 여기에 평소 그가 즐겨 연주하곤 하는 브라질 출신의 작곡가이자 싱어 송라이터 치코 바르케의 작품인 ‘Samba E Amor’과 그의 감성과 상당히 닮은 점이 있는 영국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닉 드레이크의 오리지널 ‘Time Has Told Me’도 아주 오랜만의 선곡이어서 반갑다. 그런가 하면, 그가 지금까지 레코딩을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선곡하지 않았던 뮤지션의 작품들도 몇 곡 담겨 있는데,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뉴욕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서프잔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발라드 넘버 ‘Holland’ 와 영국 출신의 거물급 싱어 송라이터 엘비스 코스텔로의 ‘Baby Plays Around’, 치코 바르케에 이어 또 한명의 브라질출신 베테랑 기타리스트/작곡가인 토닝요 호르타의 ‘Aquelas Coisas Todas’ 같은 트랙은 그로서는 처음 선택하는 뮤지션들의 작품이다. 그리고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Got Me Wrong’같은 경우는 시애틀 출신의 록 그룹 앨리스 인 체인스의 오리지널인데, 이 역시 그가 처음 선택한 아티스트의 곡이다. 이전 두 장짜리 라이브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또 다른 동향의 록 그룹인 사운드가든의 ‘Black Hole Sun’을 연상시키는 선곡이라는 점이 다소 재미있다. 여기에 또 한명의 시애틀 출신으로 록 역사에 확고한 족적을 남긴 거장 중의 거장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대표곡으로 지난 7월 내한 공연에서 첫 곡으로 연주하기도 했던 명곡 ‘Hey Joe’ 도 여기에 담겨져 있다. 최근 투어 연주를 통해 그가 선보이는 레퍼토리 중 비치 보이스와 비틀즈, 지미 헨드릭스의 커버가 종종 셋 리스트에 포함되곤 하는데, 이중 지미 헨드릭스의 작품을 이번 신작에 담아 낸 것이다. - 내한공연 당시 연주해 상당히 큰 호응을 얻었던 비틀즈의 ‘And I Love Her’가 여기에 실리지 않은 점은 아마 공연을 관람했던 팬들이라면 꽤나 아쉬울 것이다 - 이렇듯 그다운 다채로운 장르 아티스트의 선곡에, 원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거나, 또는 더욱 심화, 발전시킨 해석으로 멜다우 트리오 고유의 개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Got Me Wrong’과 ‘Hey Joe’, ‘Holland’의 재해석은 원곡의 템포를 변화시키고, 화성의 측면에서도 새롭게 리하모나이즈를 시도해 메인 테마를 제외한다면 원곡의 잔향을 별로 남기지 않고 있다. 반면 ‘Time Has Told Me’ 같은 곡은 닉 드레이크의 원전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차분한 해석이 눈에 띄며, ‘Baby Play Around’ 같은 곡 역시 원곡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발라드한 면을 잘 부각 시키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원곡과 비교해 해석의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아이디어와 연주가 반영된 것은 ‘Got Me Wrong’ 과 ‘Hey Joe’ 이며, 전체 트랙 중 가장 훌륭한 연주와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은 다른 리메이크 넘버들이 아니라, 의외로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인 ‘Jam’ 이라고 본다.‘Got Me Wrong’ 과 ‘Jam’ 모두 제프 발라드의 리듬 메이킹과 드럼 어프로치가 비슷한면이 있는데, 이 두 곡은 브래드 멜다우의 솔로가 다른 트랙들에 비해서 가장 다이내믹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Jam’ 에서 중반부 그의 솔로는 정말 일품인데, 양손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가운데 콤핑과 솔로의 제약이 어느 손에 따로 규정되지 않은 그만의 독특한 연주방식이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장기 중 하나인 발라드 연주에 관해서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기도 한 ‘Where Do You Start?’를 꼽고 싶다. 지난 7월 공연에서도 연주되어 국내 관객들의 탄식 어린 찬사를 받았던 이 곡은 원곡의 멜로디가 원래 예쁘기도 한데다가, 이런 발라드 곡에 관한 해석에는 근래 어떤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미감을 갖춘 그이기에, 이런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해석이 가능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이번 앨범도 그의 커리어와 명성에 걸맞게 하등 나무랄 데가 없다. [Ode]의 경우처럼 완숙함과 여유가 트랙 곳곳에 베여 있으며, 특히 4곡의 발라드 넘버가 포함되어 있어 오랜만에 과거 아트 오브 더 트리오 시절 발라드 플레이어로서의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본작을 포함해 연이은 근작들의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브래드 멜다우에 관해 다소 좋지 않은 루머를 전해 들었던 필자로서는 최근 불과 1~2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늙어버린 그의 외모에 비춰 볼 때, 혹시나 그도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커리어와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망쳐버리는 우를 범하진 않을까 다소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7월 25일 내한공연에서 역대 어떤 내한 공연에서보다 밀도 높은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그 걱정은 내심 한 켠으로 접어둘 수 있었다. 래리 그래나디어, 제프 발라드와의 교감은 과거 어떤 국내 공연에서보다 완숙하고도 탄탄했고, 브래드 멜다우의 피아니즘은 과거에 비해 한층 더 깊이 있는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이전 내한 공연에서 종종 느껴졌던 컨디션의 난조로 인한 맥없는(?) 플레이는 온데 간데 없었다. 거기에 최근 그의 투어 스케줄을 보면 알 수 있듯 여러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들과 함께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그의 태도는 적어도 안일함이나 나태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게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흔들림 없이 완성시켜나가면서 앨범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데, 그 앨범들 마다 평단의 평가도 후하고 대중들의 주목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뮤지션으로서 정말 흔치 않은 일이며 축복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대중들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재즈 뮤지션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브래드 멜다우는 이미 그런 흔치 않은 범주에 속한 재즈 뮤지션이 된 지 오래다. 커리어나 음악적인 성과 모두 이만큼 성장해 왔다면,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아닐런지... 멜다우이즘(Mehldauism)이라는 조어가 결코 작위적이거나, 어색하지 않을만큼 뚜렷한 영역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그가 그저 별다른 문제나 기복 없이 앞으로 지금 정도의 행보만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팬의 입장에서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