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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uki Tsunekichi (스즈키 츠네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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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BS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날로그 사나이 츠네키치 스즈키(鈴木常吉)가 노래하는
무뚝뚝한 인생의 비애, 그리고 상냥하게 읊조리는 슬픔과 권태
1집 [물고기 비늘 (ぜいご)] / 2집 [망향 (望鄕)] 국내동시발매
■ ‘츠네솔로’
감상적으로 말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어쩌면 이토록 슬픔이 흘러넘치는 앨범을 만들었을까.
빌리 홀리데이의 글루미 선데이를 들었을 때를 제외하곤, 이토록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충격이라고 하면 다소 엉뚱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으나, 예를 들어 여자의 노랫소리는 반드시 슬픈 장면만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다. 때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의 노랫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언제나 같은 광경만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의 '목소리'는 역시 남자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츠네키치의 '인생론'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장소에서, 츠네키치는 이렇게 사자(死子)를 위로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까지 마음이 괴로워진다.
스즈키 츠네키치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접하고, 어떤 마음으로 메시지를 엮어내는지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 고향 쓰가루의 은사(恩師) 이기도 한 시인 이즈미야 아키라는 내가 열 여섯이던 시절,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칸, 슬픔이 뭔지 아는 인간이 되어라”
지금 이렇게 이 앨범을 듣고 있으니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에 대한 감상을 쓰는 방법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것들을 모두 조합해 보면, 아름다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한 남자의 일기라고 불러도 좋겠다.
인간은 어째서 슬퍼하는 것일까.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이 명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누구나 가장 처음 흘렸던 눈물을 기억해보면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오징어잡이배를 맞으러 식구들이 모두 부둣가로 나가버린 외할머니 집에서 "...아무도없어…"라고 외로움에 흐느끼며 울었던 기억이 최초이다.
분명 그랬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츠네키치는 이 명제 안에서 발버둥치며, 자신의 뼈를 번쩍거리는 칼로 도려내듯 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콜록!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침소리.
기침은 '목소리'의 빅뱅이다.
울음소리도 노랫소리도 모두 이곳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 By 三上寬(미카미 칸, 포크 싱어 겸 배우)
■ 1집 물고기 비늘 ぜいご (2006)
인간은 왜 슬퍼하는 것인가,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류의 기분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응축해낸 작품이었다. 포크와 블루스, 그리고 민요가 한데 모여 차분한 어른의 매력을 분출해내고 있는 한 장으로 완성되면서 특히나 아시아 지역 성인층에게서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TBS에서 방영된 고바야시 카오루(小林薰) 주연의 인기 심야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으로 삽입됐던 [추억 (思ひで)]이 유독 화제를 모았다. 밤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험한 도심의 번화가 한쪽 구석의 식당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주인과 각양 각색의 손님들의 마음의 교류를 그려내면서 현 일본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드라마에 삽입된 츠네키치 스즈키의 [추억]은 [Pretty Girl Milking Her Cow]라는 아일랜드 민요에 새로 가사를 붙인 것으로 원곡의 경우 쥬디 갈란드의 버전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원작만화의 팬들마저 사로잡은 이 노래는 수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갔고 결국 츠네키치 스즈키의 이름을 현 시대에 알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고적인 드라마였고 확실히 그의 노래는 극의 성격에 부합하고도 남음이었다. 가슴 한 켠의 추억과 기억을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써 사고하는 방식도 비슷했는데, 이는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했다.
앨범에는 [추억] 말고도 또 다른 아일랜드 민요인 [Carolan's Cup]에 가사를 덧입힌 [밥공기(お茶碗)],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의 시를 번역해 부른 [아버지의 왈츠 (父のワルツ)], 빌리 홀리데이 등이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조지 거쉬인의 스탠다드 넘버 [Summer Time] 등의 귀에 익은 노래들이 앨범에 펼쳐진다.
드라마에서처럼 새벽시간 술과 함께 들으면 왠지 차분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도 소소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변두리의 어둠에서 태어난 그의 가사 역시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그의 가사를 두고 펑크 록 보다도 자극적이라고 했지만 이를 신선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일본어가 익숙치 않다면 꼭 가사번역을 참고하시길. 잠들 수 없는 밤을 위한 여운의 노래들은 이렇게 한없이 이어진다. - 한상철 (파스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