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eau - Life Traffic 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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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 싱그러운 햇살 같은 팝의 감성, 프렌치 팝 밴드 망소(Manceau)의 데뷔 앨범 「Life Traffic Jam」
프렌치 프라이?! 프렌치 시크?! non~~이제 프렌치하면 저절로 떠오르게 될 단어는 단연 프렌치 팝 밴드 망소!!!!
타히티80(Tahiti80)의 멤버인 자비에르 브와예르(Xavier Boyer)와 페드로 르상드(Pedro Resende) 프로듀스!
단번에 들어오는 기타 인트로! 잘 짜여 진 선율! 과하지 않은 리듬감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첫 번째 싱글 [Full Time Job]!!
프랑스 출신의 신인 밴드, 망소(Manceau)
‘프렌치’라는 형용사가 붙은 것은 거의 평균 이상은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프렌치’가 붙은 건 다 좋다. 바삭거리는 프렌치 프라이, 윗부분만 살짝 칠하는 세련된 프렌치 네일, 세월을 타지 않는 프렌치 시크. 그리고 이렇게 음식과 미용과 패션 분야 외에도 좋은 ‘프렌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프렌치 팝이다. (여기서 잠깐. 물론 ‘프렌치 팝’과 다른 답을 떠올린 분도 분명 존재--아니 숫자로 따지자면 그쪽이 훨씬 더 많을 지도--하겠지만 이건 음반 해설지이고, ‘21세기 사드 백작’으로 이름을 날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답은 ‘프렌치 팝’으로 정하도록 하자)
학생 시절부터 함께 음악을 하던 이들은 2009년에 줄리앙의 작은 아파트에서 첫 번째 EP, 「On A Mellow Day」를 녹음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줄리앙은 밴드 이름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고심했다.
그는 어딘가 프랑스적인 뉘앙스를 주는 단어를 원했는데, 이런 줄리앙의 눈에 들어온 것이 집 앞에 있는 망소 공원(Les Champs Manceaux)이었다. 그는 녹음 작업을 하며 늘 바라보던 공원의 이름을 살짝 바꾼 망소(Manceau)로 팀 이름을 정했다.
타히티 80(Tahiti 80)와의 인연
2010년 가을에 발매된 망소의 미니 앨범 「On A Mellow Day」는 프랑스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이런 호평 덕에 망소는 데뷔 앨범도 내기 전에 Main Square Festival, Transmusicales, Le Printemps de Bourges 등 여러 페스티벌에 초대를 받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골목대장에서 전국구로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망소는 2009년 말부터 차곡차곡 준비했던 곡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타히티 80(Tahiti 80)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다. 타히티 80와 뭔가 특별한 연줄이 있거나 중간에 지인이 낀 것도 아니었다. 평소 좋아하던 팀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냈던 것이라 답장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생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그 문을 열어주는 법, 타히티 80는 생면부지의 팀 망소가 보낸 메일에 답장을 했다. 이후 타히티 80은 망소의 멘토가 되어, 데뷔 앨범을 위해 자신들의 전용 스튜디오, 타히티 로보(Tahiti Labo)를 내주었고 멤버인 자비에르 브와예르(Xavier Boyer)와 페드로 르상드(Pedro Resende)는 직접 프로듀스를 맡았다. 무예가 비슷하면 서로 이기려 하고, 재능이 같으면 서로 비난하는 이 사바세계의 생리로 볼 때, 영역 표시를 하며 이빨을 드러낼 수도 있건만, 타히티 80는 기꺼이 후배 팀 망소를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도움을 받아 망소는 프랑스 뮤직 씬의 에이스 패로 부상했다.
망소의 데뷔 앨범, 「Life Traffic Jam」
2011년 6월부터 석 달 간 녹음 작업을 한 망소의 첫 음반은 이듬해인 2012년 6월 11일, 프랑스에서 발매되었다.
망소의 멤버들이 그린 데뷔 앨범의 청사진은 ‘팝 사운드에 모던하고 귀에 쏙 들어오는 음반’이었다. 다행이도 이들은 작업 중에 길을 잃지는 않은 것 같다.
망소가 완성한 앨범은 팝의 교본이 있다면 첫 페이지에 실릴 정도로 완벽한 팝의 위용을 갖추고 있으며, 깔끔하게 다듬은 모던한 사운드 그리고 금세 입에 착착 붙는 후렴구를 가지고 있다.
타히티 80의 멤버 자비에르는 프린스의 그루브와 폴 매카트니의 멜로디를 엮어내고자 하는 망소의 열의와 음악에 대한 사랑에 감동을 받아 프로듀스를 맡았다고 했는데, 개인적인 감상을 전하자면, 망소의 사운드에는 프린스보다 매카트니의 지분이 훨씬 더 많다.
전체적으로 그루브보다는 팝의 감성 쪽으로 저울추가 기우는 작품이다. [Lady Killer]는 비틀즈의 White 앨범 트랙들 중에 슬쩍 끼워놓아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The Way It Is]는 New Order와 어깨를 견줄만한 일렉트릭 팝이다.
수록곡 모두 각각의 개성을 빛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발군의 트랙은 [Full Time Job]. 단번에 귀에 들어오는 기타 인트로에 잘 짜인 선율, 과하지 않은 리듬감을 엮은 [Full Time Job]은 드라이브 로드 혹은 댄스홀, 어디에나 어울리는 전천후 넘버이다.
앨범 제목은 수록곡중 하나인 [Life Traffic Jam]에서 따왔다.
이 곡은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한 남자가 꽉 막힌 도로정체에서 도망쳐 자유의 몸으로 맞은 첫 아침을 즐기며 운전한다는 내용인데, 멤버들은 Life, Traffic, Jam 이 세 단어의 조합이 마음에 들어 앨범의 타이틀로 정했다고 한다.
망소의 보컬인 줄리앙은 이 제목을 통해 인생은 마치 옛날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처럼 모순된 감정과 영고성쇠, 인생의 파도 그리고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진 교통정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망소는 이 타이틀 곡 외에도 각 트랙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았다.
[Love That Never Was ]는 반짝이는 햇살이 가득 담긴 연서이며, [Little By Little]은 곧 냉정한 세상을 마주하게 될 여동생에게 보내는 근심 어린 당부이고 [Grandma]는 항상 따듯한 사랑으로 품어주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제 드디어 디스코그래피에 당당히 데뷔 앨범을 올린 망소는 꿈을 꾸다 깨어나도 다시 꿈 꿀 시간이 남아있는 파릇파릇한 밴드다. 이들은 항상 실험적인 음악을 계속 하면서 팬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곡을 연주하는 팝 밴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돈보다는 음악적 혁명에 더 재미를 느끼는 망소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며 신인에서 중견 그리고 관록의 밴드로 진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 즐거울 듯하다.
글 / 유은정(음악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