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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찬권 - 6집 / 지금 여기

어느 시대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무수한 히트곡을 양산한 엔터테이너는 넘쳐난다.

대중은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열광하지만 예술가의 지위를 부여하기에는 인색하다.

히트곡이란 그저 일회용품 같은 소모품이란 이야기다.

일반대중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감동적인 노래나 진지하고 참신한 예술성을 담은 창작앨범에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노래가 어둡고 진지하면 머리 아프다며 곧바로 외면하는 대중도 적지 않다.

대중은 그저 익숙한 멜로디나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음악에만 호감을 드러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땅의 모든 예술분야 창작자들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에 직면한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예술가’의 지위에 걸 맞는 뮤지션의 개체 수는 몇이나 될까?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함께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의 음반으로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록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은 이 부문에서 거론할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대중음악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공증된 <들국화> 1집에 참여했던 그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진지한 음악적 태도를 잃지 않고 외길 음악인생을 걸어온 대중음악 예술가의 전형이다.

주찬권 그가 7년 만에 6번째 솔로앨범 “지금 여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모든 곡을 작곡, 작사, 연주, 노래한 그는 더욱 원숙한 멀티 플레이어 음악 감독의 역량을 과시한다. 사실 화려했던 <들국화> 시절은 그에게 영광의 순간인 동시에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 같다.

밴드 해체 후 솔로로 독립한 그는 지금까지 5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은 여전히 그를 <들국화>의 ‘주찬권’으로만 기억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는 탁월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담보한 빛나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이 기억할 빅 히트곡의 부재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일 수도 있다.

그의 솔로 음반들은 한국 록의 명반들이었지만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장된 비운의 앨범들이기도 하다. 1988년에 발표된 그의 솔로 1집은 록 마니아들로부터 ‘한국의 에릭 클랩튼’이란 평가를 이끌어낸 수작이었다.

최고의 여성재즈보컬로 군림하는 나윤선이나 말로에게서나 경험할 스캣 애드리브를 그는 25년 전에 이미 시도했었다. 그는 내공 깊은 기타 리프에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무한 가능성을 첫 솔로 앨범에서 이미 웅변했었다.

하지만 예술성을 지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은 어려운 마니아용으로 치부되어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치명적 한계를 그의 음반들도 극복하지는 못했다. 주찬권은 록을 위해 태어난 뮤지션이다.

또래들이 한창 동요를 부를 나이인 5살 무렵부터 형에게서 기타를 배웠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드럼 스틱을 잡았다. 이후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1985년 ‘들국화’에 이르는 동안 언제나 록과 함께했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선 굵은 남성적 이미지가 매력적인 주찬권은 한국 드러머 계보에서 각별한 존재다. 최고의 연주력은 기본이고 창작, 노래, 프로듀싱, 편곡능력까지 보유한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주찬권은 노래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힘주어 주장하는 보컬리스트는 아니다.

다양한 리듬 패턴과 사운드의 하모니를 중시하는 연주의 구성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다.

지난 2005년에 발표한 5집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주찬권 6집 “지금 여기”는 음악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룬 들을수록 빠져드는 중독성 강한 향내가 진동하는 신곡이 9곡이나 포진해 있다.

강력한 록 필로 무장했던 5집과는 달리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2005년 이후 창작한 20여곡 중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들로만 간택했다.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뮤지션의 소망을 담은 선택이다. 1번부터 4번 트랙인 “쉽게 생각해”, “아직도 내겐”, “소주”, “빗소리”는 Rock 필이 충만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한국적 정서가 배어나는 수작들이다. 또한, 인생을 관조하는 가사가 향기로운 5번 트랙 “인생 뭐있다구”, 6번 트랙 “그냥”, 7번 트랙 “거기서 거기”, 8번 트랙 “잠시 쉬었다가세”, 그리고, 덤덤한 목소리로 이 앨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지막 9번 트랙 “이 순간은 우리의 것”은 하나 같이 거장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놓쳐서는 안 될 아름다운 트랙들이다.

척박한 음악 환경 속에서도 행군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6번째 창작앨범을 발표한 주찬권님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오랫동안 활동 중단상태인 들국화의 전인권님이 건강을 많이 회복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왠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록밴드 들국화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생겨나는 것은 비단 내 혼자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