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밴드 -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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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밴드의 음악은 우리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어느 낯선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는 나침반이다." "이것은 마치 우주 한복판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송신되어 온 사운드 같다."
이들의 공연을 지켜본 어느 청중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더욱이 속옷밴드의 음악은 감성적인 요소들과 부유하는 느낌으로 충만한데, 이들이 이전에 발매했던 EP의 제목과 이번 음반의 감상에 대해 극단적으로 요약하여 '사랑의 인공위성(SATELLITE OF LOVE)'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단순 우스갯 소리로 흘리는 말은 아닌것 같다.
이번 앨범은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라는 이름으로 2000년에 결성을 한 이들의 두번째 레코딩이자 첫번째 정규앨범이다. 이들은 수많은 공연과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라이브 부트랙 음원들로 인해 한국 인디씬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03년의 끝자락에 발매되었던 [사랑의 유람선]으로 좀더 전자적인 실험과 더불어 심연으로 파고드는, 어두우면서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운드로 화제를 낳았는데, [사랑의 유람선]이 일렉트로닉한 실험자체에 집중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정규앨범은 이들이 항상 라이브에서 연주해오던 밴드 스코어 중심의 사운드를 담고 있다.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전작이 작고 정교한 심연의 집중이라 표현한다면 이번 앨범은 어둡게 작렬하는 빛과도 같은 음향의 전율을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폭발하는 드러밍과 멜로딕한 기타의 전개로 이어지는 '안녕-우리말의 '안녕'은 만남과 작별의 두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을 시작으로 안정적인 드라이브감이 인상적인, 느리고 낮게 유영하는 '파고듦', 그리고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의 사운드트랙과도 같은 'I've been here, we've been here'을 지나면 라이브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트랙 '멕시코행 고속열차'에 도달하게 된다.
인터넷에 떠돌던 부트랙보다 훨씬 박진감 있는 전개로 편곡된 본 트랙은 음악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어느 정경을 영사한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어둡고 쓸쓸하며 또한 지나칠 정도로 감성적인 '시베리아나'를 지나, 역시 라이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폭발하는 감성이 인상적인 트랙 을 끝으로 짧고도 긴 여정은 마무리 된다.
지극히 감정적인 바탕에서 뿜어져 나온 듯 보여지는 폭발하는 드럼과 석대의 기타가 만들어 내는 폭포수 같은 노이즈, 그리고 아련한 멜로디와 놀라운 공기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먼 우주에서 송신되어 지구로 도착한 사운드의 질감을 들려주고 있다. 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운드에 관한 놀라운 실험과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 그리고 슈게이징을 연상케 하는 무대매너에서 뿜어내는 자조적인 모습들은 어느덧 이들을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연주 중심의 편성이지만 연주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들은 범우주적 사운드를 '보여'주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적어도 2006년 5월까지는 클럽 라이브를 통해 속옷밴드를 만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제3종 근접 조우]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보게 되면 외계인과 인간이 '소리'로 교신/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우주에서 보내는 사운드와 지구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대화'는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생각할 꺼리를 주는데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의 음악은 마치 미지의 무언가와 지구가 교신하는 모습 그 자체를 담은 '사운드트랙' 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틀린 비유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 많은 이들이 속옷밴드의 음악을 나침반으로 삼아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미지의 여행에 새롭게 더욱 많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럼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
MONO Seoul Tour 2006 with 속옷밴드
일시장소: 2006년 4월 8일 저녁 7시 롤링홀
Guest: 어른아이, 불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