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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별 (Yagwangbyeol) - 아마도 절대로

가장 조용한 시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요란하게 빛나는, Luminous Star.

천장에 붙은 야광별은 밤이 되어 모든 불이 꺼지고 나서야, 낮 동안 제 속에 모아둔 빛을 발버둥 치듯 쏟아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식어, 이미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서 슬픈 혼잣말처럼 사그라든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팔다리를 달고, 웃는 별이다. 그야말로 슬픈 희극, 찬란한 어둠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홍대근처의 라이브클럽들의 좁은 스테이지에 올라가 수많은 작은 밤을 밝히고 사라져갔던 야광별이 오랜 기다림 끝에 당신의 품으로 떨어진다. 이제 그들의 '투명 옷을 벗기고, 달콤한 꿈을 꾸게 해줄(Luminous)' 시간이 왔다.

2007년의 싱글앨범 발매 이후 4년 만이다. 전작 '늦어버린 오후'를 통해 방황하는 청춘의 한 컷을 가슴 아릴 정도로 신나게 노래했던 야광별이 지금, 2011년 '당신은 아마도'라는 EP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이 맺어지지 않은 제목으로 그들은 어떤 감수성을 환기시키려 하는 것일까? 해답은 물론 이들의 노래 속에 있고, 그것은 당신의 마음속으로 순식간에 전이될 것이다.

누구나 꿈을 꾸고 사랑을 하고 좌절을 하고 이별을 한다. 꿈을 꾸지만 이내 깨어나고, 싸워도 보지만 참는 것이 간편하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그렇게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 쌓여가는 쓸쓸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밴드 야광별은 스테이지 위로 불러낸다. 그리고 거기에 현란한 사운드로 불을 지른다. 이것은 일종의 위트다. 상실감으로 직조된 듯한 이들의 텍스트는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경쾌하고 화려한 록사운드를 통해 표현되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걱정하지 말라'는 '아마도 절대로'의 독백은 곡 후반부에 가서야 나타나는 기분 좋은 템포변화와 전조를 배반하듯 오히려 더욱더 처연한 정서를 담아내는가 하면, '강아지의 왕'에서는 쉽게 타인을 믿고 따르는 순수함이 가져오는 상처와 아픔에 대해 노래하면서도 본래의 그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며 웃어 보인다. 또한, 쉽게 마음을 전할 수 없는 관계 안에서의 안타까운 대화를 풀어가는 'Cherry Coke'은 사실상 가요 역사에 있어서 가장 터프하고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아닐까 한다.

야광별의 음악은 최근 인디씬의 '대세'로 불리는 십센치, 옥상달빛, 가을방학 등이 보여주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정서와 일정 부분 맞닿아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나긋나긋한 음악적인 어법을 취하지 않음으로서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독특한 유형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동시에 이들은 크라잉넛,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 등과 같은 대한민국 1세대 인디밴드들의 자양분을 듬뿍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미권 팝펑크 밴드들의 영향을 골고루 받아 자신들만의 것으로 녹여내었다. 이는 야광별이 '한국적인 팝펑크밴드로서' 유일무이한 오리지널리티를 부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려부수자는 펑크와도 다른, 감성 그대로를 노래하는 모던락과도 다른, 달짝지근하고 가벼운 가요풍의 록음악과도 다른 그 어느 지점에 이들의 좌표가 독보적으로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이 앨범에서 자유에 대한 한때의 열망과 반란에 대한 소심한 기대를 'Luminous'라는 곡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들은, 사실 그 어떤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하는 당찬 젊은이들이다. 전작 발표 이후 4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그리고 이제는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야광별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 냉정하고도 따뜻한 감동을 지속적으로 전해줄 수 있기를 바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