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6년만에 새 앨범 발매!!!
개인은 우주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인들의 ‘우주성’은 상호 관계하는 한 결코 개별적이지 않다.
6년 전의 사과장수에서 우주 히치하이커로 돌아 온 Astro Bits의 이번 앨범에는 그가 여행하며 만났던 개개의 우주와 그들이 충돌하거나 어울리며 만들어 내는 ‘사이’ 그리고 ‘찰나’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이야기들은 독특하게도, 공감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소리’라는 청각적 촉각을 사용한다. Intro (Tr.1)의 터널을 막 빠져 나와 마주치는 ‘사랑의 진실’(Tr.2) 도입부를 떠올려보자. 갑작스럽게 들이치는 빛, 민트 플라보 음료처럼, 화ㅡ하고 몽글거리며 들어오는 소리의 포말.
‘어디선가(feat.양파)’ (Tr.3) 강렬한 펀치와 드라이브감이 도입된 프렌치 일렉트로 곡으로 서정적이던 양파 본래의 성향을 폭력적이면서 둔중한 힘으로 밀어내는 리듬 속에 배치했다. Rocking한 그녀는 날카롭게 으르렁거리면서 여성적인 탄력감을 유지한채 음악과 블렌딩된다.
‘바보같이(feat.캐스커)’ (Tr.4) 캐스커의 Juno는 최근 앨범에서 ‘물고기’라는 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그는 여전히 이 어항에 담긴 물고기인지도 모른다. 80년대와 뉴웨이브 컬러의 수초 사이를 여리고 내성적이지만, 미끈하고 리드미컬하게 헤엄치는.
사실 Astro bits의 정교함이 프리퀀시나 리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건 ‘보고싶어’(Tr.5)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다. ‘너를 보내고 견딜 수 없는 내 심장은 이제 그냥 쉬지 못한다.(잠이 들 수 없다) 그래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내가 살고자 마시는 술이 너를 꿈에서조차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직설이었으면 평이했을 이 인과 구조의 축을 뒤집어 덤덤하고 절묘하게 이야기하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이 그리움은 귀납적으로 거짓이 될 수 없다.
그의 앨범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진행형 사랑 이야기인 ‘오늘 일기’(Tr.6)는 사랑도 때론 이런 얼굴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소프트하지만 리드미컬하고, 리드미컬하지만 발랄하지 않다. 과하게 달지 않은, 질리지 않는 솜사탕처럼.
‘집에 오는 길(feat. K-Jun)’(Tr.7)은 그가 Astro Bits라는 이름을 가지기 이전, 본명으로 발표한 앨범 [수호천사]의 작법을 담고 있는 곡이다. 맞다, 그가 언제나 그렇게 촘촘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공간의 층이 보이고 쉬어갈 수 있도록 편안한 땅도 펼쳐진다. 모난 곳 없이 열려있는 공간이 다른 공간을 수용하며 여유있게 열렸다 닫히며 이어져 간다. 추억을 품고 집에 오는 길들이 언제나 그러했듯이.
‘얘기, 얘기’(Tr.8)는 노라조의 모든 히트곡들을 작사/작/편곡한 딜라이트의 dk가 가사를 붙인 곡이다. 이 노래 속의 가사는 사실적이고 소소하며 위트있지만, 편곡은 미래지향적이고 비현실 적이다. 이 두가지의 섞임으로 인해 그 괴리감과 거리감은 더욱 증가하는 느낌이다. 리듬은 크지만, 얘기는 부드럽게 들린다. 목소리는 나긋하지만 내용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들어보면 솔직함과 애정을 느낌 수 있다.
‘지금이 미래야(feat.리쌍)’(Tr.9)는 힙합 유닛 리쌍이 하이브리드한 일렉트로니카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좋은 뮤지션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장르를 포괄하여 음악은 하나다. 후방에 포진된 구성이 카타르시스를 만들고, 내용을 위한 편곡은 제 할 임무를 다 한다. 시간이 지나 한 남자가 된 그가, 그 길을 걸어오는 십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별의 기억’(Tr.10) Astro Bits 최초로 이미 완성된 가사(박창학)에 곡을 입혀 완성한 노래다. 넓은 저역의 킥과 함께 울리는 남자의 심장은 별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을 약속하며 뛰고, 킥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별들은 쓸쓸한 포물선을 그린다. 그리고 몰아치는 모래바람 어디선가, 손성제의 섹소폰이 잊혀진 별들과 만난다.
‘어디선가’(Remixed by Kayip) (Tr.11) Kayip은 영국 왕립 음악원 작곡과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다양한 실내악곡 및 피아노, 관현악곡을 작곡하고 2009년부터 윤상과의 프로젝트 작업,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Apollo’ 앨범을 현대음악 앙상블 버전으로 재편곡한 재원이다. 또한 2011년 자신의 앨범(Theory of everything)을 발표했다. 강렬하고 강력한 원곡의 느낌을 Kayip다운 느낌의 강렬하고 강력함으로 재구축했다.
‘사랑의 진실’ (Remixed by Oriental Funk Stew) (Tr.12) Oriental Funk Stew는 미국의 하우스 레이블 Odd&Ends Music을 통해 The Way We Slice.EP를 발매,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DJ Olivier Desmet과 프로듀싱 팀을 결성해 활동중인 한국 최초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하우스 아티스트다. 원곡 역시도 일렉트로닉이지만, Oriental Funk Stew은 이 곡을 충실한 클럽튠의 일렉트로닉 하우스로 재편곡했다.
이것으로 우주 히치하이커 Astro Bits의 여행기가 마무리된다. 이전의 그는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배낭 가득 넣어야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는 이전보다 가벼워 보인다. 우리는 알고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깊이가 더해질 수록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깊어지기 위해 무거울 필요는 없다. 자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침울해질 필요도 없다. 가벼움의 힘은 무거움과 단절할 줄 아는 힘이다. 가벼움이 가벼울 때 무거움도 깊어진다. (베르트랑 베르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