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 3집 / A Summer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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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음악 [A Summer Place]
그의 음악은 늘 기억을 반추시키는 힘이 있다. 음악을 듣는 순간 지나온 순간의 장면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혹은 아련한 사진처럼 머릿속에 떠돈다. 그리고 그 순간으로 음악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얼마 전 휴일 방 청소를 하던 중, 미리 나올 그의 음악을 듣는 중에 무심코 서랍 속 보물 상자가 떠올라 열어보았다. 그 상자에는 오래 전부터 보관해 오던 편지, 그리고 여러 사진들, 수없이 많은 이들과 나누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내려 앉아 있었다.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건네준 소중한 이야기들은 세월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소개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에 있을까.
20대 초반 열병 같았던 첫사랑 그리고 몇 번의 사랑과 헤어짐, 당시의 친구들과 나누던 시시콜콜한 이야기, 불안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의 시간들, 입사시험, 자주 가던 곳, 심야의 라디오프로그램, 여행, 나의 취향이 반영되어 열독 하던 책들...
어른으로 자랄수록 우리는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정신 없는 일들에 몰두하고 불확정한 시공간에서 생존을 강요당하며 미래를 계획한다. 청춘을 같이 했던 동료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일의 과중한 피로함이 몰려올 때, 외로운 나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문답처럼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며 환기를 하곤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느덧 그 시절의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을 때, 그 시절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상황과 생각들이 지금에 와서야 그 답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다.
실제로 그는 오래된 작곡노트에서 그의 기억을 담아 작곡한 음악들을 소개한다.
A summer place(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피아노와 클래식 기타가 대화를 나누며 피서지의 밤 바닷가를 연상시키며, 오보에와의 2중주인 기억 속 멀리멀리는 아련하게 남겨진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연애는 플루트와 피아노가 남녀의 모습처럼 그려지면서 연애할 때의 설레임과 기분을 전달하는 하나의 단편 영화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봄바람 part1, part2는 봄바람이 데리고 오는 지난 순간의 편린과 기억에 대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다소 실험성이 돋보이는 음악들도 있다.
You don't love me but I love you는 하나의 선율이 다양한 장르로 융합되어 나타난다. 시작부분은 감성적인 힙합 음악 같기도 하지만 jazz의 즉흥연주도 나타나고 이후에는 클래식 음악 같은 느낌이 돋보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프랑스 근대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의 작품을 편곡하여 라벨이 이미 작곡한 부분과 이진욱이 만든 부분이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구성하였다. Sweet Revenge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작품이 연상된다. 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만든 곡이다. 장마의 내리는 차분한 빗소리가 떠오르고, 그 안에 담담히 이야기하는 한 남자의 독백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동요 학교종은 그만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음악들로 재해석하였다.
이진욱의 3집 A summer place(피서지에서 생긴 일)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음악이다. 가끔 연주음악을 들을 때 제목들과 음악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번 그의 앨범 A summer place (피서지에서 생긴 일)을 듣는 순간 나는 보물 상자에 담겨진 편지들이 떠올랐고, 그 편지를 읽는 중에 당시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가장 아름다우면서 불안한 시간들이 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다.
이번 7월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콘서트'A Summer Place'는 3집 'A Summer Place' 발매 콘서트로 'A Summer Place'라는 영화처럼 '휴가지에서 생긴 일'의 컨셉으로 여름여행을 온 것같은 음악들로 꾸며질 예정이며, 바이올린, 첼로, 플룻, 오보에, 기타 를 비롯 여름에 어울리는 악기들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역을 만들어온 피아니스트 이진욱이 3집 'A Summer Place'를 통해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되며, 'A Summer Place'에서 그 음악을 가장 먼저 라이브로 접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