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 What's It All About
|
그래미 수상작 'One Quiet Night'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Pat Metheny의 솔로 작품집!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비틀즈, 사이먼&가펑클, 카펜터스 등이 남긴 팝의 명곡들을
팻 메스니 특유의 느낌을 담아 재해석한 커버 앨범!
거장의 여유와 깊이가 느껴지는 이지리스닝 재즈의 모범사례이자,
기타가 표현할 수 있는 서정미학의 절정을 들려주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
이번 앨범은 ‘One Quiet Night’과 마찬가지로, 오버더빙이 없는 내쉬빌 튜닝의 바리톤 기타 위주의 플레이와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철저한 홈레코딩 작업을 통해 구현해냈다.
앨범 전체를 감싸는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 치밀한 편곡과 유려하게 직조해 낸 서정적인 기타 톤은 그의 대표작 리스트에 올려도 손색 없을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다.
특히 팻 매스니가 10대 때 즐겨 듣던 팝 명곡들을 선곡해 화제가 되었는데, 42현 피카소 기타 연주가 신비롭고 영롱하기 그지없는 첫 곡 ‘The Sound Of Silence’ (사이먼&가펑클) 로부터 바리톤 기타의 저음현과 하모닉스로 포인트를 주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인트로의 ‘Cherish’, 그래미 상을 수상한 버트 바카락의 영화 주제곡 ‘Alfie’, 비틀즈의 ‘And I Love Her’ 까지 만인이 사랑하는 팝 명곡들을 독창적이고 세련된 해석과 감수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팻 매스니는 찰리 크리스찬 이후의 재즈 기타의 고정관념을 타파한 선구자이다. 그 이전에 존 에버크롬비, 믹 구드릭, 조 디오리오 등이 있고 정점에는 짐 홀이라는 거목이 존재하지만, 팻 매스니가 테크놀러지, 사운드, 이미지, 주법, 음악적 통합성 및 다채롭게 뻗어나간 자유로움의 줄기들은 각 시대별 이정표였고 새로운 재즈 풍경이었다.
그가 다종다양한 기타와 신쎄사이즈, 오버더빙 및 편집 등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 고도의 작업이나, 미국 중서부, 브라질, 아시아, 팝과 현대음악에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이 고유한 음악으로 완성된 순간 받은 감동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차원의 것이었다.
통제와 조화, 치밀함과 다양성 이러한 점들만이 팻 매스니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통상적인 재즈에서도 탁월한 설득력과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눈부신 인터플레이로 기막힌 즉흥연주를 이끌어 가는 재즈 기타 트리오 연주를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이고, 쿼텟, 듀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는 편집앨범을 제작하더라도 수개월 간의 모니터링을 거쳐 트랙을 추출할 정도로 완벽성을 기하는 면모가 있는 반면, 천성 재즈 뮤지션임을 숨길 수 없는 임프로바이저로서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 이제 이 앨범의 주제인 기타 솔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피아노와 마찬가지 기타는 리듬, 멜로디, 화성이 동시에 표현 가능한 악기로 달리 단 한 대의 오케스트라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지간한 도전정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하더라도 성과를 나타내기 쉽지 않다. 그의 솔로 연주를 그룹이나 오케스트라 혹은 콤보에서 실현했던 바를 기타 한 대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축약한 집대성 혹은 완성형이라 일컫기는 힘들다. 팻 매스니 기타 솔로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접근법과 전개 및 해석방식, 악기에 대한 고민, 하모니에 대한 통찰, 리듬 풀이가 존재한다.
팻 매스니가 영화 사운드트랙 등 이미지에 대한 목적성을 띄지 않고 단지 음악적 동기로만 기타 솔로 앨범을 취입한 경우는 이 앨범 이전, ‘New Chautaqua’, ‘Zero Tolerance for Silence’, ‘One Quiet Night’에 한정된다. 그리고, 대게 그의 기타 한 대에 의한 연주는 사전 철저히 기획되고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 짧은 휴지기 중 떠오른 영감을 정리하는 즉흥적이고 상념적인 경향을 띈다.
‘What's It All About’은 ‘One Quiet Night’에서 약 10년 만에 녹음한 솔로 기타 작품집이다. 오버더빙이 없이 저음의 불가사의한 향이 지배하는 내쉬빌 튜닝의 바리톤 기타 위주로 진행되며, 홈 레코딩이라는 점에서 ‘One Quiet Night’ 2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닝 트랙이 42현 피카소 기타(바리톤 기타를 제작한 린다 만제르의 커스텀 메이드 모델)에 의해 시작되며, 무엇보다 그의 정규음반 중 처음으로 오리지널이 한 곡도 없는 커버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또한 각 트랙에 대해서 이미 이미지 진행과정, 엔딩을 어느정도 상정한 상태에서 녹음에 임했기에 보다 독창적이며 강한 임팩트를 지니고 있다.
수록된 10트랙 모두 팻 매스니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 사이 유행했던 어메리칸 탑 40의 히트곡이다. 따라서 그가 곡을 해부하기 전에 이미 개인적인 친밀도와 멜로디에 대한 호감이 내재된 상태에서 세부적인 변화가 뒤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1번 'Sound of Silence'는 영화 졸업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었던 사이먼 & 가펑클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Guitar' 시리즈에서 착안한 디자인 때문에 명명된 42현 피카소 기타가 사용되는데, 4개의 넥을 별도 튜닝을 해야 하기에 음정을 잡는 데만도 엄청난 공이 드는 난감한 종류의 악기이다. ‘Imaginary Day’의 'In to the Dream'에서 연주가 일종의 실험무대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피카소 기타에 대한 연주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신비롭고 영롱하기 그지없다. 원곡의 하모니를 변형하면서도 멜로디가 고스란히 살아있으며, 하프시코드를 연상시키는 여린 고음부에서 시작하여, 6현의 메인 넥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답운 테마와 프랫이 없는 넥을 오가며 피치와 톤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사운드와 기묘한 서정은 팻 매스니 미학의 정점이라 해도 무방하다.
2번 'Cherish'는 1966년 The Association이 발표한 싱글로, 빌보드 Top1을 기록한 히트넘버이다. 감미로운 코러스의 원곡을 팻 매스니는 바리톤 기타의 저음현과 하모닉스로 포인트를 주는 인상적인 인트로로 시작하며, 팝적인 하모니로 듣기에는 편안하고 쉽지만 다채롭게 변하는 코드가 인상적이다.
3번 'Alfie'는 버트 바카락이 주제가를 담당했던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그래미 어워드를 획득한 바 있다. 팻 매스니는 화성의 재구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코드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하모니와 코드웍으로 리듬감을 동시에 발산한다.
4번 'Pipeline'는 일반 팬들에게 인스트로멘탈 그룹 벤처스 연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1963년 샨테이가 당시 유행하던 서프 뮤직의 정점을 찍은 넘버로 팻 매스니 역시 샨테이 버전에서 착안하였다. 한 옥타브 아래의 저음과 화려하게 작열하는 리듬기타, 익숙한 선율이 어우러져 있으며, 대조 섹션에서 팻 매스니가 즐겨하는 변박이 등장하면서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연주가 전개된다.
이외 완전 새로운 하모니와 멜로디로 재구축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Garota De Ipanema(The Girl From Ipanema'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에 대한 그만의 오마주를, 카펜터스의 카렌 카펜터와 칼리 사이먼의 아늑함과 드라마틱한 요소를 재해석한 'Rainy Days and Mondays'와 'That’s the Way I’ve Always Heard It Should Be', 헨리 맨시니의 'Slow Hot Wind', 소울곡인 스타일리스틱스의 'Betcha by Golly', 'Wow'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비틀즈의 'And I Love Her'까지 팻 매스니는 그 뿐 아니라 만인이 사랑하는 히트 넘버들을 독창적이고, 섬세하며 세련된 해석을 해내고 자신의 감성을 풍성하고 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기타 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감동의 크기는 얼마만큼일까? 세상에 이렇게 어리석은 물음이 있을까 만은, 팻 매스니의 새 앨범을 듣노라면 문득 필자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키는 그의 손 끝 하나하나의 동작과 충만한 음악적 영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팻 매스니 솔로 퍼포먼스의 하모니를 뜯어보고, 템포나 박자, 선율을 세세히 짚는 등 미시적으로 분석하거나 추상적이고 어렴풋한 감을 여러 수사를 동원하여 문장을 꾸민다 해도 이것이 정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 소개 글은 그 작품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순간의 감흥, 귀 기울여 들어본 결과의 한 예시일 뿐, 이 위대한 뮤지션에 대한 유효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없음을 인지하시기를 당부드린다.
2011. 6월 김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