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 정지영 - 여민락 (與民樂) (2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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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소속 해금 김준희와 가야금 정지영 두 예인의 젊은 정악, 여민락!
여민락(與民樂)은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라는 뜻을 가진 악곡으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짓도록 한 노래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관현(管絃)에 얹은 곡이다.
이러한 작곡 배경을 가진 여민락은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악곡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주회장에서 직접 듣기는 쉽지 않은 곡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총 7장으로 된 여민락이 각 장마다 원가락 12장단과 여음 20장단의 32장단씩으로 되어 있는 대곡일뿐더러 처음 1장에서 3장까지는 한배가 상당히 느린 1각 20박 장단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민락 음반을 취입한 김준희(해금)와 정지영(가야금)의 경우 국립국악원에서 오랫동안 연주자 생활을 해 온 선후배의 인연을 가지고 있다. 두 연주자 모두 최근에는 창작곡을 위주로 한 연주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국립국악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악을 기본으로 하여 꾸준히 연주 기량을 다져왔다. 사실 여민락은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 각 악기의 정악보 첫머리에 실려 있으며, 연주자가 악기를 처음 익히기 시작할 때 배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악곡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들 역시 여민락을 배우지 않고 바로 도드리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탓에 여민락이 점차 연주될 기회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국립국악원에 재직 중인 젊은 해금 연주자와 가야금 연주자가 함께 녹음한 여민락 음반이 나온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음반을 들어보면 김준희, 정지영 이들 두 연주자가 단아하고 올곧은 성음을 추구하는 노력하는 연주자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주를 들어보면 두 연주자는 정악 연주에서 깊은 호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이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야금과 해금의 두 악기만으로 빠르지 않은 한배 속에 각자의 성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여민락이라는 악곡을 녹음하는 것, 그리고 그 음원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는 것은 참 용기를 내어야 할 일일지 모른다. 이는 그만큼 김준희, 정지영 두 연주자가 기본이 탄탄한 각자의 연주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음반의 또 다른 장점은 마치 풍류방과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 가야금과 해금 연주를 가까이 감상하는 듯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녹음에 참여한 한재응 팀장이 가야금과 해금의 원래 음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이다.
여민락 음반을 내기 위해 서로의 성음을 들어가며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김준희, 정지영 두 연주자가 차세대 중견으로 자리매김하는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 2011.06 한국교원대학교 음악교육과 성기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