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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폐인 (Papain) - 월광지애

‘Project of 월광지애’ 폐폐인에서 류키로...

폐폐인은 밴드로 출발했지만 이후 리드보컬 류키만 남은 채 1인 프로젝트 형태로 꾸준히 활동을 계속했다. 데뷔앨범 [Youth](2004)를 시작으로 푸른 감성과 서정적 멜로디가 돋보였던 두 번째 앨범 [True Romance](2006), 그리고 랩에서 체임버팝의 무드, 넘실대는 그루브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타일을 반영한 세 번째 앨범 [End And](2008) 등 다면적인 형태로 음악적 진화를 계속해 갔던 것이다.

그런데 3집은 ‘End And’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후 폐폐인의 새로운 징후가 예견되었다. 숱한 음악 장르를 섭취하고 또 섭취해도 목마르기만 하던 류키의 ‘식탐’과 표현욕구, 결국 그것은, 보다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자 그간 폐폐인이 해왔던 방식(과거)을 폐기(End)하고, 그리고(And), 발전적인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다는, 다시 말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폐폐인의 새 출발'을 상징했고 이것은 류키의 1인 프로젝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앨범 발매 얼마 후 류키는 갑작스럽게 군 입대를 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혹자는 인기 관리를 위한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냐며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정작 류키의 생각은 달랐다.

국내 그 어떤 음악인들보다도 더 치열하게 무대를 불태우며 공연에 청춘을 보내다시피한 류키, 그야말로 지칠 줄 모르는 ‘공연의 에너자이저’였던 그로서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많은 공연 활동으로 심신이 피곤했지만 군에서 정신적인 것 보다는 육체적인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몸은 건강해졌다. 또한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걸러냈다. 사회에선 느끼기 힘든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났을 정도니까.

제대 후 류키는 삶을 보는 시각이 보다 깊고 다양해졌고 그것은 음악적으로도 질료와 그 폭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3집 ‘End And’에서 예견되었듯이, 새로운 시작, 그것은 폐폐인 밴드로서가 아닌 솔로로서의 류키의 새로운 위상정립, 다시 말해 ‘Project of 월광지애’는 폐폐인이라는 복합물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단일물 류키의 본격 출사표인 셈이다.

출사표라는 게 그렇듯 류키의 ‘Project of 월광지애’ 역시 그 비장함과 애절한 정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극적이다. 푸릇하고 탐스러운 봄의 기백과 아름다운 서정미라는 갑옷을 입던 폐폐인 때와는 달리 류키의 이 작품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겨울의 스산한 우울과 창백한 고독, 어두움 속의 약간의 밝음이 오버랩된 노을이 지기 직전의 영상을 보여준다.

기계적 비트가 난무하는 작위적 세련미도 아니고 보컬 테크닉으로만 현란하게 치장된 것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의 절규,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더욱 폐부를 찔러댄다.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감정에 충실한 정통적인 가요 발성에 의한 발라드다.

류키의 진성은 특히 색감이 매력적이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선 소리의 울림 점을 가슴 쪽에서 많이 강조하다보니 그 호소력이 더하고 남성적 매력도 물씬 풍겨난다. 거기에 사운드퀄리티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폐폐인 시절엔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레코딩 작업이 끝난 후 만족스럽지 못한 음질로 아쉬움을 주곤 했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돈도 돈이지만 믹싱 및 녹음작업 전반을 류키가 직접 나서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작업된 음원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마이너’스러운 이전 사운드와는 달리 ‘메이저’적인 양질의 풍요로운 소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슬프다 못해 창백하기까지한 표정의 작품임에도 우아하고 고상한 사운드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품마저 서려 있다.

‘월광지애’는 발라드임에도 사극 같은 고풍스러운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잘 어울릴 듯하다. 자신의 컨셉트에 맞게 이곳저곳에서 여러 곡을 받았는데 그중 ‘월광지애’의 곡과 가사에 너무 끌렸다고 한다. 애수의 시정,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류키의 다양한 색감의 입체적인 보이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애, 그러나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것이 말이다. 소리 하나하나가 그리움으로 어루만지듯 안타까운 포옹을 상상케 하듯 시적으로 살포시 다가온다.

‘Project of 월광지애’는 10곡 이상의 곡이 수록된 단일앨범 형태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다. 1곡씩 수록된 하지만 단일앨범 형태로 시리즈처럼 통일된 컨셉트를 지향하며 발매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작사로서는 비용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왜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일까?

그 해답은 3집 타이틀에서 잠깐 암시된 ‘End And’에 있다. 보다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자 그간 폐폐인이 해왔던 방식(과거)을 폐기(End)하고, 그리고(And), 발전적인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다는 쉼없는 창조욕구가 동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Project of 월광지애’는 폐폐인에서 류키로 진화된, 새로운 음악세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쉽게 대충 살아가려는 세상에서 음악 자체로 승부하고 답을 찾으려는 류키의 진정성의 몸부림이다. 폐폐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젠 ‘폐폐인’은 괄호지음하고 ‘류키’라는 고유명사에 주목하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 조성진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