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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Satriani - Strange Beautifu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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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그의 음악 여정의 집약판!
한 세기를 살도록 결정되어진 자에겐 그 한 세기가 단 하루처럼 보이지만, 하루살이에게 있어선 가장 오랜 삶에 버금가는 완벽하게 채워진 하루가 있다.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기한"이라는 관계에서만 존재하게 된다라는 장 그르니에의 관점은 그런 점에서 매우 큰 설득력이 있다.
조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시공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완벽하게 채워진 또하나의 작은 우주와 같은......
인간이나 하루살이나 또는 그외의 많은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기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기준이 달라진다면 조 새트리아니가 제공하는 음악적 "기한"이라는 것은 참으로 풍성하다. 어느 한 곡 또는 어느 앨범을 듣더라도 거기엔 하나의 꽉찬 완벽한 세계가 존해하기 때문이다.
새 앨범 Strange Beautiful Music도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믿을만 하다. 본작 라인업을 보면 베이스의 멧 비쇼넷, 드럼의 제프 캠피텔리, 그리고 퍼커션은 오랫동안 조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존 쿠니버티가 맡았다. 조 자신은 이 앨범에서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프로듀스를 맡았고 벤조와 베이스, 키보드까지도 연주하였다. 캘리포니아의 플랜트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21 등에서 녹음되었으며 6월 25일 전 세계에 발표되었다. 조는 이 신작 발매 후 앨범 홍보차 미국과 유럽 투어를 돌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본작은 한마디로 조의 초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음악 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그런 여정을 첫 트랙에서부터 마지막 트랙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배치함으로써 그런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아라비안적 신비감이 감도는 동양적 무드와 블루노트 펜타노닉과의 조합에 의한 첫 곡 Oriental Melody는 조의 오랜 음악적 관심사이다. 동양 문명과 동양적 감성에 대한 음악적 동경은 그가 지난 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해 온 작업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곡 Belly Dancer는 조의 초기 음악 중의 하나인 Crushing Day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주다. 배킹이나 솔로잉 등이 Crushing Day와 많이 닮아 있는 것이다. 단지 좀 다른 점이 있다면후반의 솔로부에서 팬타노닉한 발상에 기반 그것을 응용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 이 앨범에서 첫 번째로 싱글 커트된 Starry Night도 그의 초기 스타일에 기반을 둔다. 저 유명한 명곡 Always With Me, Always With You와 같은 타입의 기본 테마와 어프로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곡에서도 그는 매우 정통적인 블루노트 펜타노닉 어프로치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Chords Of Life는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지미 헨드릭스에서부터 출발해야 그 이해가 가능하다. 곡의 초반부는 지미 헨드릭스의 고전 All Along The Watchtower의 뉘앙스가 강하게 전해진다. 두 번째로 싱글 커트된 Mind Storm은 배킹이나 테마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 90년대 중반부터 그가 들려주는 음악작풍의 한 예를 담고 있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솔로부에서 스윕 아르페지오 피킹 속주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는 이런 스윕 피킹 속주류를 좋아하지 않던 연주자였다.
하와이언 사운드의 시원하고 정겨운 Sleep Walk에 이어지는 New Last Jam은 그가 존경하는 또 하나의 뮤지션 레드 제플리에 대한 경외감과 애정이 내포되어 있다. 이 곡의 인트로 리프는 전형적인 레드 제플린의 리프인 것. 하지만 곧이어 조 특유의 경쾌하고 비트감 강한 테마가 흐른다. 그러다가 거친 피킹어택과 강렬한 하모닉스 음량, 그리고 아밍 등을 트리키 플레이가 나온다. 이 솔로만 들어도 바로 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만의 버릇들이 집약되어 있다. 조가 코드보이싱 감각이 좋은 연주자라는 것은 Mountain Song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예전부터 add9 코드 계열의 텐션 강한 진행을 즐겨 구사했었는데 이 곡에서도 이런 유형을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발전시킨 구성을 들려준다. 이 계열의 스페셜리스트로는 앨런 홀스워서나 로버트 프립, 앤디 서머즈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앨런이나 로버트의 경우 홀톤과 디미니쉬의 조합 등을 병행해 차갑고 이지적이며 우주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일반인들이 가까이 다가가기엔 어려운 연주를 들려준다. 반면 조는 멜로디컬한 진행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분명한 차별을 보인다.
What Breaks A Heart를 듣고 있으면 이펙트에 대한 그의 계속적인 관심을 알 수 있다. 와와페달은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가장 중요한 장비중의 하나. 이 곡은 특이하게도 갑자기 중반으로 가면 레게와 칼립소적인 흥겨운 리듬으로 돌변한다. 일종의 유머러스한 반전? 하지만 솔로부로 가면 믹솔리디안과 디미니쉬 모드에 의한 레게토 타입의 빠른 솔로가 등장하는데 이런 유형의 솔로 타입은 가장 조 새트리아니적인 어쩌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것이다. 당당하게 전개되는 배킹이 인상적인 Seven String은 마치 퍼즈와와의 투박하고 거친 음색을 연상케 하는 솔로가 "고전적인 것의 현대화"라는 명제를 적절히 달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인트로이자 메인테마가 얀 해머를 생각나게 하는 Hill Grove가 지나면 가장 그다운 제목 중 하나인 The Journey가 등장한다. 강렬한 벤딩 타입으로 시작되어 곡이 어떻게 바뀔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인트로도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어지는 솔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솔로에는 언제나 좋은 멜로디가 있다. 옥타브를 겹쳐지게 해 멜로디컬한 면을 얻어내는 부분이나 강렬함과 아기자기함이 공존하는 전체적 분위기는 에릭 존슨이 연상된다.
Traveler 역시 도입부부터 흐르기 시작하는 배킹은 에릭 존슨이 자주 쓰는 그런 유형이다. 거기에 솔로가 치고 나오며 조 특유의 스타일로 분위기를 이끈다. 이 곡에서도 펜타토닉한 발상의 정통적인 어프로치가 요소요소에서 등장한다. You Saved My Life는 그동안 열정적이고 현란했던 위의 곡들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양된 감정을 추스리려는 듯한 그런 연주를 들려준다. 차분하게 파이널을 장식하겠다는 의도일까? 다소 약하게 걸린 오버드라이브 음량과 내추럴 톤이 오버더빙되어 하나의 작은 기타 실내악을 듣는 듯 하다.
공신력은 구매자의 선택에 확실한 믿음을 준다. 그런 점에서 조의 일련의 앨범들은 기성 플레이어나 매니아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신작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그는 줄거리가 있고 핵심이 있으며 기타음악의 주요 화두로 등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일정 수준을 지켜 나가고 있는 그에게 갈채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