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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프로젝트 - 달잡이
권순우프로젝트 앨범 ‘달잡이’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 권순우. 그러나 그는 2001년 ‘과거’라는 앨범으로 이미 팬들 앞에 선 5년 관록의 락 가수이다.

단 한 장의 앨범이었지만 첫 앨범인 ‘과거’ 이후 권순우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토종 락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대학가 공연장에서 그의 라이브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권순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권순우의 매력은 이렇다, 하고 한 마디로 풀 수가 없다.

어쩌면 한 마디로 풀어낼 수 없는, 권순우라는 한 명의 가수 속에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다채로움(?)이야말로 권순우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인권의 목소리에 안치환의 창법

우선 한눈에 보기에도 “마른 전인권이네” 할 정도로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로 대표되는 그의 외모는 들국화의 전인권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그가 클라이막스 부분의 샤우팅을 선보일 때면 영락 없는 전인권이다. 가슴 밑바닥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운을 끄집어내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80년대 이후 어느 곳에서도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웠던 우리나라 락 보컬의 정통을 들려주는 듯하다.
또한 고음 부분의 창법은 마치 안치환을 데려다 놓은 듯, 올라가지 않을 듯하면서도 끝내 다다르고 마는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이렇듯 외모와 보컬만으로 80년대 언더그라운드 락의 이미지를 살려내는 권순우의 힘은, 가슴 속에 열정을 묻어둔 채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로 살고 있는 잠재적 팬들에게 음악적 떨림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김현식의 중저음

락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권순우의 읊조리는 듯한 중저음을 듣다 보면 작고한 선배 가수 김현식을 만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볍지 않은 중후함이 묻어나는 권순우의 중저음은 오래 전 낡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은 낡은 앨범 속 사진을 펼쳐 보듯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한때 김현식의 읊조림에 가슴시린 쓸쓸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권순우의 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아련하고 쓸쓸하지만 그리운 그 시절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가볍지만 촌철살인의 위트가 있는 김씨의 입담

그렇다고 권순우가 7080세대의 향수만을 자극하는 옛 느낌만을 가지고 있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권순우는 무대에 서면 노래뿐 아니라 친근한 이야기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데,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개그맨도 아니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 웃음은 개그맨이 몸짓과 입담으로 끌어내는 웃음과는 전혀 다르다. 어눌한 말투로, 가볍게 툭툭, 내뱉는 그의 말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 같지만, 그 안에는 시대를 풍자하고 세상을 빗댄 촌철살인의 유머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부른 노래의 작사를 도맡아 하는(이번 앨범에서도 신현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사랑2’와 리메이크곡인 ‘희망가’를 제외하고 모든 곡의 작사, 작곡을 권순우가 직접 했다) 권순우의 가사쓰기에서 드러나듯,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결코 거시적이고 교과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는 권순우만의 성찰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 관계의 소중함, 세상에 대한 애정 등 젊은이들이 듣기에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의 이야기들이 권순우의 입을 통해 노래로, 이야기로 풀어나오면 가볍게 웃으며 들을 수 있는 유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김장훈의 무대매너

그를 음반으로만 만났을 때는 “거참, 괜찮은 락 가수군” 하고 말 테지만, 무대를 통해 만나는 권순우는 음반 그 이상의 에너지가 있다.
‘저 노래 저 부분에서는 이렇게 하겠지’ 하는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권순우의 돌출적인 행동과 이야기는 그의 음악을 만나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돌발의 기쁨을 만나고 싶다면, 권순우의 무대를 꼭 한번 만나길 권한다.

전인권, 안치환, 김현식, 김씨, 김장훈…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을 열거했지만, 아직 권순우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우리나라 락 뮤지션들을 모두 열거해야 할 것만 같은 권순우의 매력은 한 마디로 ‘다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숱한 선배 뮤지션의 영향을 합쳐놓은 ‘다중이’로 표현하기에는, 권순우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과 한국적 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땀흘린 그의 노력이 너무 크다. 일단은 한번 들어보고, 또 일단은 한번 무대에서 권순우를 만나 직접 느껴볼 수밖에.


‘나’에게 더욱 가까워진 ‘나의 이야기’

권순우의 매력은 된장냄새 나는 친숙한 락이라는 것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를 선언이나 교과서가 아닌 일상의 성찰로 끌어내는 가사에 있다.
프로젝트 첫 앨범이자 권순우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앨범 <달잡이>는 성찰의 깊이와 태도가 훨씬 더 농익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5년 동안 권순우가 살아내야 했던 일상은 평범한 생활인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된 세상에 배신과 좌절의 아픔도 겪어야 했고, 또 그 아픔을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이겨내기도 했다.
점점 더 중심을 잡고 살기 힘든 세상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사람에 대해, 때론 무심하게 때론 나른하게 툭툭 내뱉는 듯한 노랫말과 멜로디는 마치 대포집에 마주 앉아 어깨를 다독여주는 오랜 친구같은 느낌이다.
권순우가 세상을 이야기하는 방식의 편안함은 ‘자유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스꽝스러운 트로트 리듬으로 분단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가볍게 비틀다가 펑크락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진행은 무거운 현실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는 일상인의 바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이야기마저도 ‘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권순우만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권순우가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리고 배신과 절망을 주는 세상에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그래서 권순우의 노래는 그것이 사회현실을 이야기하는 노래든, 사랑을 이야기한 노래든,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담겨 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는 여전히 자유를 갈망할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권순우가 노래하는 사랑은 그리 달콤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지만 힘들고 지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친구의 다독임처럼 편안함이 묻어난다. 리메이크곡인 ‘희망가’나 ‘비가 온다’처럼 내가 느끼는 절망만큼 똑같이 절망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타이틀 곡인 ‘넌 멋진 사람이야’나 ‘여자가 좋다’처럼 편안한 대사로 다독이는 노래가 있다. 청자와 함께 절망하고, 또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손을 내밀어 다독이는 그의 노래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된다.


달을 따러 가던 아이처럼…

권순우프로젝트의 앨범 제목은 ‘달잡이’이다.
어린시절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을 때 뒷동산으로 달을 따러 가던 아이처럼, 이번 앨범을 통해 청자들은 자신의 일상과는 무관하게 제멋대로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자유의 달을 따러 가는 희망의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만이 희망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