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 세상의 모든 음악 6집 / 저녁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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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6집] 저녁 창가에서
단단히 걸어 잠갔던 마음의 두터운 벽을 부드럽게 노크하는 노래.
그리고 거기에 푸른 창을 달아주는 노래들...
빈틈없이 꽉 짜여져 돌아가는 일상의 시간과 다투고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 생각과 다투고
소란스러운 소음과 다투고, 각박한 세상과 다투고...
그렇게 날카롭게 각이 섰던 마음의 모서리들이 저녁이 되면 조금씩 부드럽게 풀어져 내립니다.
현실의 날카로운 각들이 허물어진 그 마음이 저절로 창가로 향합니다.
차 안에서 흔들리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
병실에서 쓸쓸하게 창밖을 보는 사람
따뜻한 집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창밖을 보는 사람
동료들과 반가운 시선을 나누며 창밖을 보는 사람...
그렇게 저녁 창가에서 창밖을 응시하는 사람들 마음에 음악이 흐르면 마음의 깜박이를 켜고 현실이 아닌 다른 시간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자유롭게 꿈의 공간으로 오르고, 먼 추억의 계단을 내려가 보고.
또 이 별에서 너무 멀기는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사는 저 다른 별로 상상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녁 창가에서 음악을 듣고 나면 뭔가 뭉클하게 힘줄이 솟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솟아올라 줍니다.
그 느낌은 욕심이나 욕망 같은 것들을 깨끗하게 초기화시켜줘서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극이 되어줍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 6집, 저녁 창가에서》는 그렇게 해가 천천히 지는 창가에 서서 노을이 지는 것을 젖은 시선으로 응시했던 당신에게
하룻밤을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대고 꼬박 지새보았던 당신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벽은 존재합니다.
단단히 걸어 잠갔던 그 마음의 벽에 음악으로 '푸른 창'을 달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의 잠금 장치를 풀고 세상 속으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안타깝게 그리워하던 사람이 거기... 서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진
■ 수록곡 소개
01 Quelli Chi Un Anu A Nimu (Those Who Are Alone In The World) - I Muvrini
I Muvrini는 1977년 결성돼서 코르시카 음악을 월드뮤직의 대열에 당당하게 올려놓은 5인조 그룹인데, 코르시카에만 사는 산양 종류의 상징적인 동물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 노래는 영어로 하면 'Those who are alone in the world' 라는 뜻으로 1998년 음반 《Leia》에 수록되어 있다.
I Muvrini의 음악에 스며있는 아련한 애수와 고독은 그들의 조국 코르시카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탈리아에 지배당하다가 현재는 프랑스에 속해 있는 코르시카.
역사적인 아픔을 슬픈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코르시카 사람들.
그들의 아픔이 이 노래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연인이여. 일상의 저녁식사가 없는 밤에는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네
우리에게 좋았던 시절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네
그 모든 것이 혼자인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진정 혼자인 사람들....
과연 고독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고독한 건 마찬가지.
나라의 독립을 열망하든, 간직한 꿈을 이루길 열망하든, 꿈꾸는 사람이 고독한 건 마찬가지.
그렇게 고독한 사람이 외로운 시선을 들어 창밖을 보며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에 경계령을 내려야 한다. 고독 주의보를...
***
GF Bernardini 《Quelli Chi Un Anu A Nimu - Vocals: GF Bernardini, Alain Bernardini》
ISRC 072435253, (P)1998 AGFB Production. Licensed Courtesy of
Sony Music Entertainment Korea Inc.
02 Trende La Medianoche (Midnight Train) - Gabriela
197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한 아르헨티나의 민중가수 Gabriela. 《Trende La Medianoche》는 독일음반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그녀의 1996년 음반 《Deltras Del Sel》에 수록돼 있는 곡이다.
재즈 기타리스트 Bill Frisell의 몽롱한 기타에 어우러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뭐라고 표현할까.
어쩌면 울다 지쳐버린 건 아닐까... 슬픔에 젖어 술을 마신 건 아닐까...
그리움 가득한 얼굴을 창가에 대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왜 그토록 그녀의 목소리는 구슬프게 우리 영혼을 흔들어놓는 것일까.
노랫말도 시처럼 아름답고 가슴이 저리도록 슬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꿈을 꿨어요. 내 소녀를 한 도시로 데려가려고 자정의 기차는 달리고 있었죠.
난 너무도 슬프고 외로웠어요. 내일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울면서 기차를 따라 뛰며 당신을 보았어요. 달 아래 달려가는 기차는 휘파람을 불었죠.
지금은 기억 속에 홀로 있어요. 당신의 모습은 머나먼 플랫폼에 있어요.
나는 심장을 잃어버렸어요. 자정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기차가 올 때마다
손수건을 슬픔만큼 흔들어요. 혼자가 된 길에서 나는 기다릴 거예요.
아르헨티나에는 주로 유럽에서 떠나온 사람들이 산다. 그들은 마음 한 구석에 늘 두고 온 고향을 품고 살았다. 애수에 잠긴 그 고독한 마음들이 노래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 그가 우산도 없이 뚜벅뚜벅 심장 속으로 걸어 들어올지도 모른다.
03 A Noiva Da Cidade - Francis Hime (Feat. Djavan)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쁨만 필요한 게 아니라 슬픔이 필요하다는 브라질 사람들의 믿음처럼 이 노래 역시 부드럽고 자유로운 보사노바 음률에 어딘가 모를 슬픔이 스며있다.
마음속 깊이 잠복해있던 슬픔을 건드리는 진한 호소력이 있는 노래다.
브라질 정상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편곡자, 보컬리스트, 피아니스트인 Francis Hime가 만든 곡을 Djavan이 피처링한 이 노래는 브라질에서 날아와 삽시간에 우리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음악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한 순간이다.
급속하게 다가와 마음에 등불을 켜는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절로 볼륨을 높이게 된다.
04 Kontrapas - Xabier Lete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동부 지역에 자리한 바스크.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강제로 스페인령으로 편입된 후, 그들은 끝없이 독립 투쟁을 해왔다.
강제 합방, 독재 시절의 억압, 독립운동 등 험난한 역사 속을 걸어오는 동안 그들은 애절한 향수와 한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오랜 세월 싸우면서 얻어진 내면의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역사의 억압과 고통에서 비롯된 아련한 슬픔...
그들의 노래에는 이렇게 상반된 빛깔이 공존한다.
바스크 시인이자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린 싱어송 라이터인 Xabier Lete는 아르헨티나 가수 Atahualpa Yupanqui와 함께 Ez Dok Amairu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동안 추억과 사랑, 고뇌, 죽음에 대한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온 Xabier Lete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지난 12월 초 66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다.
《Kontrapas》는 그 노랫말이 참 궁금해지는 노래인데 좀처럼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꼭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마치 우리 민요처럼 친숙한 느낌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닮은 나라의 노래이기 때문일까.
몇 번 들으면 마치 우리 노래 같아서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된다.
단조로우면서도 힘차고, 그러면서도 애조를 띤 음률에 매혹당해 보시길...
05 Como Sera Ma?ana (내일은 어떨까) - Polo Montanez
1955년 쿠바 태생의 Polo Montanez는 농부 출신 뮤지션이다. 그는 악보를 볼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르고 옮길 줄도 몰랐다. 그러나 100곡이 넘는 곡을 직접 만들어 그대로 다 기억해서 불렀다.
2002년 47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의 노래 《Como Sera Manana》에는 그의 소박하고 진솔한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사랑으로 새로운 날을 기다립니다. 왜일까, 내일이면 그녀를 만나기 때문이랍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정말 이상한 감정입니다.
새로운 날,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둘 사이는 왜 이렇게 멀기만 한 걸까요?
만일 그녀가 내 삶의 일부가 된다면 나는 그 사랑으로 죽을 수 있어요.
침묵으로 이제 내 슬픔이 지쳐버렸습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별을 헤아립니다.
달이 뜨면 왜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정말 알 수 없어요.
내 마음이 아파요.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까요.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고된 기다림,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 애달프지만 약간의 설렘도 있는 그 마음이 잘 스며있는 노래이다.
긴 기다림 끝에 해후를 앞둔 밤, 설레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마음을 잘 담은 이 노래를 들으면 기다림에 애태우던 시간이 생각나며 쓸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또 눈시울은 왜 젖어드는지...
06 Butterfly - Rajaton
1997년 헬싱키에서 결성된 6인조의 아카펠라 그룹 Rajaton.
Rajaton은 핀란드어로 '무한한' 혹은 '경계가 없는' 이라는 뜻이다.
《Butterfly》는 클래식에서 팝, 록, 재즈, 포크 그리고 가스펠까지 자유롭게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은 그들의 소망을 담아낸 건 아닐까.
가냘픈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며
세상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느낌의 Butterfly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환상적인 악기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가녀린 날개를 퍼덕이며 긴 여정을 떠나는 나비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니, 내가 나비가 되어 훨훨 세상의 구석구석을 날아다닌다.
힘들고 고된 애벌레의 시간들을 거친 나비는
지금쯤 어느 허공을 날아가고 있을까?
07 Caruso - Antonio Forcione (guitar), Sabina Sciubba (vocal)
이 노래는 나폴리 기계공 출신의 전설적인 테너, '황금의 목소리'라고 불렸던 Enrico Causo가 묵었던 호텔을 방문한 Lucio Dalla가 Causo를 추모하면서 즉흥적으로 만든 곡으로 노랫말 속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이윽고 흐르는 눈물,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감동이 밀려오면
그대의 목소리는 내 마음을 읽고 있다네.
그는 노래를 다시 시작하네. 그대의 목소리는 감동 속에 떨린다네
당신을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나폴리 바다에 불어오는 바람이 담겨 있고,
바다를 넘어가던 햇살과 수면 위를 반짝이던 삶의 무늬들이 담겨있다는 평을 받았던
Caruso의 음악은 지금도 이 노래 《Caruso》 속에, 그리고 사람들 마음에 전설로 남아 있다.
많은 테너들이 《Caruso》를 불렀지만 Sabina Sciubba의 《Caruso》는 그 느낌이 다르다.
이탈리아 재즈 기타리스트 Antonio Forcione의 기타 소리가 먼저 마음을 노크한다.
그리고 마음문을 미처 열기도 전에 애절한 Sabina Sciubba의 목소리가 침입하듯 들어선다.
기타 하나와 목소리만으로 아름다운 감동이 차고 넘친다.
영국의 매력적인 여성보컬리스트 Sabina Sciubba의 이 노래를 하늘에서 카루소가 듣는다면
그는 미소를 지을까, 눈물을 흘릴까?
08 This Lullaby - Carol Welsman
어머니가 아기를 재우며 부르는 노래 자장가.
노래 중에 가장 오래된 장르가 바로 자장가 아닐까?
요람을 흔들며 아기의 가슴을 가만가만 두드리며 부르는 자장가를 들으면 아기는 어느새 쌔근쌔근 낮은 소리를 내며 잠이 들곤 한다.
자장가를 듣던 아이보다 자장가를 부르던 어머니가 먼저 잠이 들어버릴 때도 있다.
그렇게 자장가는 듣는 아기에게도, 부르는 어머니에게도 평화로운 안식이었고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이었다.
이 자장가를 부른 Carol Welsman은 '재즈계의 새바람' 이라고 칭송되는 캐나다의 보컬리스트다.
스윙, 재즈, 라틴재즈, R&B,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소화해내는 실력파 뮤지션에다가 달변에 세련된 팔등신의 외모, 자신감 넘치는 매력을 보여주는 Carol Welsman이지만 그녀의 자장가는 감미롭고 나긋나긋하다.
이 노래를 듣노라면 더없이 순수한 편안함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엄마 품에 안겨 잠들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09 Missing (Inst) 영화 《워낭 소리》 - ost
소는 길어야 20년을 산다는데 그 소는 40년을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농삿일을 거들어왔다.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소와 함께 하루종일 일하고 노을 지는 들판으로 돌아오신다.
딸랑딸랑 소의 목에 걸린 방울, 워낭소리는 청아하다.
평생을 할아버지의 자가용이자 친구가 되어주었던 늙은 소는 어느 날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소를 얽어맸던 모든 멍에를 풀어주며 "좋은데 가거래이" 하신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를 알아들은 것일까, 소는 두 눈을 꿈뻑하더니 스르르 감아버린다.
늙은 소는 그렇게 겨우내 할아버지네 땔감을 산더미처럼 해두고 생을 마감한다.
할아버지 거친 손에는 정든 소의 목에 평생 걸려 있던 그 방울이 들려있다.
그 워낭소리가 울려퍼지듯 이 음악이 흐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가슴에
이 음악이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었다.
《워낭소리》의 ost를 맡았던 6인조 퓨전국악그룹 아나야.
우리 전통음악에 새로운 장르를 접목시켜 국악과 현대의 리듬을 살려낸 그 시도가 참 고맙다.
해금과 하모니카가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니!
드럼조차 그들과 이렇게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니!
엔딩곡인 Missing이 《워낭소리》에 또 하나의 감동을 보태주었다.
10 좋은 나라 - 한충은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따뜻하고 향긋하고 편안했다.
집에까지 다 가면 어머니 등에서 내려야 하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던지...
어머니 걸음이 그날따라 빠르게 느껴졌다.
급기야 집에 도착했고 벌써 잠에서 깨어나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잠든 척 했다.
어머니 포근한 등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좋은 나라는 바로, 그런 어머니 등처럼 편안한 나라가 아닐까. 마음 졸이는 불안도 없고,
마음을 흐리는 걱정도 없는 그런 곳,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그런 곳이 바로 좋은 나라는 아닐까.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거예요.
그 고운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음유 시인 '시인과 촌장'의 곡을 한충은의 소금 연주와 함께 안정아 어린이가 불러주었다.
그 순수한 목소리만큼이나 맑은 노랫말을 지녔다. 따뜻하고 편안한 솜이불 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품에 꼬옥 품고 싶어지는 참 예쁜 곡이다.
11 L'ete Indien (Indian Summer) (Inst) - Quadro Nuevo
가을에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북아메리카 특유의 인디언 섬머처럼 음악이 흐른다.
마치 해질녘 거리의 골목을 걷다가 어느 허름한 주점에 들어서면
이런 음악이 흘러나올 듯하다.
그렇게 이 곡은 방황하는 나그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L`'ete Indien은 이탈리아 그룹 Albatros의 《Africa》를 프랑스 가수 Joe Dassin이 리메이크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노래이다.
탱고와 플라멩코, 재즈와 발칸 스윙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연주하는 독일의 4인조 크로스오버 재즈밴드 Quadro Nuevo는 그들의 2006년 음반 《Tango Bitter Sweet》에서 이 노래를 탱고풍의 연주로 산뜻하게 재탄생시켜 놓았다.
우리 인생에도 인디언 섬머가 있다.
기나긴 추위가 찾아오기 전의 잠시 동안의 따뜻함처럼
긴 아픔이 오기 전의 잠깐의 행복은 찬란하고 달콤하다.
그 행복을 누릴 때는 알지 못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인디언 섬머라는 것을...
12 Masikini (Poverty) - Eyuphuro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는 음악에서도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파두 가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Eyuphuro는 모잠비크 고유의 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힘든 역사를 거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그들이 부른 《Masikini》는 2001년 음반 《Yellela》에 수록된 곡으로 '가난'이라는 뜻을 지녔다.
가난... 아프리카의 슬픈 현실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가난은 늘 그들의 허리를 휘게 한다.
언제나 불안한 정치 상황, 끊임없는 내전, 반복되는 기아, 식민지의 유산,
절대적인 빈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프리카의 미래는 어둡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또 다르다. 아프리카는 분명 밝은 미래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무소유의 철학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운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노래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고 가볍고 산뜻하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긍정 마인드의 달인 아프리카 사람들,
착한 마음씨의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들에게 문득 악수를 청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그들은 아이처럼 맑게 웃으며 와락 어깨를 안아버릴지도 모른다.
13 Mi'ma'amakim (Out Of The Depths) - The Idan Raichel Project
이스라엘의 싱어송 라이터 Idan Raichel은 일렉트로닉과 발라드를 접목시킨 음악을 선보인다.
Idan Raichel은 어릴 때부터 아코디언을 켜기 시작했는데, 이디오피아 이민자 거주지를 찾아가길 좋아했다.
그리고 문화와 문화 간 장벽을 허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그는 또, 전통적인 히브리어 가사로 노래를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음악 스타일은 'Hebrew - Ethiopia 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Mi'ma'amakim》은 '깊은 곳에서 나오다(Out Of The Depth)'라는 뜻을 지녔는데,
이스라엘 유대인 관리청이 제작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 구출 작전을 소개하는 VOD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위험과 절망에 처한 당신을 꼭 구하겠노라, 당신을 거기에 내버려두지 않겠노라' 약속하는 노래가사는 좌절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깊은 곳으로부터 내가 널 불렀다. 여기로 오라고.
어떤 것도 너를 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너의 웃음소리가 다시 여기에서 빛나도록 하겠다.
이 음악은 처음엔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번 듣다보면 계속 듣고 싶어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끌리는, 중독성이 강한 음악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던 희망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음악의 힘은 참 신비롭다.
14 Hallelujah - Sofia Pettersson
하룻밤을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대고 꼬박 지새본 적 있는지...
누구 하나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외로움에 빠져서 창밖을 보는데 그 창밖으로 꽃들이 뚝뚝 떨어지고,
눈물이 저절로 떨어져 옷섶이 다 젖어들던 경험을 해보았는지...
그런 사람은 기도의 힘을 알게 될 것이다.
기도를 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손을 모으고 고개를 조아리게 된다. 기도는 '신을 향해 전화를 거는 일' 이라고 한다.
전화를 걸어서 나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고, 희망사항도 말하고, 잘 되게 해달라고 떼도 쓰는 일, 그게 기도이다. 이 노래는 바로 그런 기도의 노래이다.
Hallelujah는 '주를 찬양하라' 라는 뜻의 히브리어인데, 히브리어 성서의 여러 시편에서 대개 첫머리나 끝에 나온다. 이 노래는 고대 유대교에서 성가대가 송가로 불렀던 노래로 추정되고 있는데, 우리에겐 Leonard Cohen의 노래로 익숙한 곡이다.
처음에 피아노가 가만가만 울리다가 Sofia Pettersson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노래한다.
그러다가 트럼펫 소리가 우리 마음을 꽉 채운다.
마치 상채기가 난 가슴에 '호오~'하고 입김을 불어주는 듯한, 참 따뜻한 위로의 노래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나면 마치 기도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을 돌덩이처럼 누르던 무거운 짐을 누군가 들어준듯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에는 신에게 전화를 걸어보시길.
굳이 소원을 말하지 않아도 좋다.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Sofia Pettersson이 대신 전해줄 테니까.
15 Colin L O'Riordan (Inst) - Scottish Fiddle Orchestra
이 곡은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인 Yla Steven이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스코틀랜드 피들 오케스트라의 창립멤버였던 Colin L O'Riordan 교수를 그리워하며 작곡한 곡이다.
빠르게 달려왔던 하루의 지점에서 천천히 걸음의 속도를 늦추는 시간, 성큼성큼 내딛던 보폭도 조금은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눈을 감는다.
서운했던 감정, 미진했던 기분도 다 털어버리고 서서히 자신 속으로 집중해가는 시간,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마음은 투명해진다.
이 연주가 마음에 와 닿는 사람은 하루 중에서 저녁 시간을 특히 좋아할 것 같다.
속도보다 느림을 추구하고 채움보다 비움을 지향하는 사람일 것 같다.
이 곡을 들을 때는 눈을 감고 들어보시길 바란다.
그러면 오히려 잘 보일 것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 글 : 작가 송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