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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ce Mission - My Room In The Trees

잠들지 못하는 외로운 밤의 위안
당신의 가슴 한 켠에 존재하는 심플한 노래들 이노센스 미션(The Innocence Mission)의 2010년도 청승 [My Room in the Trees]


[The Innocence Mission]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극찬한 20세기 모던 포크씬의 생존자, 펜실베니아의 보석 등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을 견인해온 밴드가 바로 이노센스 미션(The Innocence Mission)이다. 학교 가스펠 클럽에서 모인 것이 계기가 되어 1985년도에 결성한 이 트리오는 보컬 카렌 패리스(Karen Peris)와 기타의 돈 패리스(Don Peris) 부부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마이크 비츠(Mike Bitts)까지 세 사람으로 이루어져있다. 처음에는 드러머 스티브 브라운(Steve Brown)을 포함한 4인조 구성이었지만 그는 1999년 작 [Birds of My Neighborhood]가 발표되기 이전 팀을 나간다.

조니 미첼의 당시 남편인 래리 클라인(Larry Klein)이 프로듀스한 셀프 타이틀 첫 정규작은 메이저 A&M에서 발매됐다. 데뷔했을 당시에는 10,000 매니악스(10,000 Maniac)와 비교되곤 했고, 목소리나 구성은 선데이즈(The Sundays)와도 닮아 있었다. 사실 이 당시에는 지금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밴드 사운드의 모던록 스타일이었지만, 비슷한 편성의 1991년 작 [Umbrella]이후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부터는 불필요한 악기군을 제거하고 어쿠스틱한 구성으로 서서히 밴드의 전체적 편성을 바꿔나갔다. 때문에 A&M 시기의 마지막 앨범인 1995년 작 [Glow]는 특별했다. 이는 순수한 아름다움과 고독을 표현하는 데에 부합하는 변화였으며, 노래들은 온화하고 청명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영화 [엠파이어 레코드(Empire Records)]에는 앨범의 수록곡 [Dream for an Insomniac]이 삽입됐는데, 이는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이들의 곡이었다. 아무튼 어쿠스틱+여성 보컬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을 서서히 확보해나갔다. [Glow]가 릴리스된 지 3년 후에는 비슷하다고 비교되던 10,000 매니악스의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의 앨범 [Ophelia]에 참여하기도 했다.

RCA 산하의 레이블 닐링 엘리펀트(Kneeling Elephant)로 적을 옮기고 드러머가 빠진 상태에서 [Birds of My Neighborhood]를 발표했다. 소소한 관심을 얻었고 앨범은 후에 현재의 레이블에서 리이슈되기도 했다. 이후 자신들이 셀프-릴리즈한 [The Lakes of Canada] EP에는 거스거스(Gus Gus)가 리믹스한 [Snow]를 수록하기도 했다. 서프잔 스티븐스(Sufjan Stevens) 또한 후에 [The Lakes of Canada]를 커버했다. 2000년도에도 역시 자신들의 레이블에서 [Christ Is My Hope]를 릴리즈 한다. 순수한 영혼이 머무는 송라이팅으로 이루어진 노래들은 꾸준하고 조용히 세상에 울려 퍼졌다.

2003년도에 명문 인디 포크레이블 배드맨(Badman)에서 [Befriended]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주목 받는다. 배드맨에서 발매된 존 덴버(John Denver)의 트리뷰트 앨범에 수록된 [Follow Me]로 이들의 이름을 알게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2004년도에는 국내에서도 라이센스 된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한 자장가 앨범 [Now the Day is Over]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스테디 셀러로 판매되고 있는 이 앨범의 수익은 자선단체를 위해 쓰이기도 했다. 역시 라이센스 됐던 2007년 작 [We Walked in Song] 또한 배드맨 시기의 노선을 그대로 따랐다. 참고로 앨범은 CD와 LP의 커버가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LP커버가 더 마음에 든다. 돈 패리스는 간간히 솔로 연주 앨범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 방은 나무 안에 있네]
벌써 데뷔작으로부터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전작 [We Walked in Song]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어느덧 아홉번째 정규작인데 카렌 패리스의 소녀같은 목소리는 여전하다. 차분한 피아노의 음색과 느린 듯 비범한 센스를 가진 돈 패리스의 기타웍, 마이크 비츠의 푸근한 우드 베이스 등의 모든 악기군 하나 하나가 애틋한 무드로 둘러싸여있다. 심플한 편성이기 때문에 개별 악기파트들의 존재감은 그만큼 더 두드러지는데, 앨범은 부부의 자택에서 라이브로 레코딩됐다. 커버 아트웍의 그림들은 카렌 패리스의 일러스트이며, 부클릿 뒷면에 있는 멤버들의 흑백 사진이 있는 아트웍 레이아웃은 십몇년째 여전히 그대로다. 아 진짜 짱이다.

비슷한 시기에 티저 EP격인 [Street Map] 또한 발매됐다. [We Walked in Song]과 본 작 사이에 해당되는 EP였으며 국내 보너스 트랙에서도 이 EP에 수록된 [From a Homeland]와 연주곡 [Suitcase Waltz]를 확인할 수 있다.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목가적인 분위기가 상대방을 누그러지게 만든다. 이 첫 곡 [Rain]에는 1997년도에 탈퇴한 스티브 브라운이 드럼파트를 다시금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나즈막한 카운트로 시작하는 동명의 난잡한 맨체스터 밴드를 떠올릴 수 조차 없을 만큼 영롱한 [The Happy Mondays], 피아노와 아코디언이 조화롭게 맞물려있는 [Gentle The Rain At Home], 봄의 생명력에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는 [Spring]과 같은 착한 노래들이 이어진다.

[All the Weather]는 일본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福山雅治)가 출연하는 QP 하프의 "여행자와 샌드위치"편 CM에 사용되기도 했다. 때문에 다른 곡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 짐작할 수 있는데, 페이저가 약하게 걸려있는 일렉트릭 기타소리는 이전 이들의 앨범에서 거의 들어본 적 이 없는 것 같다. 1996년도 곡이었던 [Rhode Island]의 경우 이번 앨범에서 다시 레코딩되기도 했다. 약간은 컴프레스된 피아노의 울림이 유독 아름다운 [North American Field Song], 드럼을 오른쪽으로 패닝시켜놓은 천진난만한 연주곡 [Mile-Maker], 보컬이 빠지자마자 악기/스트링이 치고 올라오는 부분이 무척 매력적인 [The Leaves Lift High] 등의 매력적인 노래들은 차분하게 흘러간다.

피킹할 때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세세히 들을 수 있는 [I'd Follow If I Could]는 원래 [We Walked in Song] 앨범의 보너스 트랙에 [Shooting Star (Sketch)]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곡을 더 손본 버전이다. 피아노 연주곡 [The Melendys Go Abroad]는 마치 서정적인 무드를 작곡하던 시기의 마이클 니만(Michael Nyman)스럽다. CCM 트랙들 [God is Love], [Shout For Joy]와 같은 곡들로 미루어 교회는 여전히 열심히 다니는 모양이다. 특별히 설교냄새는 나지 않아 큰 거부감은 없다. 대신 맥박과 호흡을 한 공간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걸작 [Befriended]에 필적하는 주옥 같은 멜로디들이 살아있다. 항상 그래왔지만 몇몇 곡들은 일부러 음수를 억제하여 어레인지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박하다. 유독 날씨나 계절 관련의 가사/제목들이 많은데, 반짝거리며 빛나는 봄의 부드러운 햇빛, 수채화 같은 여름날의 비 오는 정경,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가을 풍경, 그리고 외로운 겨울의 무드를 싸그리 담아내고 있다. 가끔씩 유년기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사려 깊은 동심과 약간의 습기, 그리고 희미한 우수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종교인들에게는 평온한 치유의 음악이 되어줄 지도 모르겠다. 길을 비춰주는 한밤중의 심심한 가로등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섬세하고 따뜻한 그들만의 세계는 여전하다. 한 곡 한 곡 정취가 있다. 여전히 일상의 정경으로부터 보편적 감흥을 이끌어내고 있다. 평범함을 노래하는 듯 보이지만 때로 이 행복한 무드는 우리네 치열한 일상과는 지극히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이들의 인생이 특별하듯 본 앨범 역시 누군가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걸작이 될 것이다. 2천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수많은 동종업계 밴드들이 활동을 그만 둔다거나 아니면 몇 년째 앨범을 내지 않고 있는-혹은 카우보이 정키스(Cowboy Junkies)처럼 열심히 낸 줄도 못 알아주는- 상황에서 이들의 행보는 각별하다.

어디선가 최근 한국 인디 앨범 리뷰 중 '감성적인', '소소한', '일상의' 란 단어를 빼고 설명 가능한 앨범이 얼마나 될까 라는 글귀를 확인한 적이 있었다. 본 작이 한국 인디 앨범은 아니지만 지금 이 지면에 나 또한 저 세 단어를 하나씩 다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졸라 아름다운 앨범에까지 비속어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과잉으로 한쪽에 치우치는 시장은 분명 문제지만 그냥 모 이런 음악도 있고 저런 음악도 있는 거니까 무엇이 됐든 지금 당장 듣고 싶은 걸 감상하는 것이 '소소한' '일상'에서의 '감성적' 행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영화 [점원들 2(Clerks II)]에서 제이슨 리(Jason Lee)는 모든 것이 바뀔 때 항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무언가를 볼 때 위안을 얻는다는 말을 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비아냥의 의미였지만, 이들의 경우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어-물론 이는 배드맨 시기에 한함- 시시각각 변해가고 순식간에 흘러가는 시간의 체감을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밴드에 있어 변화를 요구하는 편이고, 비슷한 것을 연달아 내놓으면 매너리즘으로 몰아가곤 하는데, 하던 거 계속하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일종의 믿음 같은 감정을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 몇 십 년 동안 똑같은 AC/DC는 아직도 최고의 투어 수익을 올리는 밴드가 아니던가.

비교적 정갈한 음색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음악이다. 이들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것도 우스운데, 묵묵히 전개해나가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오히려 매력적이다. 모 외길을 고집하는 장인이나 달인 같은 예를 들 필요까지도 없다. 이런 음악의 용도가 다 그렇지만 느긋하게 쉬고 싶을 때의 BGM으로 최적일 것이다. 작금의 혼란스러운 시기에는-모 사실 인간사는 언제나 급변하고 있지만- 억지로라도 이런 평안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가끔씩 좀 지독한 슬픔-혹은 슬럼프-에 빠져있을 무렵, 스스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일 때가 있다.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할 때 이 레코드가 상냥하게 흘러주면 좀 괜찮아 질려나. 어디서 떠도는 말처럼 음악으로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지만 음악이 둘러싸고 있는 개개인을 약간은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 혹은 개인의 평화를 위한 아주 약간의 음악이 필요하다. 얘기가 좀 길어졌다.

한상철 (국가대표 피구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