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mutti (홍범석) -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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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utti (홍범석)의 1집 Rest는 마치 하나의 전람회 promenade를 하는 것과 같다.
앨범을 여는 글부터 시작 된다. 그리고 클래식 곡들에 영어가사를 붙이고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대중음악 악기들이 더해진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편안한 편곡은 트랙이 지나갈수록 팝으로 변하며 마지막에는 경쾌한 리듬의 Parole, The winner takes it all의 soft rock version과 dance version, 그리고 Volare의 dance version까지 간다. 그러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람회의 방들을 천천히 산책하듯 돌면서, 각 곡들을 위해 유화로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들과, 곡과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읽는 promenade형식의 앨범이다.
15번 트랙까지 산책하며 듣는 동안 여러 장르의 음악과 그림을 경험하게 되지만, 그 다양함안에는 ‘휴식(rest)’이라는 일관된 기조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promenade를 마친 후에는 어느새 평안해진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음반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다면 그 와인 샵의 주인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당신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번의 1번 트랙을 다시 맞이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잔을 맞대는 당신 앞의 좋은 사람과 이렇게 말 하게 될 것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음악인데?”
여기 Vimutti(홍범석)의 1집 “Rest”에 대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인 Dian Tchobanov가 쓴 평론을 옮긴다.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
내가 이 음반의 노래들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였다. 나의 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인 Sofia Philharmonic Orchestra 의 Vladimir가 이 음반을 꼭 들어보라며 전해 줄 때, 나는 훌륭한 프로듀서 및 연주자이자 전자음악의 대가인 그 친구가 들어보기를 권하는 데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정도만이 있었다.
첫 트랙에서부터 느껴지는 놀라움과 따뜻함은 마지막 트랙으로 갈수록 더해가는 변화와 다양함과 더불어, 나로 하여금 이 음반을 다른 이에게 전할 때 많은 찬사와 설명의 말을 하게끔 할거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지휘자로서 수많은 앨범과 연주자를 경험했지만 이처럼 깊이와 대중성 그리고 격조와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신선한 음반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이 음반과 Vimutti라는 음악가에 대해 느끼는 바를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 사람의 팬이 돼버린 나의 생각을 적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우선, Voice Color면에서 보면 그 어떤 Classical Pop 가수도 갖고 있지 않은 귀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보통, 이런 장르의 가수들은 테너이거나 소프라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완전한 클래식 음악이 아님에도 성악적인 발성으로 경직되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이 음반이 내게 준 첫 번째의 놀라움은 바로 푸근하고 부드러운 바리톤의 음색 속에 무거움이나 경직됨이 없는 자연스러움과 격조와 친근함을 모두 지니고 있는 목소리의 퀄리티였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이러한 목소리로 부르는 앨범의 곡들은 그 곡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는데, 하나의 장르에만 국한되는 소리가 아닌 곡에 맞는 보컬로 rock, 재즈 그리고 댄스에 맞는 음색을 가지고 있는 가수가 얼마나 있을지는 나 역시 의문이다. 성악에 기반을 둔 소리지만 대중적이고, 그러면서도 클래식 곡들을 연주할 때는 성악적인 느낌의 dignity가 풍기게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그가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음악을 공부하고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충실한 발성이 다 들어가 있으며 그것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쇼팽, 푸치니 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 큰 모험일 것이다. 특히, 노래를 위해 쓰여진 곡이 아닌 기악곡으로 만들어진 원곡에 가사를 붙여 노래화 할 때는 노래하기에 적합하도록 원곡을 많이 변형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앨범의 클래식 곡들을 원곡의 멜로디나 분위기를 거의 바꾸지 않으며 원곡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놀라움이었다.
팝 음악 또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 앨범의 팝송 리메이크 트랙들을 들을 때의 행복감과 흥미로움 또한 컸다. 어릴 때 자주 듣던 Bonny Tyler의 It’s a heartache 와 유럽을 휩쓸었던 Parole 에서 보여주는, 원곡과는 다른 스타일에서 오는 매력, 흥미로운 새로운 가사 등은 지난 시절의 추억만이 아니라 새로운 신곡을 듣는 느낌을 들게 한다. 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전혀 다른 편안한 락과 댄스로 만들고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Volare! 모두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묘한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이 원래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홍범석이 이런 장르의 다른 가수들이 갖고 있지 못하는 뚜렷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프로듀싱을 하며 여러 악기를 연주 녹음하고, 작곡을 하고 영어로 작사를 한 이런 장르의 음반이 또 있을까 하는 점도 궁금한 일이다.
감사한 것은,
내가 열거한 많은 놀라움의 흔적들이 듣는 이로 하여금 다양함의 혼란스러움 속에 빠지게 하거나, 음악 자체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모아져서 참 편하게 다가온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으나 좋은 음악이라는 하나의 느낌을 주기에 그 곡들의 변화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음반이다.
편안함과 집중이 동시에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음반을 듣고 알 수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지겹지 않고 더욱 더 빠져드는 음반인 이유는 앞서 말한 많은 매력들이 천박하거나 가볍지 않고 깊이 있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매력들을 자꾸 발견 하려면 이 음반의 곡들을 여러 번 들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갔던 오스트리아로의 여행은 편안함 속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Vimutti 홍범석씨가 이 음반을 만드는데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바쳤을지 짐작이 된다.
그것들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두에 내가 말한 것을 정정하고 싶어졌다.
내가 이 음반을 다른 이에게 전할 때는 긴 이야기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와인 마실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일거야!”
스위스에서 Dian Tchobanov
<Dian Tchobanov 에 관하여>
Dian Tchobanov는 현재 유럽 10대 지휘자에 포함되는 대가로서, Musikbienale Zagreb의 President인 Milko Kelemen으로부터 “새로운 카라얀이 나타났다” 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2010년 Sofia Philharmonic Orchestra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하며 이태리의 The Orchestra of Arena di Verona 에서도 지휘를 맡는 등 유럽 전역에서 수 많은 유명 오케스트라들과 가장 활발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시대 가장 주목 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