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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 Least Likely To - The Law Of The Playground

'가망 없는 소년들'이 만들어낸 이상하지만 친숙한 팝의 놀이터
iPhone 3GS/ iPad 커머셜 송의 주인공

보이 리스트 라이크리 투(The Boy Least Likely To)의 센티멘탈한 ‘놀이터의 법칙’
[The Law of the Playground]

The Boy Least Likely To
영국 런던 북부쪽으로 4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버킹엄셔의 웬도버에 사는 동네 소꿉 친구들인 조프 오웬(Jof Owen)과 피트 홉스(Pete Hobbs)는 밴드를 만든다. 이름은 보이 리스트 라이크리 투(The Boy Least Likely To)라 정한다. 조프 오웬은 보컬과 가사를, 피트 홉스는 작곡과 악기연주를 책임지는 분업화된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깊은 숲 속에서 은둔하며 살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가망 없는 소년들'이라는 밴드명은 역시나 한 감성 돋는 모리씨(Morryssey)의 곡 [The Girl Least Likely To]에서 가져왔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약간은 수줍은 듯 보이는데, 모 이런 음악 하는 친구들치고 안 수줍은 사람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가사에 의하면 어른이 될 때까지 캔디나 빨면서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는 소년들이라고.

리코더와 벤조, 그리고 바이올린과 하모니카, 글로켄슈필 등등을 아기자기하게 배치시키면서 소심한 영국출신 밴드를 좋아하는 일련의 애호가들에게 애청됐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각종 악기들의 유기적 결합은 행복한 드림팝 스타일로 구현되곤 했다. 로스 캄패시노스!(Los Campesinos!)나 프리랜스 웨일즈(Freelance Whales), 그리고 어느덧 이 바닥의 상징 같은 위치가 되어버린 벨 엔 세바스찬(Belle & Sebastian)과 같은 밴드들이 함께 언급되곤 했다. 몇몇 곡들은 상냥한 버전의 슈퍼 퍼리 애니멀스(Super Furry Animals) 같기도 하다.

200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밴드를 시작한다. 일단은 투 영 투 다이(Too Young To Die)에서 7인치 싱글들을 차례로 공개하면서 라이브 활동을 전개했고, 2005년도에 화제의 풀-랭쓰 데뷔작 [The Best Party Ever]를 릴리즈한다. 3개의 싱글과 다섯 곡의 새로운 트랙들로 구성된 앨범은 일본에서 여러 TV CM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의 킬링 싱글 [Be Gentle With Me]의 경우 FNN의 슈퍼 뉴스에서 저녁 6시 45분 경에 방송되는 일기예보 코너의 고정 테마송으로 사용되는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토이 피아노와 간단한 악기들을 적재적소하게 사용해 만든 앨범/ 싱글들은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쿠스틱 라운지 팝 형태의 곡들은 아무래도 시부야-케이가 흥했던 곳에서 다시 작용했던 모양이다. 앨범은 1년 후 미국에서도 릴리즈 됐다.

피치포크(Pitchfork)는 리뷰에 [Puff the Magic Dragon]이 [캘빈과 홉스(Calvin & Hobbes)]나 [아기 곰 푸우(Winnie the Pooh)]와 같은 만화들을 만난 듯하다고 적어놓으면서 극찬했다. 이런 음악 별로 안 좋아할 거 같은 피치포크가 무려 8.5점이나 떤져 주면서 '베스트 뉴 뮤직'으로 등극시켰고, 그 해 탑 50장에도 집어넣었다. 피치포크 특유의 비유를 통한 말장난은 계속되는데, 이들의 곡 [Paper Cuts]에 대해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의 해협과 [Summerteeth] 시절의 윌코(Wilco) 사이를 아즈텍 카메라(Aztec Camera)의 렌즈를 통해 경유하고 있다는 어리둥절한 비유를 늘어놓았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 또한 2006년도의 베스트 밴드 10팀 중에 이들을 꼽으면서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동물 장난감들이 모여 밴드를 만든 것 같다"고 표현했다.

팬들을 위해 싱글 B사이드 모음집인 [The Best B Sides Ever]를 프리오더한 구매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Faith]와 같은 곡의 커버버전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제임스 블런드(James Blunt)의 전미 투어의 오프닝을 담당하기도 했다.

The Law of the Playground
2006년 9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약 2년 반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을 내놓았다. 2년 반 전에는 20대였지만 현재는 30대가 됐다고 한다. 드리미한 구성들에 비해 팝의 강도가 더해졌다. 하지만 유머와 안타까움의 비율은 그대로다. 전작의 분위기에 침착함과 안정감이 더해졌달까. 2006년도에는 레이저라잇(Razorlight)과 투어를 돈 인연이 있었는데 전작에서도 간간히 참여했던 레이저라잇의 앤디 버로우즈(Andy Burrows)가 다시 한번 앨범에 수록된 네 곡의 드럼을 연주해주기도 했다.

벤조가 중심이 되는, 역시나 성장하고 싶지 않다고 노래하는 [Saddle Up]으로 앨범이 시작된다. 신시사이저와 실로폰, 그리고 '풍선'이라는 요소가 아동틱한 무드를 전달하고 있는 [A Balloon On a Broken String], 역시나 벤조의 활용이 돋보이는 [I Box Up All The Butterflies], 브라스와 싱그러운 글로켄슈필이 소규모 마칭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The Boy With Two Hearts] 등의 곡들이 앨범의 전반부를 채우고 있다.

아이폰 3GS의 광고, 그리고 아이패드의 데모 비디오에 사용된 [String Up Conkers]가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박수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들어가는 부분만 들어봐도 몇몇 애플빠들은 무슨 노래인지 즉각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모니카의 울림과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는 어레인지가 오히려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전 작에서도 자신들의 밴드이름을 그대로 곡 제목에 삽입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도 무려 두 곡이 그렇다. [The Boy Least Likely To Is A Machine]과 [The Nature Of The Boy Least Likely To]인데, 전자는 슬픈 어쿠스틱 SF 넘버로 완결됐으며, 후자는 '자연이 아름답게 죽어가기 때문에 슬프다'며 노래하고 있다.

다양한 소규모 타악기들의 배치가 이색적인 [Whiskers], 박수소리의 오프닝과 디스코 비트, 그리고 벤조의 주 멜로디가 흥겨운 [When Life Gives Me Lemons I Make Lemonade], 그리고 일본 ntv에서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김’이 다뤄질 때 BGM으로도 흘렀던 [I Keep Myself to Myself]에는 바이올린과 탬버린, 실로폰이 정겹게 얽혀있다.

'다윗없는 골리앗은 없다'는 놀라운 센스의 제목을 가진 [Every Goliath Has its David]는 마치 어린이의 시선에서 적혀진 듯한 가사로 이루어졌다. 자신이 더 작을지라도 겁쟁이는 아니며, 네가 두렵지 않은데, 왜냐하면 자신은 '퍼피 파워'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이용하는데 하나도 겁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골짜로, 흥겹긴 한데, 30대가 이런 노래를 부르는걸 생각하면 약간 오그라든다.

어쿠스틱 기타와 마치 필드 레코딩을 한 듯한 자연의 앰비언스로 이루어진 [The Worm Forgives The Plough], 따로 싱글이 발매되기도 했던, 마치 스미스(The Smith)의 밝은 곡들을 연상시키는 [A Fairytale Ending]을 끝으로 앨범은 막을 내린다. 이 마지막 곡의 가사는 대략 이렇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용맹스럽고 대담했지/
용과도 싸웠고 트롤들하고 레슬링도 했어/
멍청했지만 꽤 용감했지/
지금도 여전히 그때만큼 멍청하고, 게다가 그때만큼 젊지도 않지만/
나는 아직도 나만의 작은 길을 용맹스럽게 전진하고 있다네/

이 부분은 곡의 제목처럼 동화의 컨셉을 빌려오긴 했지만 이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모 사실 이것이 컨셉 앨범이 아니라면 모든 가사가 그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과 정서일 것이다. 속세에 찌든 추악한 어른이 되는 것 보다는 순수하고 현명한 아이가 되는 편을 택하고 싶다는 것일지도.

Bonus Track: EP - A Fairytale Ending
앨범의 마지막 트랙 [A Fairytale Ending]의 싱글에 수록된 세 곡이 한국 발매버전의 보너스트랙으로 추가됐다. 마치 [Foolish Heart]처럼 시작하는 [My Country Heart]는 사실 컨트리의 멜로디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A Fairytale Ending]과 비슷한 싱그럽고 흥겨운 로큰롤 리듬을 가진 [Happy to be Myself], 기타와 신시사이저 사이에서 트로피칼한 리듬과 카우벨이 돋보이는 [The Summer of a Dormouse]의 경우에는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의 09년 인디팝 컴필레이션을 위해 처음 녹음된 곡이기도 하다. 후에는 곡의 타이틀을 달고 리미티드 에디션 7인치로 발매되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성격답게 7인치 레코드들을 무진장 찍어내고 있다.

그들 나름의 소규모 사운드를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 전작에 마음을 빼앗겼던 팬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멜로디의 질 역시 향상되어 전체적으로 좋은 앨범을 완성했다는 느낌을 준다. 귀엽고 팝적인 매무새를 바탕으로 여전히 훌륭한 멜로디 센스를 뽐내고 있다. 뭔가 적당히 낡은 분위기와 노만 블레이크(Norman Blake)를 연상시키는 가성 또한 듣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지만 어딘가 안타까운 감성 또한 전달한다. 모 사실 이런 무드는 이들의 싱글/ 앨범의 커버만 봐도 즉시 감지 가능하다. 밴드는 스스로의 음악을 '컨트리 디스코'라 명명하기도 했다. 뭐 듣다 보면 그렇게도 들린다.

유독 현악기의 배치가 눈에 띄는데, 보컬과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마도 견고한 송라이팅을 구사하는 여느 트위팝 밴드들의 계보에 이미 이들의 이름이 편입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가사들은 밴드명 만큼이나 어둡고 쓸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미스매치 상태는 무척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해내곤 한다. 때문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른들의 사회에 질려버린 이들에게 추천될만한 레코드다. 행복한 바이브가 거세됐다면 꽤 슬픈 곡들이 되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들의 가사에서 슬프다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참고로 영국에서 11월 29일 발매 예정인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Special]을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 샵에서 프리오더하면 싸인이 되어있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동봉된다고 한다. 팬들은 참고하시길.

아무튼 평화롭고 적어도 듣고 있는 내내 그 기분을 유지시켜준다. 푹신푹신한 일요일의 따뜻한 오후 사이의 미묘한 흐름 속에 잠시 멈춰있는 앨범이다.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즐길 수 있는 팝 앨범인데, 달달한 팝의 본고장인 북유럽 팝 달인들과 승부를 벌여도 뒤지지않을 경쾌하고 상냥한 멜로디들이 넘실댄다. 오밀조밀한 어레인지는 마치 어린아이들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장난감 블록의 완성품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지금 내 방구석에 놓여진 어린시절 장난감 박스-속의 조잡한 컬렉션-를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뿌듯하게 다가온다.

한상철(불싸조 http://twitter.com/bul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