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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커 (Casker) - 5집 / Tender

- 이제는 '캐스커'라는 하나의 장르를 완성시킨, 수많은 뮤지션들의 워너비, 캐스커
- 캐스커식의 플롯: 고독, 슬픔, 그리움을 끌어안아 녹여내는 마음의 지침서
- 햇살같은 존재감으로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위로 [tender]


뮤직스타일리스트, 캐스커

'캐스커'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사람들 뇌리에 깊이 각인된 캐스커(이준오, 이융진)가 2년만에 다섯번째 정규앨범 [tender]를 들고 돌아왔다. 캐스커는 2003년 정규 1집 '철갑혹성'을 발표한 이래 'Skylab', 'Between', 'Polyester Heart', 디지털싱글 '향', EP 'Your Songs'등을 통해 '캐스커'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고급스럽지만 어렵지 않고, 감각적이지만 또한 감성적인 음악적 흐름을 꾸준히 구축해왔다. '윤상','델리스파이스 김민규의 솔로프로젝트 '스위트피','리쌍','두번째 달','요조'등 색깔이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작업을 병행, '캐스커'식으로 변주한 음악들로 '캐스커'라는 하나의 장르를 완성시키기에 이르렀다.
캐스커식의 플롯

tender
1. 상냥한, 다정한, 애정 어린
2. 연약한, 상처받기 쉬운

캐스커는 다섯번째 정규앨범 [tender]를 통해 캐스커의 음악 기조이기도 했던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정서(tender)'로 타인의 슬픔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따듯하고 다정한(tender)' 위로를 건넨다. 이별 후에 남겨진 슬픔을 달래는 캐스커식의 플롯은 고독, 슬픔, 그리움을 구태여 힘들여 떨쳐내기보다는 끌어안아 녹여내는 법을 배우게 한다. 때로는 연약하게, 또 때로는 따듯하게 '손을 내밀면 만져질 것처럼, 선명하고도 뚜렷한 그리움을 안고 한 번 더 들려주고픈 소리(Intro)'로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은 '꼭 이만큼만'으로 캐스커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마다 꾸준하게 시도해오던 부드러운 유러피안 멜로디의 결정체를 느낄 수 있다. 윤상의 가장 오랜 조력자이자 가장 감성적인 작사가인 박창학의 가사로 바닥에 내려진 관계의 상처, 땅바닥에 내려 앉은 감정의 상처들을 바이올린과 재즈기타로 차가운 프로그래밍의 한기를 감싸안으며 그려냈다.

이번 앨범 [tender]에는 모던록씬의 보배,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 롤러코스터의 조원선 등의 동료가수들이 피쳐링에 참가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이례적으로 밴드적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고, 남자 보컬을 기용한 '나의 하루 나의 밤'과 어쿠스틱/일렉트로닉을 결합하는 기존의 작업방식이 아닌 철저히 분리시켜 삭막한 외로움을 극대화시킨 '놓아줘'는 캐스커의 새로운 시도를 엿보게 한다.

캐스커의 새로운 시도는 '물고기'를 통해서도 들려진다. 이준오의 목소리만으로 전 곡이 다 불러진 건 이번이 처음. 짝사랑이라는 작은 어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맴도는 물고기 같은 사랑노래를 듣고 나면 한동안 먹먹한 기분이 오래도록 이어진다.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기존의 캐스커 스타일은 여전히 공존한다. 캐스커 초기부터 사용해왔던 트립합적인 요소가 많이 담고 있어 어찌 보면 가장 ‘캐스커스러운’ 스타일인 'I loved you'는 지금까지 캐스커가 취해온 것처럼 씁쓸한 여운을 남겨놓는다.

그간 캐스커의 보컬로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던 융진의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두 개의 곡 'missing'과 '네게 간다'는 소박한 구성과 베이직한 음으로 캐스커의 짙은 감성을 듬뿍 담았다. 선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 '네게 간다'는 기승전결이 확실해 드라마적 요소를 지닌다. 짧지만 경쾌하고 발랄한 왈츠풍의 리듬과 화려하지 않은 기본 코드들로 연주되는 피아노 선율, 레이어된 단음들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보컬의 구성으로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리움과 설렘의 상반된 감정이 인상적이다.

태양의 강한 빛처럼 존재하던 캐스커의 음악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이제 그 따듯한 햇살 같은 존재감으로 전곡들을 감싸낸다. 음악, 리듬, 플롯의 정교함은 추억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 아직 늦지 않은 사람들의 가장 완벽한 행복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캐스커의 정규 5집 앨범 [tender]는 추위를 달래는 햇살처럼 기억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격려이자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