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s End Girlfriend - Seven Idi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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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의 영화음악,
그리고 모노(Mono)의 투어 파트너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미스테리의 예술가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의 아름답고 기묘한 불협화음 꼴라주
[Seven Idiots]
World's End Girlfriend
1975년 11월 1일 나가사키현 오도 열도에서 태어난 카츠히코 마에다(前田勝彦)는 10세 무렵 들었던 베토벤(Beethoven)의 [운명]에 충격을 받는다. 어린시절 그의 아버지가 수집했던 클래식 레코드에 매혹되어 건반과 기타, 그리고 테잎 레코더와 컴퓨터를 통해 13세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정체가 비밀에 쌓여져 있는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 : 이하 WEG)는 2006년도에 일본 포스트록 씬의 스타 모노(Mono)와 함께 내한공연을 펼치면서,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서는 김연수님의 소설제목에 밴드의 이름이 인용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클래시컬한 스트링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초자연적인 작업물들을 완성해온 WEG는 카츠히코 마에다의 원맨 프로젝트로, 스스로 터득한 레코딩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한 실험에 집중했다. 자신이 밝히기를 그 당시 수백개의 곡들을 레코딩 했지만 그것들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WEG의 음악에는 항상 미묘하고 놀라운 분위기, 그리고 가끔씩 어둡거나 우울한 감성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것들에 매혹당했다.
2000년에 발표한 EP [Sky Short Story]와 정규 앨범 [Ending Story]로 데뷔한 WEG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클래식, 엠비언트, 등의 여러가지 요소를 혼합 시켜 IDM, 포스트록 리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다. 2001년 발표한 두 번째 정규작 [Farewell Kingdom]부터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는데 앨범은 유럽과 대만, 그리고 홍콩에서 릴리즈되면서 호평 받는다. 2002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음악제전 소나(Sonar) 페스티발에 참가하면서도 이름을 날렸으며 2003년에는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이었던 스피드(SPEED)의 전 멤버인 하이로(Hiro)의 싱글을 리믹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즈음 타이페이, 홍콩 등의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투어를 마친다. 2004년도에는 아시아투어, 2005년도에는 유럽투어, 그리고 2007년도에는 미국 투어를 실시하면서 점점 씬의 중심에 도달하는데, 2008년도 영국에서 개최한 올 투모로스 파티(All Tomorrow's Parties)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공간에서 그의 ‘음향’을 접할 수 있었다.
WEG의 최고 화제작인 [The Lie Lay Land]가 2005년 2월에 공개된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본 작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매혹적인 콜라주, 그리고 노이즈와 오케스트라를 심도있게 결합한 사운드를 선보이면서 찬사를 받는다. 마치 영화의 오리지날 스코어와도 같은 앨범으로 실제로 몇몇 영화에서 그의 음악들이 사용되어지기도 했다. 2006년에는 모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발표하면서 포스트록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기도 했으며, 모노와는 조인트 투어를 다니기도 한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2007년 작 [Hurtbreak Wonderland]의 경우 한국에서도 라이센스 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마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을 연상시키는 기괴하고 정감 있는 IDM 사운드부터 포스트록, 클래시컬한 편성의 모던 컴포지션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꾸준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서정적인 무드의 [Hurtbreak Wonderland]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꾸준히 팔리는 이례적인 세일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첫번째 정규앨범 이전에 제작한 [Xmas Song]을 일본의 스트리밍 서비스 웹사이트인 오토토이(OTOTOY)를 통해 한달간 무료로 공개했는데, 무려 2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 올린 이유는 자신의 팬들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받아 듣는 것도 재밌을것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고 한다.
[Hurtbreak Wonderland]를 직접적으로 해체/분해시켜 버린 [Division] 시리즈 또한 온라인상에 공개했는데 단순한 분산이 아닌, 새롭게 믹스/마스터링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의 '리믹스' 버전으로 재탄생됐다. [the octuple personality and eleven crows]의 해체를 시작으로 현재 6개의 시리즈가 완성됐는데, [Hurtbreak Wonderland]의 다이하드 팬들, 혹은 사운드 메이킹이나 믹스/리믹스에 관심있는 아티스트/엔지니어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갈만한 '기행'이 즐비하다. 앨범의 특정 곡에서 리듬, 혹은 멜로디에 각각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이 분리작업을 통해 한 부분에 더욱 집중해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마치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미친 프로젝트 [Zaireeka]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2009년도에는 깐느(Canne)에 초대된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공기인형(Air Doll)]의 오리지날 스코어를 담당하면서 영화팬들 마저 사로잡는다. 사운드트랙은 영화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Virgin Babylon Records
기존에 소속되어 있던 모노의 휴먼 하이웨이(Human Highway)를 나와 2010년도 7월 14일에 트료슈카(Matryoshka), 어바웃 테스(About Tess), 료마 마에다(Ryoma Maeda : aka Milch of Source)라는 라인업을 인솔하고 있는 버진 바빌론 레코즈(Virgin Babylon Records)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사이트 오픈 후 새 앨범에 수록된 [Les Enfants du Paradis]를 무료 다운로드 형태로 공개한다. 이 3년 반만의 정규앨범인 본 작 [Seven Idiots]는 그의 버진 바빌론 레코즈의 첫번째 카탈로그가 됐다. (참고로 2010년 11월 중순에는 어바웃 테스, 그리고 2011년도 초반에는 마트로슈카와 료마 마에다의 새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Seven Idiots
일반적인 전개로 이루어진 노래를 작곡한 이후, 보컬파트를 완전히 제거한 채 남은 트랙을 파괴와 재구축을 반복하는 방식의 특수한 작곡법으로 제작됐다. 치밀한 전개와 아름다운 현악기, 기이한 색스폰, 그리고 컬러풀한 기타연주가 혼연일체가 되어 13곡 77분 여 동안 울려 퍼진다. 특히 매 곡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종류의 기타음색과 프레이즈들은 기타 키즈들이 한번쯤 체크해볼만한 소리들을 담아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스스로의 손으로 부숴버린 이 기이한 팝 레코드는 전작 [Hurtbreak Wonderland]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이전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부 팬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미리 밝혀뒀다. 깨끗하되,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대부분의 곡들은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있다. 기타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몇몇 스피드감 넘치는 트랙들은 비쥬얼 록, 혹은 비디오 게임의 BGM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일전에 추천했던 영화인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 Angelopoulos)의 [율리시즈의 시선(To Vlemma Tou Odyssea)]을 제목으로 빌려오기도 했으며-[Ulysses Gazer]-, 단테의 [신곡]에서 전반적인 흐름을 가져왔다는 본 앨범의 첫 곡의 제목은 [The Divine Comedy Reverse]이기도 하다.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루어진 원작의 역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목에 'Reverse'라는 단어를 추가해 놓았다.
뮤직비디오가 제작된 [Les Enfants Du Paradis]의 경우 마르셀 까르네(Marcel Carne)의 1945년 작 [천국의 아이들(인생유전)]에서 가져왔다. 앨범에서 '연옥'의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Bohemian Purgatory]의 3부작에 이어 아르보 페르트(Arvo Part)의 고전 [거울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Der Spiegel Im Spiegel Im Spiegel]로 '지옥'편이 시작된다. 참고로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은 우리에게는 홍상수의 영화 [생활의 발견]을 통해 잘 알려진 곡이기도 한데, 인트로에 미니멀하게 한음씩 짚어나가는 건반소리는 아르보 페르트의 곡과 흡사한 구석이 있다. 8분 여의 극렬한 디지털화된 고통을 보여주는 [The Offering Inferno], 그리고 앨범 전체에서 가장 판이한 서정미를 담아내고 있는 피아노 중심의 [Unfinished Finale Shed]를 끝으로 이 대혼란의 팝 앨범이 마무리된다.
※ 이 복잡 다양한 앨범은 그의 직접적인 코멘트가 감상하는 데에 더욱 도움을 줄 것 같아 "ototoy.jp"와의 인터뷰 중 몇몇 중요한 부분들을 옮겨봤다.
- 일상적으로 매일 곡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곡을 만들면 평소의 자신이 드러날 수 밖에는 없는데, 그렇다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너무 의도하면 역으로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한다. 어레인지를 해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곡이 되어가기 때문에 사실 전작과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번 앨범의 작업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는데, 심플한 코드 전개를 근본으로 하고 있어서 음악적으로 넓히기가 쉬웠다.
- 코드 위에 멜로디와 프레이즈를 올려놓고 각 파트의 음수를 줄여, 몇 개의 파트를 하나로 압축하고 거기에서 한음씩 낮추거나 올리는, 혹은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해체와 조립을 반복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코드의 흐름이 많이 남아있는 곡과, 완전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흩어진 곡들이 존재했다. 사실 이 '해체'의 경우 일전에 [Division]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것들인데, 이것을 좀 더 작품으로 확장시킨 면이 없지않다. [Division]의 경우 해체의 과정에서 원래 존재하던 오리지날 음원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을 꺼내보이기도 했는데, 이것은 인간으로 말하면 '내장'의 부분을 공개한 것이었다. 작곡하는 시점에서 나 자신에게는 보이는 소리이지만 일반 청취자들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진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 이전 앨범의 경우 전반적으로 영상적인 것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팝 뮤직이라고 하면서도 전혀 팝 뮤직같지 않은 것을 만들고 싶었다. 전체의 스토리는 정해져 있고,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지옥으로부터 연옥을 둘러싸고 최종적으로 천국으로 가는 오리지날과는 반대로 천국에서 시작해서 지옥으로 간다는 흐름을 가진 3부작의 구성이다. 천국에서 지옥, 희극에서 비극, 빛으로부터 어둠으로까지의 경로 등등이 뭉뚱그려진 전체를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직접적인 메시지를 포함하지는 않고 있으며 작품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냥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 11번 [Der Spiegel Im Spiegel Im Spiegel], 그리고 비명소리로 가득한 12번 트랙 [The Offering Inferno]를 ‘지옥’ 파트로, 그리고 8번부터 시작되는 [Bohemian Purgatory Part.1, 2, 3]을 ‘연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종교란 사람을 구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온갖 예술을 확대해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어 위험한 부분과 아름다운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다. ?참고로 WEG가 태어난 오도 열도는 일본의 크리스찬들이 모여 숨어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 1997년도 전후의 공기를 좋아한다.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나 고베 대지진-이것은 1995년도라고 함- 등의 위협적인 무드, [OK Computer]나 피쉬만즈(Fishmans), 그리고 코넬리우스(Cornelious)의 [Fantasma]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등의 재미있는 음악들이 나오기도 했던 때였다. 그 시기는 슬퍼해야 할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뭔가 고양된 분위기가 있었으며, 작품을 만드는 데는 그러한 시기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사실 그 당시 일본의 작품들은 은연중에 그림자가 많았다.
- 기본적으로 전체의 이미지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들이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결국 그 기본적인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건반이나 기타로 최초의 작곡을 시작하면서 소리를 정돈해갔는데, 앨범분량의 데모가 나오기 전까지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지 않는다.
- 모든 악기에는 울림이 있고,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에도 울림이 있다. 이 '울림'은 단순한 특성이며 그 악기, 소리의 편성이 곧 음악이 된다. 어느 음악이 만들어내는 전체 울림의 흐름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울림'이 일치할 경우 그 음악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이라 생각된다. 보통 전자 악기로 낸 노이즈는 소리로서는 재미있지만 거기에 감정 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큰소리로 인간이 외치는 소리는 감정이 강렬하게 들어가 있는데, 인간의 울음, 웃음소리에는 감정 혹은 생각이 강력하게 들어가 쉽게 전해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좋은 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알려진 대로 보컬이 들어간 곡은 없다.
-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현재 스스로의 머릿속에 있는 상태에 가까운 느낌이 본 앨범에 담겨져 있다. 외부의 세계에서 경험한 것이 자신의 내면에 반사되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사에 의해 자신의 세계가 태어나고, 그것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은 곧 외부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Q : 왜 사진으로써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까?
- 처음부터 음악과 그 세계관만을 빈틈없이 보여주고 싶었고,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음악에 있어서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세계관이 흔들릴 확률이 더 높은데, 소설을 다 읽고나서 작가의 얼굴을 보고 이미지가 바뀌어버리기도 하니까 이는 없는 편이 낫다.
Q : 마지막으로 본 작에 대해 말해두고 싶은게 있다면?
- 앨범을 처음으로 듣는 사람이 감상 도중 자다가 '지옥'파트에서 깨어나면 어떨까, 혹은 타워 레코드나 대형 음반매장에서 BGM으로 흐르고 있다가 지옥편에 겨우 도착했을 때 가게의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하는 것에 대한 은밀한 즐거움과 기대가 있다. 과거의 앨범들이 '환타지와 악의'라고 표현되곤 했지만 사실 악의는 별로 없었다고 생각되며, 그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엔진을 가동시켰다.(웃음)
몇 장의 앨범을 추천하기도 했다. 뉴욕 헬 소닉 발레(New York Hell Sonic Ballet)의 [Naruyoshi Kikuchi Y Pepe Tormento Azucarar], 아멧섭(Ametsub)의 [The Nothings of The North], 그리고 아라카지메 키메라레따 코이비토 타치 에(Arakajime Kimerareta Koibito Tachi E)의 [Lush]를 꼽았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자신 안의 세계를 음악으로 출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들 역시 끌어들이고 싶었다고 한다. 당신이 이런 류의 음악, 혹은 음악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은연중에 흘려듣게 된 본 작이 오히려 뜻밖의 신세계를 제공할 지도 모를 일이다.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유희다.
정리 : 한상철(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