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 잔혹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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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미 있는 이름을 가진 여성 아티스트, 한희정의 첫 밴드작
농염한 매력을 가진 보이스로 깊게 새겨질 치명적인 유혹의 연가 ‘잔혹한 여행’
2001년 밴드 '더더'의 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래, 한희정은 2003년 포크 듀오 '푸른 새벽'활동에서 들려주던 어쿠스틱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로 음악팬들에 존재감 있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너의 다큐멘트]와 2009년 발표한 미니 앨범 [끈]을 통해 한희정 만의 섬세한 감성을 담은 멜로디와 맑은 음색은 음악팬들을 사로잡으며 가장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여성싱어송라이터 뒤에는 반드시 한희정이라는 이름이 따라올 정도로 대중들에 익숙한 그녀가 이번에는 밴드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앨범 [끈] 발매기념공연을 시작으로 한희정과 호흡을 맞춘 이래, 2년째 함께 하고 있는 멤버들과 최상의 호흡으로 함께 녹음한 이번 앨범 [잔혹한 여행]은 한희정의 첫 밴드 앨범이다. 절제되어 있으나 이전보다 풍성해진 사운드에 얹혀진 한희정의 목소리는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Siren)이 건넨 치명적인 유혹을 재현하고 있다. 마치 몇 겹의 감정들이 응축되어 있다가 한 번에 내뱉어지는 것처럼 짙은 여운을 남길 7곡의 낱곡들이 여기에 있다.
한희정의 이번 앨범 [잔혹한 여행]은 기교를 자제한 악기 사운드와 직설적인 표현의 배제로 이별 뒤 먼 훗날의 시점에서 지난 이야기들을 추억하는 '어느 가을'의 시간을 관통해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다다른다. 한희정이 지금껏 발표한 곡들을 통틀어 가장 빠른 '입맞춤, 입술의 춤'으로 보사노바 느낌의 기타를 새롭게 편곡해 담아놓은 곡이다.
'우습지만 믿어야 할'은 이미 2년 전에 작업을 마친 곡으로 한희정 콘서트에서 가끔 기타 연주로 들을 수 있었는데, 음악 팬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다.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바뀌어져 우습지만 믿어야 할 것들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해 냉소를 짓기보다는 모순들에 직면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몽환적인 편곡이 인상적인 '반추'는 인간이 가진 신뢰와 이해와 기억이 얼마나 편파적이고 나약한지 다시 한 번 일깨우며 수만 개의 파형을 만들어낸다.
본 앨범의 타이틀과 동명인 '잔혹한 여행'은 여행 같던 사람, 연인이 떠나고 난 뒤,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진 가사로 수많은 청춘들이 겪을 이별 뒤에 남은 그리움을 극적인 사운드와는 대조적으로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게다가 ‘한희정’식 노래의 표본으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희정의 정규앨범 수록곡 '드라마'가 밴드편성으로 재구성/수록되어 가장 어쿠스틱하며 잔잔한 곡인 원곡에 찬란한 슬픔 같은 활기를 부여했다.
어느덧, 잔혹한 여행이 모두 끝나고 조도가 낮은 방에서 연주되는 듯한 피아노 연주곡 '연착'은 여행 뒤 쌓여진 모든 감정의 앙금을 따뜻하게 그러안으며, 눈을 뜨면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푸르스름한 빛을 떠올리게 한다.
끝내 뿌리칠 수 없던, 상처 입을 줄 알고 시작한 사랑처럼 한희정의 새 앨범 '잔혹한 여행'은 지금 이렇게 치명적인 유혹의 손길을 당신에게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