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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氣公團 (공기공단) - メロディ (멜로디)

그 사람에게 이 음악을 들려준다면.

때로는 아이들의 눈이 살만큼 산 어른들의 눈보다 또렷하게 세상을 봅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을 뜯어가며 듣는 평론가의 귀보다, 그저 들려오는 대로 듣는 청자들의 귀가 더 명민할 때가 있지요. 이 이야기들을 보세요.

「들을 때마다 가슴 먹먹하고 애틋해져요. (聞くたびに胸がぐぐっと切ないきもちになります)」
「애틋하고, 따뜻해요. 그런 점이 공기공단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切なく、あったかい。そんなところが空?公?そのものに感じます)」
「그 사람에게 공기공단을 들려준다면… (あの人に「空?公?」を聞かせるとしたら…)」

2010년 3월 일본에서 발매된 공기공단의 베스트 앨범 [ぼくらの空?公?(우리들의 공기공단)]의 발매 광고에 쓰인 팬들의 감상입니다.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즈음.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의 귀에 공기공단의 음악은 이렇게 들렸다고 하네요. 장담하죠. 지금 앨범을 들으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은 한 번이라도 공기공단의 음악을 들어본 당신이라면 분명, 깜짝 놀라고 있을 겁니다. ‘내 마음과 똑같아’하고요. 가깝지만 먼 땅에서, 게다가 서로 전혀 다른 말을 사용하며 살아온 사이이건만 공기공단의 음악을 듣고 그들과 우리가 떠올리는 풍경이나 감정들은 놀라울 만큼 똑 닮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의 신선했던 공기, 햇살처럼 부서지는 웃음들, 신뢰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파장, 그리고 이젠 멀어진 것들을 떠올릴 때 조금 욱신대는 심장 같은 것들이요. 너무 뜬구름 잡는 감상은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마음을 느낀 두 나라의 사람들을요.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머리보다 심장에 먼저 와 닿는 이 음악들을요.

공기공단(空?公?).
시간이 꽤 지난 일이라 아직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만, 공기공단은 이미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2003년 앨범 [こども(어린이)]가 발매 이듬해 정식으로 수입 되었었죠. 그리고 이 라이선스 앨범에는 좀 재미있는 선물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보송보송한 이들의 음악과 어울리는 사진으로 만들어진 엽서 이외에 ‘공기’가 선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쉬는 시간만 되면 앞뒤 책상을 밀어가며 가지고 놀던 그 ‘공기’ 말이죠. 음반사의 센스 있는 프로모션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또 그만큼 공기공단이라는 이름이 한국에 낯설었던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듯 꽤나 잘 어울리는 이 ‘공기’와 ‘공단’의 조합은 ‘공기공단 대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야마자키 유카리(山崎ゆかり)의 이상스런 고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밴드 이름은 무조건 네 글자로 하자’고 주장했다고 하죠. 장난처럼 시작된 이 제안은 결국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합친 ‘공기공단’이라는 독특한 울림의 이름을 만들어냈고, 우연히 탄생한 이 이름은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의 음악을 대표하는 단어가 됩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다소곳해 보이는 이름과 또 그를 쏙 빼닮은 음악과는 달리, 공기공단의 지난 13년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시작은 좋았어요. 97년 밴드 결성 이후 만든 데모 테이프가 한 레코드사의 눈에 띄면서, 활동을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첫 앨범 [공기공단(くうきこうだん)]과 미니앨범 [여기야(ここだよ)]를 발매하게 되거든요. 이후의 활동도 그야말로 정력적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라이브는 기본 중의 기본, 공기공단의 이름으로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 등 음악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와 이벤트들을 모두 성공리에 치러 내죠. 자연스럽게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공기공단이라는 이름이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야흐로 2001년. 메이저 레이블인 Toy Story와 계약한 뒤 정식 데뷔 앨범 [융(融)]을 발표하게 되죠. 그 이후야 뭐, 더 이야기할 필요 있나요. 좋은 노래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받기 마련. 특유의 포근하고 애틋한 감성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팬 층을 두텁게 넓혀갑니다.

여기까지 읽고 ‘대체 이 밴드 어디의 뭐가 순탄치 않단 말이냐’는 분들에겐 그래요,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입니다. 그렇게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이들에게 2004년,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작사와 작곡, 노래를 담당하는 야마자키 유카리, 베이스의 토가와 요시유키(?川由幸)와 함께 공기공단의 창단 멤버였던 건반의 이시이 아츠코(石井敦子)가 결혼으로 인한 밴드 탈퇴를 선언하거든요. 그리고 공기공단의 음악은 처음의 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들의 믿음은 결국 그 해 [하늘 바람 거리 LIVE(空風街LIVE)]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활동 중지를 발표하게 됩니다. ‘공기공단 제 1기’의 막이 내려진 것이죠. 밴드의 휴식기 선언으로 훗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된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높았던 건 두 말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공기공단의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음이 허전했던 건 팬들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들의 자리는 그리 오래 비워지진 않거든요. 휴식기를 선언한 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야마자키 유카리와 토가와 요시유키 두 사람은 2인조로 활동재개를 선언하고, 2기의 첫 번째 싱글 [안녕아침(おはようあさ)]을 발매합니다. 그리고 2006년 라이브 활동 개시와 함께 그간 세션으로 활동해오던 키보드의 쿠보타 와타루(窪田渡)를 공기공단의 새 멤버로 합류 시키면서 지금의 제 2기 공기공단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앨범이 바로 [멜로디(メロディ)]죠.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 [멜로디(メロディ)]
[멜로디]는 새 식구를 맞이한 공기공단의 세 멤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든 첫 앨범이자 공기공단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물론 멤버를 들인 뒤 미니앨범 [선물(おくりもの)](2006)이나 베스트 앨범 [공기공단작품집(空?公?作品集)](2007)을 발표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규앨범과는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공기공단의 팬이라면 아마 앨범을 들으며 안도의 숨을 쉰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멜로디]는 기존 팬들이 원하는 혹은 팬들이 좋아하는 공기공단의 요소들이 모두 모인 앨범이에요. 포근한 멜로디와 마음 속 가장 말랑한 부분을 툭 건드리며 위로하는 노랫말, 그리고 아라이 유미(荒井由?)를 연상시키는 야마자키 유카리의 아련한 목소리까지 말이죠. 세 번째 앨범이었던 [こども(어린이)] 이후 가장 많은 이들에게 지지받았던 공기공단의 모습을 확장판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그 동안 이들 안의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것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공기공단 1기의 음악이 아이의 음악, 한낮의 음악이었다면, 2기의 음악은 어른의 음악 혹은 초저녁의 음악 같다고 할까요. 닮은 멜로디와 같은 리듬이라도 예전의 음악이 어린아이의 웃음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면, 이제는 그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미소처럼 다가옵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쩍 성장한 사운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어떤 앨범보다 풍성하고 꼼꼼하게 벼린 사운드는 일본 팝 음악의 전설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에게마저 ‘모든 곡들이 훌륭하다’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니까요. 이젠 ‘소규모 어쿠스틱 록 밴드’보다는 성숙한 ‘시티 팝 밴드’라 부르는 게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변화된 사운드를 대표적으로 느낄 수 있는 노래로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름의 마지막 곡 <メロディ(멜로디)>를 추천합니다. 7분이 넘는 길이의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또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하는지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몇 배는 더 좋다는 팁도 알려드리죠. 이외에도 여덟 번째 곡 <あすにつづくわたし(내일로 이어지는 나)>도 눈에 띕니다. 새 식구 쿠보타 와타루의 건반이 특히 돋보여요. 쿠보타의 청량한 피아노 소리가 토가와 요시유키의 베이스, 여타 서포트 멤버들의 안정적인 연주와 함께 유카리의 노랫말과 멜로디를 무척 아름답게 꾸며주는 곡입니다.

누가 들어도 소박하고 포근한 ‘공기공단표’ 음악이 가득 담긴 앨범이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좀 더 듣는 재미가 있을 앨범입니다. 친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들이 많을 거예요.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도 그렇지 않던가요. 한 번 스쳐지나가며 듣는 것 보다는, 결에 두고 오랫동안 주의 깊게 들어보길 권합니다. 여전한, 하지만 좀 더 사려 깊어진 친구 같은 음악이 필요했다면 더더욱요.

다시, 당신에게 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면.
공기공단의 음악은 감정의 메신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치고 힘들고, 외롭고 그리운. 어른이 된 뒤 차마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는 그 이야기들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차마 전해지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그런 메신저 말이죠.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게(<6度目の夢(여섯 번째 꿈)>)’라는 말이 그 말만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세상엔 무수히 많은 음악가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 있죠. 그 중에는 분명 음악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훌륭한 것들도 있고, 놀랄 만큼 혁신적이거나 완성도가 높은 음악들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음악에 명반이나 전설이라는 이름을 붙이죠. 물론 그런 음악들이 무척 훌륭하다는 것을 부정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더 오래, 자주 듣고 싶어 하는 음악들은 그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우리와 눈을 맞추고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는 음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곤 해요. 굳이 분류하자면, 공기공단은 아마 그런 후자에 가까운 음악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들어도 좋고, 누군가에게도 슬쩍 건네고 싶은 그런 음악이요.

<멜로디>를 듣다보면 4분 30여초 즈음,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는 순간이 있어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어서 끝나기를, 더불어 이 노래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날이 간절해져 갑니다. ‘어떤 날들이라도 / 우리들 곁의 멜로디 / 시작 음이 들려와 / 음악이 되지(<멜로디>)’. 어쩌면 이들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매일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음악, 공기공단입니다.


음악 애호가 김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