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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캣 (Demicat) - 1.5집 / Tomorrow Sucks

2010 Demicat Present [Tomorrow Sucks]

-일렉트로닉 뮤지션 DJ 데미캣이 선보이는 2년만의 앨범
-음악을 매개로 한 사회적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결코 밝지만은 않은 단면들에 대한 해석
-보다 진지해지고, 보다 수준 높아진 11개의 트랙, 플로우의 전설 Sean2Slow의 피처링이 돋보이는 보너스 트랙

2007년 디지털싱글 [Nitakita]로 국내 언더그라운드 뮤직 신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2008년 정규앨범 [Acceptable Range]를 통해 타고난 뮤지션으로 인정받은 데미캣. 첫 정규앨범 발표 이후 그는 이전보다 더 바쁜 날들을 보낸 듯하다. [Acceptable Range]의 밴드 포맷 공연 이외에도 'Swing Bros.'의 멤버로 다양한 무대에 섰고, 주말에는 늘 클럽에서 DJ로서 대중과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데미캣이 쉬지 않고 음악적인 활동을 해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행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2006년 여름 믹스셋 앨범, 2007년 봄 디지털 싱글, 그리고 2008년의 정규앨범으로 이어졌던 모범적인(!) 스케쥴의 '레코딩 작업'이 2009년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아티스트들의 트랙 리믹스 참여를 비롯하여 그가 속해있는 스윙브로스의 싱글이 발매되긴 했지만, 데미캣만의 스타일과 철학이 묻어있는, 재지하고 소울풀한 튠을 느끼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기다림과 갈증 속에서 드디어 데미캣이 2년 만에 앨범을 발표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번 앨범은 EP 보다는 무게감 있고, 정규앨범의 풀랭스에는 조금 못 미치는 볼륨의 '1.5'집, 그래서 데미캣은 스스로 이번 앨범을 ‘외전격’이라 말한다.

Not Bright But Right
2010년 8월말 선보이는 데미캣의 1.5집 타이틀은 [Tomorrow Sucks]다. 무더위의 나날들 속에서 릴리즈되는 앨범치고는 타이틀이 다소 진지하다. 보통 이 시즌에 나오는 앨범들은 '파티'와 '휴가' 등에 어울리는 가볍고 신나는 분위기를 지향하는데 말이다. 이는 결국 '시기상 적절한' 앨범을 낸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음악적 고민과 철학을 담은 앨범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예상대로 앨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겁다. 'Tomorrow Sucks', 말 그대로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감성이 담겨있어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기분이 조금 '딥'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냥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 진지하다. 우리가 늘 신나게만 느끼는 일렉트로닉 뮤직이라는 장르로 '비평' 혹은 '사설'을 써낸 것 같은 '놀랍고도 색다른' 느낌이랄까. 앨범을 듣다보면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느낌도 들고, 날카롭게 독설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냉소적으로 웃는 듯한 느낌도 찾을 수 있다. 그러다 결국엔 무언가 결연하게 의지를 다지는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한 편의 생산적인 '비평'-현재와 미래를 마냥 비난만 하지 않는-, 그게 바로 [Tomorrow Sucks]다.

데미캣 스스로도 이 앨범을 통해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하는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감정' 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현재와 더불어 이 사회 전체가 움직이고 돌아가는 것을 보며 느껴왔던 결코 밝지만은 않은 단면들. 더 나아가 범세계적 문제와 갈등들에 대한 우려를 'Tomorrow Sucks'라는 타이틀 안에 풀어 넣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 회의적으로 체념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묵묵히 올바른 길로 버텨나가고자 하는 의지도 함께 담아내었다. 따라서 [Tomorrow Sucks]는 밝지는(Bright) 않지만, 분명히 밝은(Right) 앨범이다.

In The [Tomorrow Sucks]
[Tomorrow Sucks]는 총 열한 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인 'Tomorrow Sucks'는 'Rhodes to Roads Mix, 'Shuffle or Boogie Mix', 'Totally Sucks Mix', 세 가지 버전의 믹스로 수록되어 있다. 세 트랙은 같은 곡을 베이스로 작업했다고 하기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듣는데 있어 전혀 지루함이 없다. 타이틀 트랙인 'Rhodes to Roads Mix'는, 'Rhodes' 건반의 묵직한 느낌을 잘 살린 다운템포 곡이다. 'Shuffle or Boogie Mix'는 업템포한 브로큰 비트로, 다양한 건반 악기들의 솔로잉을 즐길 수 있으며, 'Totally Sucks Mix'는 덥 스텝 느낌으로, 'Tomorrow Sucks'의 메인 멜로디에 살짝 묻어있는 동양적인 느낌이 재미나게 조화되어 있다. 특히 타이틀 트랙인 'Rhodes to Roads Mix'는, 'Sean2slow'와 'Beenzino'가 플로우를 더한 보너스 트랙까지 수록었다. 같은 곡 다른 느낌의 묘미가 이번 1.5집에서 극대화된 것이다.

EP와 정규 앨범의 중간인 만큼, 타이틀 트랙 외의 다른 곡들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데미캣이 클럽에서 플레이하는 스타일과 가장 가까운 느낌인 '잭킨 하우스' 트랙 'The Way of Pathfinders'는 일렉트로하우스나 솔풀하우스 등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중독성 있으며 바운스감 있는 미디엄템포 트랙 'Beats Embody Thoughts' 는 그가 기존에 보여주던 스타일 그 이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데미캣이 프로듀싱부터 연주, 믹싱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낸 다양한 느낌, 다양한 템포의 트랙들이 [Tomorrow Sucks]를 채우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공백이라고 느꼈던 2년의 시간동안 데미캣은 성찰과 발전의 시간을 가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악 속에 녹아있는 철학적인 감성에 대한 분석은 부가적인 설명일 뿐, 사실 [Tomorrow Sucks]에는 문장으로 설명하기 모자란, 이전보다 성숙해진 그루브와 보다 완숙해진 연주 실력, 웅장해진 사운드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귀로 들어야 하는 음악을 활자로 설명하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얌전해보이기만 했던 어린 고양이는, 어느새 성장해 도도한 자태로 우리의 사고와 감성을 홀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도 아직 1.5집, 데미캣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 (written by 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