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iden - The Final Fron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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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OBHM을 상징하는 밴드 아이언 메이든
4년만에 발표하는 15번째 정규 앨범 「THE FINAL FRONTIER」
<SATELLITE 15... THE FINAL FRONTIER> 포함
총 10곡 / 러닝 타임 76분이 넘는 헤비메틀 역사 전체에 길이 남을 초초초초초강력 명반!!!
열다섯번째 정규 앨범 「The Final Frontier」는 노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멋진 앨범이자, 헤비메틀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자, 헤비메틀 역사를 계속 써내려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2010년대 헤비메틀의 명반이라고 할만하다.
NWOBHM을 상징하는 밴드, 아이언 메이든
4년만에 발표하는 15번째 정규 앨범 「The Final Frontiers」
4년만의 새 앨범이다. 여느 밴드라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라면 이 시간은 무척 긴 공백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새 앨범 「The Final Frontier」(2010)는 아이언 메이든의 열다섯번째 정규 앨범. 1980년에 발표한 첫 앨범 「Iron Maiden」부터 따져보면 앨범 발표는 평균 2년에 한 장이다. 밴드의 핵심이었던 기타리스트 에이드리언 스미스(Adrian Smith)와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Bruce Dickinson)이 떠나버린 위기상황에서도 아이언 메이든은 평균보다는 조금 길었지만 새 앨범 발표는 3년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4년이라니…. 아이언 메이든에게 새로운 위기라도 닥쳤단 말인가.
불길한 듯 시작했지만, 미안하게도, 아이언 메이든에게 특별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30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지칠 줄 모르는 투어로 밴드 이름에 붙은 ‘iron'을 몸소 증명해보였던 밴드는, 예전만큼 더 강력한 라이브 투어 때문에 앨범을 제작할 틈이 없었던 것뿐이다. 지난 앨범 「A Matter Of Life And Death」(2006)을 발표한 밴드는 이번에도 앨범 발표 이후 1년 이상 기나긴 투어를 돌았다. 늘 투어를 치르던 국가는 물론이고, 그동안 찾아가지 않았던 아시아의 아랍권 국가들, 이를테면 두바이, 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도 도는 대규모 투어를 벌였다. 이 정도 투어로 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휴식을 가진 뒤 새 앨범을 녹음하고 발표하는 게 아이언 메이든(을 포함한 일반적인 밴드들)이 보여주는 앨범 발표 패턴이다. 하지만 밴드는 2008년 1월부터 새로운 앨범을 제작하는 대신 ‘Somewhere Back In Time World Tour’라고 이름 붙인 투어를 이어나갔다. 아이언 메이든 팬이라면 익숙한 제목이다. 에디와 공상과학이 만난 앨범 커버아트가 인상적인 1986년 앨범 「Somewhere In Time」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투어는 2009년 4월에 끝났다. 방문한 나라는 39개국, 동원 관중은 2백만명. 이 정도면 밴드에게 전성기는 오히려 이 시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라이브를 선사하느라 아이언 메이든의 새 앨범 발표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기나긴 투어 과정은 평단과 팬들의 호평의 받은 다큐멘터리 ‘Flight 666'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대하고 거창한 투어를 마친 아이언 메이든은 이번 앨범을 좀 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아이언 메이든의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그들이 누린 전성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야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먼저 생각한 방식은 프로덕션 과정을 예전 스타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프로듀서는 이번에도 케빈 셜리(Kevin Shirley)가 담당했다. 케빈 셜리는 에이드리언 스미스와 브루스 디킨슨이 다시 팀으로 복귀해 전성기 멤버로 재구성된 아이언 메이든의 2000년대 걸작 「Brave New World」(2000)부터 지금까지 아이언 메이든의 음반과 DVD의 모든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다. 대신 스튜디오를 컴퍼스 포인트 스튜디오(Compass Point Studion)로 옮겼다. 이 공간은 아이언 메이든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여기에서 작업한 앨범은 「Piece Of Mind」(1983), 「Powerslave」(1984), 그리고 「Somewhere In Time」(1986)에 이르는 전성기 앨범들이었다. 밴드는 이 공간에서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초강력 메틀을 만들어냈던 1983년으로 되돌아갔다.
그렇지만 오해는 하지 말 것. 밴드가 스튜디오를 바꾼 건 창작력과 사운드의 파워를 주체하지 못했던 1983년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이지 사운드까지 그 시절로 되돌아가려 한 게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앨범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예는 멋진 CG를 가미한 뮤직비디오로도 제작한 앨범의 톱 트랙 <Satellite 15... The Final Frontier>이다. 아마 이 앨범을 처음 재생시켰을 때 이 곡을 들으며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제대로 음반을 들은 게 아니라고 단언해도 좋다. 지금까지 아이언 메이든의 음악에서 들려주지 않았던 새로운 사운드와 편곡, 구성력, 그야말로 전율이 일 정도로 폭발적인 도입부다. 만약 이 사운드를 앨범 끝까지 밀어부쳤다면… 아이언 메이든의 역사는 물론이고 헤비메틀 역사 전체에 길이 남을 초초초초초강력 명반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긴박하고 불길하면서도 숨막히는 흡인력을 과시하는 인트로는 첫 곡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로움이다. 오피셜 뮤직비디오에서는 4분이 넘게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이 도입부가 생략되어 있다. 그러니까 8분이 넘는 러닝타임에서 무려 4분짜리 인트로인 셈이다. 아니면 4분짜리 인트로와 4분짜리 본 곡을 합친 형식이거나. 밴드의 입장에서 이 곡을 설명한다면, “아이언 메이든은 관중을 압도하는 밴드가 아니라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어려운 진행을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든 이야기의 핵심은 아이언 메이든이 이번 앨범의 곡 구성을 예전과 다르게 가려 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곡에서도 계속 발견된다.)
오피셜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했던 트랙 <El Dorado>는 현재 여섯 멤버로 구성된 아이언 메이든의 연주력을 극대화시킨 트랙이다. 아이언 메이든의 파워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로 삼아도 좋을 법하다. 흥미롭게도 밴드의 실질적인 핵심 스티브 해리스(Steve Harris)가 잘 구사하던 특유의 베이스 리프를 세 명의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레이(Dave Murray)와 에이드리언 해리스, 그리고 재닉 게어즈(Janick Gers)가 전투적인 리프로 확장시켜내고 있다. 기타리스트가 많은 밴드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낸 격렬한 트랙이다. 스티브 해리스의 베이스가 주도하는 곡을 찾는다면 <The Talisman>를 들으면 된다.
이 앨범이 흥미를 끄는 요소 가운데 앨범의 러닝타임도 빼놓을 수 없다. CD의 한계를 넘어버린 76분. 모두 열곡을 수록한 앨범의 평균 러닝타임이 7분이 넘는다. 이 긴 러닝타임을 유지시키기 위해 각 곡에 변화무쌍한 변화를 주고 있다. <Isle Of Mariner>는 아이언 메이든 최장의 대곡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Isle Of Avalon>이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의 속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Rime...>의 중반부 멜로디를 변형시킨 듯한 멜로디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곡은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When The Wild Wind Blows>다. 앨범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인 11분짜리 대곡인 이 곡은 완벽한 기승전결로 스토리텔링과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장쾌한 사운드로 극적인 긴장감과 몰입을 제공한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이전과 특별히 다를 것 없다. 팬들이 아이언 메이든의 음악에서 기대하는 요소를 빼놓은 부분이 없다. 여기에 더해 좀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더해졌다. 이는 이번 앨범의 레코딩 방식 때문이다. 다른 멤버의 연주 위에 자신의 파트를 더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멤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레코딩을 진행하는 스튜디오 라이브 스타일로 작업했다. (그렇다고 정말 스튜디오 라이브로 앨범을 레코딩한 건 아니다.) 라이브에서 더욱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밴드답게 라이브의 질감을 앨범에 담아낸 아이언 메이든의 노력도 이들이 지금까지 식지 않은 헤비메틀의 증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앨범 커버를 보면서 최근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커버와 달리 예전의 느낌이 되살아났다고 느끼는 팬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커버는 음악을 듣기 전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데릭 릭스(Derek Riggs)가 만들어낸 아이언 메이든 초기의 앨범은 커버아트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가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커버아트에서 손을 뗀 이후에는 여러 아티스트가 작업을 하면서 앨범 커버의 일관성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데릭 릭스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커버아트를 담당한 멜빈 그랜트(Melvyn Grant)가 참여했다. 멜빈 그랜트는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가운데 「Fear Of The Dark」(1992), (아이언 메이든 커버아트에서 다소 낮은 평가를 받는) 「Virtual XI」(1995), 그리고 라이브 앨범 「Death On The Road」(2005) 커버를 담당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앨범 커버를 통해 <Satellite 15... The Final Frontier>에서 선사했던 에디의 이미지를 멋지게 앨범 커버아트에 담았다.
30년 동안 열다섯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면서 아이언 메이든은 NWOBHM 이후 가장 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밴드 자리에 올랐다. 더구나 (핵심 멤버들이 탈퇴한 뒤 보컬 블레이즈 베일리(Blaze Bayley)를 영입해 작업한 몇 앨범을 빼면) 각 앨범의 질이 1980년대 전성기나 2000년대나 특별히 다를 바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다. 단지 활동기간이 길다는 것만 따지만 아이언 메이든이 독보적인 밴드 지위에 오를 수 없겠지만, 이처럼 여전히 생생하고 폭발적인 사운드와 팬들을 감동시키는 라이브를 선사하는 밴드는 아이언 메이든 말고는 없다.
열다섯번째 정규 앨범 「The Final Frontier」는 그런 의미에서 노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멋진 앨범이자, 헤비메틀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자, 헤비메틀 역사를 계속 써내려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2010년대 헤비메틀의 명반이라고 할만하다. 아이언 메이든은 새 앨범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투어 스케줄을 다 짜놓았다. 정말 무시무시한 밴드다. 물론, 그래서. 더 강한 믿음을 준다. 4년이나 걸린 새 앨범을 대하는 팬이라면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2010년 8월. 한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