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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Soundsystem - This Is Happening

댄스 펑크 일렉트로 록 사운드의 파이오니아 LCD Soundsystem (LCD 사운드시스템) 3년 만의 3집 정규앨범

NME 'The Albums Of 2010' 선정
Q 매거진 ★★★★
가디언지 ★★★★
이브닝 스탠더드 ★★★★★

첫 싱글 'Drunk Girls', 신스팝의 유산을 물려받은 'I Can Change', 펑키한 매력이 돋보이는 'Pow Pow' 등 총 9곡 수록.


21세기 대중의 능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척도 중 하나인
LCD Soundsystem의 세 번째 정규 앨범 「This Is Happening」


어떤 뮤지션을 평가할 때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중적 성공’이란 보통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으로 판가름 난다. 하지만 이 가치 판단에 특별한 수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트 1위인가 40위인가, 플래티넘인가 골드인가라는 결과론은 따지고 보면 매체의 평론만큼이나 상대적이다.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던 가수가 플래티넘을 기록하면 실패고, 인디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던 무명 가수가 골드를 기록하면 성공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음악인의 과거가 성과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잣대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일반 대중이 판단하는 대중적 성공이란 항상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 이하 LCD)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를 보면 조금 난감해진다. 그 이유를 꺼내자면 꽤나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LCD는 올해 40줄에 접어든 미국인 제임스 머피의 프로젝트 밴드다. 과거지사부터 얘기하자면, 그는 10대 후반부터 음악 생활을 시작해 푸르른 20대를 통째로 인디 씬에 바쳐버린, 그야말로 음악계의 숨은 용자(勇者)다. 그가 멤버로 있었다는 폴링 맨(Falling Man), 포니(Pony), 스피드킹(Speedking)은 마니아의 마니아들에게도 너무나 낯선 이름이다. 서브팝(Sub Pop) 소속 밴드인 식스 핑거 새털라이트(Six Finger Satellite)가 음반 작업을 할 때 이 사람이 사운드 엔지니어로 나섰고, 홀로 디제잉을 할 때 데스 프롬 어버브(Death From Above)라는 가명을 썼다는 사실 역시 지역 야사에나 간신히 들어갈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중음악사는 제임스 머피를 대기만성의 표본으로 사용한 것 같다. 1999년, 과거에 엉클(Unkle)의 멤버로 활동했던 팀 골즈워시(Tim Goldsworthy)와 함께 그가 DFA 레코드(DFA Records)를 세웠던 게 성공시대의 ‘작은 서막’ 아니었을까? 레이블 설립은 그에게 마지막 승부수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렇게 친구와 공동소유의 음반사를 차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제임스가 선택한 이름은 참으로 공상과학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LCD 사운드시스템’이었다. 그리고 팻 매허니(Pat Mahoney), 낸시 왱(Nancy Whang), 칙칙칙(!!!)의 타일러 포프(Tylor Pope)와 같은 동료 음악인들이 이 프로젝트 밴드 멤버가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이름이 제임스에게 곧바로 흥행수표를 쥐어준 것은 아니었다. <Losing My Edge>(2002), <Give It Up>(2003), <Yeah>(2004)와 같은 싱글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는 여전히 인지도나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2005년, 팀이 싱글이 아닌 앨범을 대중 앞에 내놓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데뷔작 「LCD Soundsystem」(2005)이 영국 앨범 차트 20위에,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인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가 싱글 차트 29위에 올랐던 것이다. 전자음악과 로큰롤을 다채롭게 버무린 LCD 사운드시스템의 음악에 평단도 별점을 아끼지 않았다. 2006년 그래미 시상식 최우수 일렉트로닉•댄스 앨범 부문과 최우수 댄스 레코딩 부문 후보에 앨범 「LCD Soundsystem」과 싱글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가 있었다. 당시 제임스의 나이는 30대 중반. 비록 두 부문 모두 다른 팀이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이 모든 과정이 그에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2집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제임스는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의 제안에 힘입어 45분 58초라는 경이적인 러닝타임을 지닌 <45:33>(2006)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곡은 조깅에 적합한 구조로 제작되었으면서도 LCD 특유의 감각을 잘 살려내 다시 한 번 평단을 경악케 했다. 이와 같은 평단의 높은 관심과 애정은 두 번째 앨범이 발표되면서 극에 달했다. 2007년 3월에 나온 2집 「Sound Of Silver」는 가디언에서 만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거의 모든 매체에서 별 세례를 받았고, 200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다시 한 번 최우수 일렉트로닉•댄스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국 차트 28위, 미국 차트 46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도 작품을 반갑게 맞이했다. 후에 롤링스톤에선 이 앨범을 2000년대 최우수 앨범 100선 가운데 12위에 올려놓으며 “LCD의 극성팬들도 그가 「Sound Of Silver」와 같은 명반을 만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곡들이 이전과 다른 밴드에서 만든 하나의 히트곡 모음집처럼 들린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인 <All My Friends>를 “완벽한 앨범에서 나온 완벽한 곡”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비사이드 곡으로 그룹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의 커버 버전과 존 케일(John Cale)의 커버 버전이 실리기도 한 이 화제의 싱글은 피치포크 미디어가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노래 500선에서 당당히 2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앨범 「Sound Of Silver」는 제임스 개인의 커리어뿐 아니라 새천년을 맞이한 대중음악사에도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처럼 제임스 머피의 30대 음악 생활은 20대 음악 생활보다 눈부시고, 「Sound Of Silver」가 거둔 성과는 「LCD Soundsystem」의 그것보다 더 커 보인다. 특히 평단에서 LCD는 매머드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성원들의 재치와 실험성에서 비롯된 칭찬 퍼레이드는 이번에 소개할 세 번째 신보로 이미 넘어온 상태다. 그렇지만 인지도의 크기는 평단의 찬사에 비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미국에서 LCD에게 보인 낮은 관심도는 예상 밖이다. 오죽했으면 제임스 스스로가 빌보드 차트 40위 안에 들고 싶다는 얘길 꺼냈을까. 여러 가지 요소를 놓고 보면 LCD는 분명 성공한 프로젝트에 속하지만, 이야기를 ‘대중적 성공’에 집중시키면 선장 제임스는 배가 고플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난 5월 17일 영국에서 처음 공개된 새 앨범 「This Is Happening」까지 들어보면, 확실히 LCD는 보편적인 대중성을 담보로 하는 팀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의 특기는 로큰롤의 형식미에 가벼우면서도 직선적인 일렉트로니카를 감칠맛나게 섞는 데 있다. 보컬리스트의 때 묻지 않은 목소리, 사운드의 중심을 관통하는 건반, 왜곡된 베이스 배음, 적재적소에 배치된 퍼커션 등이 이들의 음악에 기본 골격을 이룬다. 특히 오선지의 위아래를 정신없이 횡단하는 제임스의 목소리는 음악의 선명한 분위기와 제대로 어우러진다. 앨범 발표에 앞서 공개한 첫 싱글 <Drunk Girls>, 신스팝의 유산을 물려받은 <I Can Change>, 훵키한 매력이 돋보이는 <Pow Pow> 등 작품 곳곳에서 규격화되지 않은 창법이 돌출하는 건 LCD의 단점이 아닌 특별한 장점인 셈이다. 특별히 이번 앨범에서는 신디사이저와 프로그래밍의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이래저래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나 뉴 오더(New Order) 같은 신스팝 명인이 떠오르는 것은 「This Is Happening」이 지닌 당연한 순리 같다.
이러한 음악 내적인 특징과 함께 LCD 음악의 실험성과 멤버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바로 트랙 수와 러닝타임이다. LCD는 1집에 9곡, 2집에도 9곡을 넣더니 이번 3집에도 딱 9곡만 집어넣었다(두 장의 CD로 구성된 1집은 첫 번째 CD가 정규앨범의 개념에 속하고, 두 번째 CD는 기존 싱글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모음집 성격을 띤다. 첫 번째 CD에 9곡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세 앨범의 러닝타임은 모두 40분을 가볍게 돌파한다. 특히나 이번 「This Is Happening」의 경우 65분대를 기록했으니 곡당 평균 러닝타임은 대략 7분 정도가 된다. 몇몇 곡이 길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LCD에겐 4분짜리 방송용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8분, 3분, 7분••••••, 5분, 9분, 8분,••••••. 이처럼 LCD는 곡의 길이를 본능의 흐름에 내맡긴다. 하긴, 45분짜리 곡을 주조해낸 이들에게 8, 9분짜리가 뭐 별 거였겠나.
한마디로 LCD의 음악, 제임스 머피의 음악은 자유를 표방한다. 이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이념적 자유가 아닌 진중한 음악적 자유다. 최근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 LCD도 록과 전자음악을 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이들은 진부한 형식을 타파하고 정직한 구성미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더욱 돋보인다. 실제로 LCD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수용에 능동적인 음악팬 사이에서는 이미 대중적 성공을 거둔 팀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This Is Happening」도 수동적인 대다수보다 능동적인 다수를 얻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21세기 대중의 능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척도 중 하나가 바로 LCD, 그리고 이들의 음악인 셈이다. 사실이 그렇다.

글: 김두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