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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ilian Hecker - I Am Nothing But Emotion, No Human Being, No Son, Never Again Son

각종 CF로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싱어 송라이터
독일인의 사랑, 그리고 슬픔과 고독을 노래하는
막시밀리안 해커(Maximilian Hecker)의 더욱 농밀해진 자기고백적 변신
[I Am Nothing But Emotion, No Human Being, No Son, Never Again Son]

키티-요(Kitty-Yo)에서 발매된 2001년 작 [Infinite Love Songs]를 시작으로 2003년도 정규앨범 [Rose], 그리고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던 [Lady Sleep] 등의 앨범이 모조리 한국에서 거대한 세일즈를 기록하면서 독일출신의 감성 싱어/송라이터 막시밀리안 해커(Maximilian Hecker)는 이 슬픈 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목소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후 발매된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 그리고 자신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베스트/커버 앨범 [Once I Was]를 터닝 포인트로 제 2의 음악적 시기를 정립하려 한다. 좀 더 진한 감성의 [One Day]가 발매되면서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꾸준한 리퀘스트를 받게된다. 각종 CF계 또한 평정했다. 이런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내한공연도 비교적 자주 진행됐다.

막시밀리언 해커의 통산 여섯번째 정규앨범인 [I Am Nothing But Emotion, No Human Being, No Son, Never Again Son]은 V2에서 독립해 자신이 설립한 블루 솔져 레코드(Blue Soldier Records)에서 공개한 첫번째 앨범이다. 2010년 봄 무렵 전세계에 공개될 예정으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만과 한국, 그리고 중국 등지에서는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순수한 감동 그 자체다. '우울한 팝의 찬가'는 여전히 계속되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그의 발성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점점 섬세한 팔세토 창법을 통한 가성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는 사실 이전 작들에서도 서서히 볼 수 있었던 변화이기도 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보컬들은 심하게 리버브가 걸려있다. 각종 잡음을 비롯한 자연스러운 엠비언스를 토대로한 실험적인 분위기는 이전과 분명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안타깝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억제된 감성은 전작들과 마찬가지의 노선을 취하고 있는 편이다. 아무튼 안타까운 서정미는 계속된다.

이번 앨범이 역대 그의 작품 중 가장 심플한 앨범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자신의 레이블, 그리고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직접 프로듀스된 작품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그렇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든 송라이팅과 연주, 그리고 보컬을 혼자 담당해냈다. 마스터링은 암스테르담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다리우슨 밴 헬프트렌(Darius van Helfteren)에 의해 이루어졌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어쿠스틱 기타, 현악기 등을 더했지만 간소한 프로덕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담담한 발라드와 필요 이상으로 드라마틱한 전개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우리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아주 개인적인 그의 작품이 드디어 우리의 가슴에 일직선으로 파고들게 됐다. 앞에 말한 이 문장은 스탠다드 넘버 [Love Letter]의 가사에서 그대로 빌려온 것인데 이것은 줄리 런던(Julie London)의 목소리보다는 영화 블루 벨벳(Blue Velvet)에서의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가 광기에 차서 읊조리는 대목과 더욱 일맥상통한다. 별 뜻은 없고 그냥 약간의 광기를 머금은 사랑노래라는 골짜다.

※ 막시밀리안 해커의 각 곡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가 첨부됐다.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나머지 손발이 퇴갤할 것만 같은 그의 설명이 오히려 이번 앨범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 러프한 번역을 옮겨보려 한다.

1. Blue Soldier Night
군복처럼 보이는 다크 블루 빛깔의 코트가 하나 있다. 그걸 입고 베를린에 있는 바 타우센드(Bar Tausend)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이 노래는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 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시는 나에게 있어 감정과 노래를 표현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내 근엄한 내면의 목소리를 잃었고 잠재적인 느낌을 통해 새로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나는 내 영혼의 축복과 실존적인 공포를 동시에 봤다. 이런 것들이 내 노래가 -나의 잠재의식, 내 본성, 그리고 내 영혼에 관한- 고통과 환희와 같이 대조되는 것을 하나로 묶어 묘사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2. Holy Dungeon
[Blue Soldier Night]의 일부내용을 통해 가사가 완성됐다. 혼자가 되는 것은 가끔 고통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현실처럼 느껴지곤 한다. 캐리 브래드쇼(Carrie Bradshaw-섹스 앤더 시티의 주인공을 말하는 것 같음)가 LA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그저 장엄한 환상에 불과했다고 얄팍하게 느껴진다는 대목처럼 말이다. 그 안에서는 모든게 진짜였다.

3. The Greatest Love of All
내 노래들은 사랑으로 가득 차있지만 내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4. Open Arms Of Gold
이 곡은 내 인생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했을 때, 그리고 내 고독이 너무 격렬해 눈 앞에 장막이 펼쳐지기 직전에 쓰여졌다. 곡은 나의 절망적인 감성을 투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희망을 얘기하지도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창조의 마법이다 : 절망에 대한 묘사는 독립적인 기분을 만들어 주곤 하는데 그것은 희망과 영원한 빛과도 같다.

이른 아침에 레코딩됐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몇 분 후에 녹음했다. 피아노와 보컬로 이루어진 첫 테이크가 곧 마스터 테이크가 됐다. 사랑스러운 길거리의 소음들을 들어보도록.

5. Nana
2008년 11월 경, 아시아 투어가 끝난 이후 나는 비즈니스 차 도쿄에 가야만 했다. 투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너무 질질 끌고 있었다. 난 내 목소리를 잃었고 따라서 무대 위에서 편안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미완의 기대의 연속이었으며, 추방당하고 부서진 꿈들이었다. 내가 도쿄에 도착했을 무렵 난 상실감과 무력감, 그리고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난 완전히 맛이 갔다. 밤에는 도쿄에 사는 베를린출신의 친구와 함께 바와 클럽에서 보냈다. 클럽 '에어'라는 곳에서 난 여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옆에 앉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도망가 버렸다. 다음날 미팅에서 나는 이 '거부당한' 얘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줬다. 그 얘기를 들은 일본 관계자는 미안해 했으며 우리가 헤어질 무렵 그녀는 오늘 밤은 절대로 거부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후 술을 마셨고 택시를 잡는 대신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난 이 머나먼 타국에서 상실감, 고립감에 빠져 허우적 댔다. 그러다가 시부야의 홍등가를 지나치게 됐다. 난 거리에 서있는 여자들과 얘기를 했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내 핸드폰의 MP3 반주에 맞춰 존 레논(John Lennon), 비틀즈(The Beatles), 밥 딜런(Bob Dylan) 등의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 거리의 여자들은 내가 손님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날 지나치고 무시했다. 시부야를 지나 호텔로 들어가려 할 무렵 어느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나를 지나쳐 달려와서는 나를 데려가려 했다.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그녀를 따라 음란한 호텔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녀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난 그것을 멈추게끔 만들었고 그냥 단지 안고만 있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가 말하길 이것은 평상시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이번만 예외로 둔다고 말했다. 그 후 현금인출기로 갈 무렵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아이팟에서 내 노래를 들려줬고 그녀는 자신의 이름(나나)과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우리가 헤어질 때는 그녀는 계속 "I Love You, I Love You" 라고 말했다.

어느덧 아침 6시가 됐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는 7시 30분에 떠날 예정이었다. 언제나 수백명의 사람들로 혼잡한 시부야 교차로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였다. 역사적인 기회였다. 지구가 멸망하고 축복과 공포로 가득찬, 그리고 고통과 아름다움으로 채워진 마음을 끌어안고 아이폰을 통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밥 딜런의 [Sad Eyed Lady of the Lowlands] 였으며 내 핸드폰을 통해 이것을 녹음했다. 이것은 앨범의 히든트랙으로 삽입했는데 나는 이것을 "시부야 익스피리언스"로 부르기로 했다. 첫번째 후렴인 "Don't lead me in your golden eye"라는 부분은 누군가에겐 아무런 뜻도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이 세상의 전부와도 같았다.

6. Court My Eyes Alone
침실이 분리되어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 매일 아침 나는 햇빛에 눈을 떴다. 햇빛의 홍수로 이뤄진 관에 누워 반쯤 잠든 채로 가끔씩 궁금해하곤 했다. 내 인생이 축복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끔찍한 것인지, 반드시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서서히 나를 죽이진 않을까 하는 류의 것들을 말이다. 이게 바로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통제된 인생은 고립 직전이었다.

7. Glaslights
[Blue Soldier Night]의 곡에 등장하는 여자에 관한 얘기다. 그녀는 예술가였는데 유리판에다가 벌거벗은 여자들을 그리곤 했다. 이 유리들은 그녀의 침대 주변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이 설치물들을 "Glaslights"라고 불렀다. 저녁 이후 나는 그녀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녀는 더 머물다 갈 것을 요구했다. 노래는 평화롭고, 다정하며, 그리고 섹슈얼한 무드보다도 더 우호적이었던 그 날에 대한 얘기를 담고있다. 얼마동안은 우리 사이에 뭔가가 일어날 줄 알았다. 이후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8. Messed-up Girl (ballad version)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에 수록됐던 곡의 새로운 버전으로 바람을 펴왔던 남자가 감정을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9. No One's Child
새 아파트에서 처음 녹음한 트랙이다. 따뜻한 봄날 저녁에 가로등 빛이 길거리와 방에 들어올 무렵 녹음했다. "I believe to be free/I will go my way"라는 부분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며 내 영혼은 강해질 것이다. 언젠가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10. Your Kingdom
[Glaslights]의 또 다른 버전이다. 스위스 출신의 감독 톰 루즈(Thom Luz)가 연출한 [Die Verlorene Kunst, Ein Geheimnis Zu Bewahren]이라는 연극을 위해 쓰여졌다. ‘그녀의 왕국’에 그녀의 사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싱어는 이것을 받아들이길 원하지 않았다. 이 구체적인 공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오직 세상을 떠날 때에 닿을 수 있다.

11. You'll Come Home Again
이 곡은 내가 자아도취와 욕정에 의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즈음에 희망하는 것을 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언제나 ‘집’에 돌아왔다. 베를린의 어느 바에서 지저분하고 쓸데없는 밤을 보냈던 2008년 크리스마스 이후에 녹음됐다.

12. Grandiosity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게임, 경솔함과 이성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류의 게임을 나는 "The Machinery"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나는 이 "기계적인 시스템(Machinery)"을 진정으로 혐오하는데 이 시스템 속에서 펼쳐지는 사기와 검은 사이렌, 검은 인어들이 부르는 정직하지 못한 노래의 잘못된 인도로부터 항상 되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재산가라던가, 비밀을 안다거나, 혹은 어떻게 이것이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들처럼- 가면을 쓰고 자신만만하게 그곳에 몰래 잠입할 수 있었으며 결국은 배수로를 통해 다시 빠져 나오곤 했다.

[Grandiosity]는 이 기계적인 시스템에 관한 노래다. 거대한 환상의 잘못된 인도를 통해 언젠가는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는 과대망상에 관한 노래다.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이런 것을 "Big Idea"라 칭했다. 톰 요크(Thom Yorke)는 "그 어떤 거대한 상상(Big Idea)도 갖지말라"고 노래했는데 거기에 내 생각을 좀 더 보태자면 이렇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국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의 섬을 떠나 그녀에게 헤엄쳐 갈 수 있을까.

13. Lonely in Gold
내가 여태까지 만들었던 곡들 중에 가장 강렬한 곡이다.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만든 곡인데 나는 버스킹할 때의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결국 레코딩할 때 집 창문을 열어놓고 길거리의 소음들을 삽입한 채 작업했다. 곡은 원테이크 라이브로 완성됐다. 녹음이 끝나고 나는 어쩔 줄을 몰랐고 밖으로 나가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혼자 자축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는 클럽에서 절대로 하지 않는 행동을 했다 - 춤을 췄다는 얘기다.

파스텔 문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