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si - Go (Standard Edition Digi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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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리드 보컬 jónsi (욘시)
솔로 데뷔 앨범 [go]
아마존 UK 평점★★★★★
"album of the year" from me
If you like Sigur Rós, you'll love...
신이 우리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 아이슬랜드의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리드 보컬 jónsi (욘시)의 솔로 데뷔 앨범 [go].
경쾌한 피콜로 연주와 힘찬 드럼 연주로 시작되는 첫 싱글 ‘Go Do’의 역동적 분위기는 반복해 들을수록 중독적인 매력이 되어 귀에 감겨온다. (잊을 수 없는 욘시의 강렬한 이미지와 빠른 편집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는 시규어 로스와도 여러 차례 작업했던 스테판 아르니(Stefan Arni)와 시기 킨스키(Siggi Kinski)의 작품이다.) 두 말이 필요 없는 욘시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한없이 멋지게 펼쳐지는 ‘Kolniður’와 고요함 속의 외침과도 같은 ‘Grow Till Tall’는 그 극적인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곡들이다.
욘시는 모든 곡에서 노래를 하고 있으며, 예의 탁월한 멜로디 라인이 생생히 너울거리는 가운데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앨범을 감싼다.
천상에서 울려오는 듯한 음악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동시에 꿈결 같은 몽롱함을 선사하는 욘시의 첫 솔로 데뷔 앨범 [go]에 전세계 시규어 로스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름다운 감성의 황홀한 폭발
JÓNSI - Go
1. Jónsi, The Genius
소위 ‘천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예술은 평범한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닌,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지닌 선택된 이들에 의해 꽃을 피우고 괄목할 진보를 이룬다는 믿음을 가지는 내게 ‘천재’라는 말이 포괄하는 의미는 상상력의 무한한 확장성과 다름없다. 대중음악계에 등장했던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기에, 나는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었고 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끊임없이 등장하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들이 전하는 짜릿한 감흥은 중독과도 같은 음악 듣기의 즐거움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 앨범의 주인공 욘 토르 비르기손(Jón Þór Birgisson, 또는 욘시(Jónsi)) 역시 그러하다. 그가 시규어 로스(Sigur Rós)를 통해 표출해낸 혁신적 음악 실험과 극단적인 형식미,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영묘한 아름다움은 록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이제 그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지닌 채 진화하고 있다.
천재들의 계보를 따진다는 게 꽤나 무의미한 일이긴 하지만 외형적 요소의 유사점 또는 어떠한 특정 이미지의 연상작용에 의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예컨대 욘시의 경우 오른쪽 눈이 애꾸라는 점에서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자신이 만들어낸 ‘희망어(Vonlenska)’를 노랫말로 사용해온 데에서 행성 코바이아의 언어인 코바이아어(Kobaïan)를 창조하여 써왔던 마그마(Magma)의 재간꾼 크리스티앙 방데(Christian Vander)가, 극도의 미학적 효과를 전해주는 팔세토 창법에서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 뮤즈(Muse)의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심지어 그의 성 정체성의 측면에서 연상되는 숱한 동성애자 뮤지션들도 있다.) 물론 음악적 연관성이나 그가 받은 영향을 보자면 전자음의 다양한 세계를 펼쳐 보인 앰비언트 음악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나 전위적 실험의 귀재 로버트 프립(Robert Fripp) 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테지만, 욘시는 (다른 여러 천재들이 그러하듯) 기존의 요소들을 자신의 것으로 변형하여 듣는 이들의 감성과 이성에 새로운 자극을 안겨주었다.
욘시의 밴드 외 활동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시규어 로스의 여러 앨범 디자인을 맡았던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자신의 동성애 연인인 알렉스 소머스(Alex Somers)와 함께 다양한 예술 작업을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욘시가 알렉스를 처음 만났을 때 썼던 노래 제목을 따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펼친 이들은 2006년 말 아트북을 한정본으로 발간했고 2007년에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를 시작으로 미국의 아칸소, 호주의 멜번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2곡의 싱글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마친 이 듀오는 2009년, 프로젝트의 이름을 ‘욘시 앤 알렉스’로 바꾸고 앨범 [Riceboy Sleeps]를 발표한다. 오랫동안 시규어 로스와 활동해온 현악 4중주단 아미나(Amiina), 그리고 코파보그스데투르 합창단(Kópavogsdætur Choir)의 참여로 완성된 이 앨범에는, 미니멀리즘의 실험성을 바탕으로 느릿한 선율에 실리는 잔잔한 피아노와 현악, 코러스가 이루는 명상적인 분위기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앰비언트 사운드가 담겨 있다. 이 앨범은 빌보드 뉴에이지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2. Go, Ecstatic Explosion of Emotion
시규어 로스가 잠정적 휴지기에 접어든 상태였고, 욘시의 창의적 재능은 열정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Riceboy Sleeps]가 발표되기도 전인 2009년 봄부터 레이캬비크에 있는 자신의 집과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피터 케이티스(Peter Katis)의 타킨(Tarquin)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행한 그는 멋진 솔로 데뷔작 [Go]를 완성했다. [Riceboy Sleeps] 때와 마찬가지로 시규어 로스의 사운드와는 맞지 않아 밴드의 앨범에서 배제된 욘시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선곡이 이루어졌지만, 이 앨범은 앰비언트 성향의 연주곡 위주로 구성되었던 전작과 확연히 다른 내용물을 담고 있다. 욘시는 모든 곡에서 노래를 하고 있으며 예의 탁월한 멜로디 라인이 생생히 너울거리는 가운데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앨범을 감싼다.
이는 신비로운 안개 속에서 은은하게 스미는 천상의 빛과도 같았던, 고요하지만 영롱한 색채를 띤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는 다른 세계다. (물론 시규어 로스의 향취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니며 전작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2008)의 느낌과 유사한 부분도 눈에 띈다.) 멜로디의 진행은 때로 아기자기한 바로크 팝의 특징을 내보이며 격정적인 일렉트로니카나 몽환적인 앰비언트의 향취는 물론 소박한 포크의 울림이나 록의 리듬 또한 곳곳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이 앨범에 대해, 여러 요소들이 잡탕처럼 뒤섞인 정체성 모호한 어설픈 작품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욘시의 천재성은, 이 요소들을 잔뜩 늘어놓고 버무려 자신의 붓으로 자신의 화풍을 철저히 유지한 채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 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아 ‘하나’의 아름다운 형태로 이끌어주는 것은 마치 천상에서 울려오는 듯한, 음악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동시에 꿈결 같은 몽롱함을 선사하는 욘시의 목소리다.
물론 앨범의 완성이 욘시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머큐리 레브(Mercury Rev)와 인터폴(Interpol), 내셔널(National), 판팔로(Fanfarlo)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뛰어난 프로듀서 피터 케이티스와 알렉스 소머스가 욘시와 더불어 앨범의 프로듀스를 맡았다. 사운드 메이킹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은 젊은 클래식 작곡가 니코 물리(Nico Muhly)다. 비요크(Björk)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 등과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그는 앨범의 모든 수록곡들의 편곡을 담당했고, 관현악 사운드를 입혔으며 몇몇 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핀란드의 전통음악 밴드 이데아(Edea)를 거쳐 아이슬란드의 실험적 그룹 뭄(Múm)에서 활동 중인 타악기 연주자 사물리 코스미넨(Samuli Kosminen)이 드럼을 연주했다.
애초에 ‘Kassagítar(어쿠스틱 기타)’라는 제목으로 여러 곡들의 작곡이 이루어졌던 만큼, 욘시의 최초 의도는 잔잔한 어쿠스틱 앨범이었지만 작업이 시작되고 자유로운 예술적 감성을 지닌 여러 동업자들과의 교류가 진행되며 그의 내부에 웅크리고 있던 하나의 씨앗이 커다란 폭발을 이루었다. 그 결과로 완성된 앨범은 생생한 활기, 감성의 표피를 자극하다 이내 그 깊은 곳으로까지 파고드는 강렬한 에너지를 담게 되었다. 경쾌한 피콜로 연주와 힘찬 드럼 연주로 시작되는 첫 싱글 ‘Go Do’의 역동적 분위기는 반복해 들을수록 중독적인 매력이 되어 귀에 감겨온다. (잊을 수 없는 욘시의 강렬한 이미지와 빠른 편집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는 시규어 로스와도 여러 차례 작업했던 스테판 아르니(Stefan Arni)와 시기 킨스키(Siggi Kinski)의 작품이다.) 보다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Animal Arithmetic’이나 욘시의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됐던, 중반부 이후의 피콜로 연주와 코러스, 현악 사운드가 인상적인 ‘Boy Lilikoi’ 역시 첫 곡의 임팩트 못지않은 감흥을 선사한다.
니코의 우울한 피아노와 날카로운 현악 사운드가 어두운 정서를 표출해주는 ‘Tornado’, 사물리의 화려한 드럼, 니코의 피아노와 더불어 감정이 고조된 욘시의 보컬과 신서사이저 연주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Sinking Friendship’과 슬픔을 자아내는 듯한 멜로디와 현악의 조화, 두 말이 필요 없는 욘시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한없이 멋지게 펼쳐지는 ‘Kolniður’는 그 극적인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곡들이다. 그리고 밝고 화려한 에너지의 분출 끝에 앰비언트 스타일로 마무리 되는 ‘Around Us’와 고요함 속의 외침과도 같은 ‘Grow Till Tall’, 성가 풍의 장중한 분위기를 담은 ‘Hengilás’가 이어진다. 왜 9곡 밖에 수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이 앨범이 전해주는 감흥의 정도는 대단하다. 각각의 곡들이 지닌 완성도 역시 특별히 우열을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욘시라는 이름의 이 천재 뮤지션이 행한 첫 번째 오디세이는 그 자신이 가졌던 부담의 정도를 거뜬히 뛰어넘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보인다. 아래의 그의 말처럼, 그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룩한 뛰어난 성과가 이렇게 당당히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껏 살며 이토록 압박을 받고 확신 없이 걱정한 적은 없었다. 시규어 로스에서는 네 사람의 보호막이라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던지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무엇이 최선인지 나 스스로 알아가야 했고 이건 새롭고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다. 두려움은 거대한 짐승과 같다. 이건 아주 강력한 것이고 우리는 그걸 길들이고 극복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2010.03.21. 글/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