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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 공기인형 (空氣人形 / World's End Girlfriend)
국내에서도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베개(=만화 캐릭터)와 연애하는 사나이가 등장하기도 했던 만큼 가상의 캐릭터를 사랑한다거나 혹은 인형을 통해 자신의 연애욕구를 해결하는 류의 사례들이 요즘엔 딱히 현실성 없는 얘기도 아니다. 보즈 스캑스(Boz Scaggs)의 노래제목처럼 결국 인간은 모두 혼자고 그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해서, 혹은 다른 자아와의 충돌로 인해 상처 받는 것에 지쳐버린 나머지 무생물에 자신이 원하는 인격체를 부여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그 누군가에겐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의 대사처럼 어쩌면 이 미친 세상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일 지도 모른다. 일전에 언급했던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이경규님이 말했듯 '베개'가 인간여자와는 달리 말을 안 한다는 것이 때론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空氣人形 (공기인형)
[아무도 모른다]와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은 [공기인형]을 영화화하는데 대략 9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깐느(Canne)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올랐던 이번 작품은 인형이 마음을 갖게 된다는 은유를 곁들인 환타지를 토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사실 원작이 있었는데 2000년에 출판된 고우다 요시에(業田良家)의 단편만화 [고다철학당 공기인형(ゴダ哲堂 空氣人形)]에서 착안을 얻었다고 한다. 주로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고집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에는 드물게 원작이 있는 작품인 셈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눈에 띄어 캐스팅 됐다는 한국의 배두나가 마음을 갖게 된 공기인형을 연기했으며,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분한 아라타(あらた), 공기인형의 주인 이타오 이츠지(板尾創路), 그리고 인형제작자로 잠깐 등장하는 오다기리 죠(小田切 ?)와 일본의 대배우 후지 스미코(富司純子) 등의 인물들이 마음속이 공허한 인간군상들을 표현해내고 있다. 게다가 촬영에는 후 샤오시엔(侯孝賢)과 왕가위(王家衛)의 작품들로 유명한 마크 리 핑빙(李?賓)이, 미술에는 수많은 일본영화를 비롯 [킬 빌(Kill Bill)]에서도 작업한 바 있는 타네다 요헤이(種田陽平)와 같은 쟁쟁한 재능을 가진 일류 스탭들이 참여해 영화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배두나의 경우 본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와 다카사키 영화제, 도쿄 스포츠 영화 대상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일본 영화제 3관왕이라는 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무생물이 살아 돌아다닌다는 컨셉은 이미 [피노키오(Pinocchio)]나 [마네킨(Mannequin)] 같은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인간 본질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으려는 태도는 마치 [A.I.]의 일부 모습들과 겹치기도 한다. 스포일러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개인적으로 [감각의 제국(愛のコリダ)]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형과 인간', '공기와 공허', 그리고 '생과 성'을 둘러싼 러브 환타지를 표방하면서 영화는 공개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소소한 재미들이 있다. ‘가짜 영화들’의 공간인-진짜 ‘영화는 필름’이라고 영화 내에서 언급된다-비디오 가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라 영화에 대한 얘기들이 간혹 등장하기도 한다. 가끔씩 나오는 영화퀴즈도 재밌다. 마츠다 유사쿠(松田優作)의 유작이 된 헐리우드 영화의 정답이 나오지 않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답은 [블랙 레인(Black Rain)]이다. 비디오가게 점장이 좋아하는 영화는 후카사쿠 킨지(深作欣二)의 걸작 [의리없는 전쟁(仁義なき戰い)]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레에다 감독의 섬세함과 배두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공기인형의 연기를 통해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이미지가 훌륭할 정도로 실현 가능해 졌다.

World's End Girlfriend
대부분의 정체가 비밀에 쌓여져 있는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 : 이하 WEG)는 2006년도에 일본 포스트록 씬의 기둥 모노(Mono)와 함께 내한공연을 펼치면서,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서는 김연수님의 소설제목에 밴드의 이름이 인용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클래시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초자연적인 작업물로 유명한 WEG는 카츠히코 마에다(前田勝彦)의 원맨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어린시절 그의 아버지가 수집했던 클래식 뮤직에 매혹되어 건반과 기타, 그리고 테잎 레코더와 컴퓨터를 통해 13세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스스로 터득한 레코딩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한 실험에 집중했는데 자신이 밝히기를 그 당시 수백가지의 곡들을 레코딩 했지만 그것들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의 음악에는 항상 미묘하고 놀라운 분위기, 그리고 가끔씩 어둡거나 우울한 감성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것들에 매혹당했다.

2000년에 발표한 EP [Sky Short Story]와 정규 앨범 [Ending Story]로 데뷔한 WEG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클래식, 엠비언트, 등의 여러가지 요소를 혼합 시켜 IDM, 포스트락 리스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2001년 발표한 두 번째 정규작 [Farewell Kingdom]부터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는데 앨범은 유럽과 대만, 그리고 홍콩에서 릴리즈되면서 호평 받는다. 2002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음악제전 소나(Sonar)에 참가하면서도 이름을 날렸으며 2003년에는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이었던 스피드(SPEED)의 전 멤버인 하이로(Hiro)의 싱글을 리믹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즈음 타이페이, 홍콩 등의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투어를 마친다.

WEG의 최고 화제작인 [The Lie Lay Land]가 2005년 2월에 공개된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본 작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매혹적인 콜라주, 그리고 노이즈와 오케스트라를 심도있게 결합한 사운드를 선보이면서 찬사를 받는다. 마치 영화의 사운드트랙과도 같은 앨범으로 실제로 몇몇 영화에서 그의 음악들이 사용되어지기도 했다. 2006년에는 모노(MONO)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발표하면서 포스트락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기 시작했고 조인트 투어를 다니기도 한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Hurtbreak Wonderland]의 경우 한국에서도 라이센스 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마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을 연상시키는 기괴하고 정감 있는 IDM 사운드부터 포스트록, 클래시컬한 편성의 모던 컴포지션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꾸준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SOUNDTRACK
이번 사운드트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Heartbreak Wonderland]를 감상한 직후 WEG에게 오퍼를 날리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 수록됐던 [水の線路]가 이번 사운드트랙에 다시한번 실리기도 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완성된 앨범이지만 기존 그의 세계관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랜만에 영화의 여운과 음악의 감동이 유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음악이 먼저 존재하고 있었는지, 혹은 영화를 위해 음악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만 사실 영화 사운드트랙이라는 의미를 넘어 WEG의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팬들 중에는 영화가 공개되기 이전에 이미 사운드트랙을 구입해서 감상하는 경우 또한 종종 있었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양수’와도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얻아낸 본 사운드트랙은 WEG의 2년만의 신작이다. 전자음과 필드레코딩, 그리고 일반적인 어쿠스틱 악기들을 다양하게 조종해냈다. 특유의 여러가지 음악적인 요소들을 혼합하면서 다시 한번 압도적인 세계관을 펼쳐낸다. 실험적이거나 전위적인 부분들은 이전보다 많이 줄었는데 오르골의 음색, 아코디언, 그리고 물기를 머금은 피아노의 선율과 느긋하고 편안하게 노래하는 현악 파트의 멜로디들을 미니멀한 편성으로 전개 시키면서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형'을 표현해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사운드, 그리고 가끔씩은 슬픈 무드가 공존하기도 한다.

어쿠스틱한 악기들을 중심으로 심플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선율로 채워진 앙상블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소리의 깊은 곳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은 목가적이면서도 가끔씩 미묘한 광기를 떠올리게끔 만들기도 한다. 전작들에 비하면, 그리고 초기에 비하면 일렉트로닉한 요소들이 압도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WEG는 인터뷰에서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은 각자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적절히 선택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단순하고 깊은 표현은 어쿠스틱 악기가 적합하고 이후 좋은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쿠스틱 악기의 비중이 늘어났다고도 덧붙였다.

기존 WEG의 곡들에서 독기가 빠졌다는 게 중평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첼로 등이 부드럽게 화합하고 있다. 아코디언과 토이 피아노는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부분들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인 테마가 되고 있는 느리게 한음 한음 짚어나가는 단순한 피아노의 리프가 아름다운 공허함을 선사한다. 메인 테마의 변주를 바탕으로 각 씬의 테마가 따로 존재하는데 느리고 몽롱하며 또한 쓸쓸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크게 낙담 시키게끔 만들지는 않는다. 곡 제목들은 각 씬의 상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곡의 제목을 확인한 후 특정 장면을 생각해 보면서 음반을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를 다시 곱씹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사실 영화와는 별개로 WEG의 앨범을 감상하는 측면에서 즐기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듯 싶다. 이 센티멘탈한 앨범은 당신이 현재 어떤 기분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무척 다르게 들려질 것이다.

참고로 인터뷰에서 WEG는 몇 편의 영화를 추천하기도 했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빅토르 에리세(Victor Erice)의 [벌집의 정령 (El Espiritu De La Colmena)],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 Angelopoulos)의 [율리시즈의 시선(To Vlemma Tou Odyssea)],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아워 뮤직(Notre Musique)]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의 [백치(白痴)] 등이다. 참고로 영화 본 편에서는 비디오 가게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에 관한 얘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덜컥 마음을 가져버린 무표정한 공기인형 배두나는 서서히 미소의 의미를 알아가는 동시에,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영화와 맞물려지는 곡들은 가슴 시린 정서를 유발시키곤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덧없는 감정은 영화에 등장하는 '공기'를 비롯해 그 무엇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 어떤 종류의 안타까움에 기인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안타까운 인형의 온기 없는 손길이 이 음반을 통해 당신에게도 전해질지 모르겠다. 가슴 아픈 기념품,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


※ 사운드트랙이 공개될 무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앨범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러프한 번역을 옮겨볼까 한다.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 고레에다 히로카즈

새 영화 [공기인형]의 음악을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작은 라이브 하우스로 발길을 옮기거나 스텝들이 모아준 CD를 연일 들으면서 지냈던 작년가을, 그와의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앨범의 제목은 [Hurtbreak Wonderland], WEG라고 적혀진 아티스트가 그룹인지, 솔로인지, 혹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훌륭하고 섬세한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水の線路]라는 곡이 끝날 무렵에는 '이 사람 밖에는 없다'라고 확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시적인 것, 무국적인 것, 감정적인 것, 즉 풍경보다 주인공의 감정에 동행하는 선율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그래서 반주에서 완성될 수 있는 행간이 있는 것. 내가 마음에 그리고 있던 사운드트랙에 대한 그렇게 사치스러운 조건들이, 이 앨범에 담긴 악곡들은 모두 채워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부탁한 음악은 확실히 핵심을 찌르는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이것은 지나친 감정과잉도 아니었습니다.

음악은 모든 씬에서, 배두나씨가 연기하는 '공기인형'의 기쁨, 혹은 외로움과 동행하면서도 리 핑빙씨의 촬영 기술과도 경쾌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음악이 오히려 나의 연출을 포함한 영화 전체의 리듬을 완성형으로 이끌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음악은 외부로부터 나중에 첨가되는 류의 것이 아니고, 매 씬에서 미리 깊숙하게 자라고 있던 리듬이나 선율들에 귀를 기울여 발견된 소리를 ‘음악’이라는 형태로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마디 하자면, 영화로 가득 차있는 이 음악들은 아득한 옛날, 아직 자궁 안에 있었을 때에, 그 태아가 조용하게, 그리고 확실히 새기고 있던 심장이 뛰는 소리와 같이 깊은 영향을 줬습니다. 이번 영화는 이 음악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WEG의 이전 작에 수록된 [水の線路]에 배두나가 직접 낭독한 요시노 히로시(吉野弘)의 [生命は(생명은)] 이라는 시가 얹혀진 형태로 완성됐다.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요시노 히로시는 20세기 일본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로 서민의 생활에 기초한 친근감을 바탕으로 인간성의 해결과 사회에 관한 내용들을 주로 다뤄왔다고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결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
꽃도
암꽃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하여
곤충이나 바람이 방문해
암꽃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채움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타인들과의 총합,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꺼림칙하게 여기는 것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근처에 까지
등에(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사람이
빛을 휘감고 날아 오고 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위한 등에였을 것이다.

당신도 언젠가
나를 위한 바람이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