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서 가장 슬픈 밴드 아르코(Arco) 각종 CF와 드라마에서 많은 사랑 받은 Arco의 작별인사가 담긴 앨범. 전 세계 최초 국내 발매!
2004년에 두 번째 정규앨범 [Restraint]가 발매됐으니 거진 6년 만에 공개된 새 앨범인 셈이다. 과연 6년 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과 다른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Yield]는 펄 잼(Pearl Jam)의 앨범제목이 연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촉촉한 기타톤으로 일관하는 여전히 슬픈 [Dry]는 역시 이들다운 인트로 트랙이라 할만하다. 곡에는 첼로가 합류하면서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이전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어레인지를 가진 [Eyes to See]는 곡이 끝날 무렵 외마디 외침과도 같은 임팩트를 남기는데 이 부분은 약간 놀라웠다.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맨날 반에서 실실대던 친구가 갑자기 화내는 광경을 목격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트럼펫과 신시사이저 스트링이 아득한 기운을 전달하는 [Stars], 트레몰로 걸린 어두운 기타를 바탕으로 암울한 버스와 약간은 긍정적인 무드의 코러스를 가진 [Weatherman], 또 다른 어쿠스틱 튠 [Restless], 그리고 곡의 3분의 2 지점부터 흐르는 트럼펫 소리가 아득하게 이어지는 [Show]가 전개된다. 그나마 아르코의 곡들 중에서는 리드미컬한 축에 속하는 [Out of Myself], 묘한 공간감을 가진 낯선 느낌의 [Michael], 그리고 적당한 울림을 주는 [Undone]과 역시 독특하게 이펙팅되어 있는 건반 사이로 부유하는, 아르코의 곡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는 마지막 트랙 [Down]을 끝으로 이 느리게 저공비행하는 앨범이 마무리된다. 아, 정말 한결같다.
여전히 감상적이고 고독하다. 장식이 적고 선이 가는 보컬에는 약간의 체념이 섞여있다. 우울한 듯 보이지만 안정적이고 눈부실 정도로 빛이 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르코의 스매시 히트넘버 [Alien]의 가사처럼 여전히 졸라 단순하다(Such a simple thing).
제목에도 대충 명시했지만 아르코가 직접 보내온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것은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보도자료의 본문을 좀 더 옮겨보자면 보통 다른 밴드들은 앨범을 낼 때마다 색다른 테마라던가 영향을 표출해내곤 하는데 이들은 1998년 결성했을 당시부터 무슨 개그 콘서트의 달인마냥 외길인생을 걷고 있다고 적어놓았다. 이들의 앨범을 발매했던 드리미(Dreamy) 레코드의 경우에도 7년 동안 이어진 레이블 운영을 마감했다. 당신이 드리미 레코드의 페이지를 방문하게 된다면, "RIP Dreamy Records UK label of 7 years" 라는 글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르코가 정말 영구적으로 활동을 중지 할런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이들의 순수, 그리고 수수한 마음은 듣는 이들의 가슴 한켠에서 떠나질 않을 것이다. 이들 스스로가 작별을 고했지만서도 훗날 다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이것이 기약 없는 작별인사인지, 혹은 정말 영원한 안녕인지 모를 것이다. 아마 지들도 모르겠지.
"넌 혼자가 아니야.우리의 꿈은 무너져 내려 그들에 의해 불태워졌고 우린 지금 외로워.
…모든 게 끝났어, 모든 것이." - [Down] 中.
한상철 (28/자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