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혁 - 변종혁의 해금정악 (표정만방지곡, 만파정식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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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가 변종혁이 전통관악합주곡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표정만방지곡과 만파정식지곡을 오로지 해금만으로 연주한 이번 앨범은 수십년을 해금연주와 후학을 지도해온 변종혁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음악적으로 피리나 대금, 소금에 가려져 관악합주곡에서의 해금의 역할에 대해 확연히 알 수 있는 귀중한 음반이라 할 수 있으며 해금을 공부하는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연주의 귀감이 되는 음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켓에 실린 일필휘지로 그린 해금 그림처럼 이 음반에 실림 변종혁의 연주 역시 일필휘지이며 음반의 모든 제작과정(녹음 믹싱 마스터링)이 24bit / 96Khz로 진행되어 고음질의 자연스러움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표정만방지곡
영산회상(靈山會相)에는 현악이 중심이 되는 현악영산회상(일명 중광지곡)과 이것을 4도 아래로 낮춘 평조회상(일명 유초지신지곡), 그리고 관악기 중심의 관악합주곡인 관악영산회상(管樂靈山會相)이 있는데, 관악영산회상을 ‘삼현영산회상(三絃靈山會相)’ 혹은 ‘표정만방지곡(表正萬方之曲)‘ 이라고도 한다. 악기 편성은 삼현육각(三絃六角), 즉 피리2ㆍ대금1ㆍ해금1ㆍ장구1ㆍ좌고1로 편성된다. 상영산-중영산-세영산-가락덜이-삼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모음곡이며, 삼현도드리와 염불도드리 사이에 하현도드리가 없는 점이 현악영산회상과 다르다. 이 곡의 특징은, 매 장단 점수(點數)는 일정하지만 자유로운 리듬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상영산 전장(全章)의 매 장단의 소요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적인 리듬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주선율을 연주하는 피리가 한 장단을 끝내고 나면 대금ㆍ해금(소금ㆍ아쟁) 등 나머지 악기들만의 짧은 가락이 이어지는 연음형식(延音形式)으로 되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곡을 통하여 청성(淸聲:높은 음)이 많이 출현하는 이 곡은 관악합주의 백미로 꼽히며, 이 가운데 상영산은 무용반주 음악으로 특히 많이 쓰인다. 이 경우에는 불규칙적이고 자유로운 리듬이 규칙적인 장단으로 변한다. 무용반 주에 쓰이는 상영산은 ’향당교주(鄕唐交奏)‘ 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음반에는 해금독주로만 이루어졌는데, 대금선율과 피리선율에 묻혀 잘 표현 되지 않았던 해금의 섬세하고 자유로운 선율을 꼼꼼히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취타
취타란 “불고[吹], 친다[打]”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궁중에서 연주되던 연례악(宴禮樂)의 하나이다. ‘대취타(大吹打)’의 태평소 가락을 2도 높이고 가락에 변화를 주어 관현악곡으로 만든 음악으로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이라고도 부른다. 전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2박 1장단의 취타장단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국악곡이 정형장단(定型長短)에 맞게 분장(分章)되어 있는 반면에, 취타는 각 장마다 부정형장단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제7장 끝에서 제1장 제3박으로 반복되는 도드리[換入]형식을 취한다. 편성악기는 거문고ㆍ가야금ㆍ해금ㆍ대금ㆍ향피리ㆍ당적ㆍ아쟁ㆍ장구ㆍ좌고 등이다. 현재 관현악 합주로 연주할 때는 현악기의 음정을 4도 아래로 내려 관악기와 같은 음정으로 연주하며 조화를 이룬다.
*길군악
길군악은 길을 가면서 연주하는 행악(行樂)이다. 관현악곡으로 연주하는 취타(吹打)의 뒤를 이어 관악기만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그러므로 길군악을 연주하는 악기는 앉아서 연주해야 하는 현악기가 빠진 대금ㆍ향피리ㆍ해금ㆍ소금ㆍ장구ㆍ좌고 등 휴대가 간편한 악기들로 편성한다. 길군악은 모두 4장으로 되어있으며, 3장과 4장 사이에 장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돌장 1과 돌장 2가 추가되는데, 이것은 각각 1장과 2장의 반복선율로 구성된다. 마지막 장인 4장은 계면조로 변조되어 길군악 다음으로 연주될 길타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장단은 두 박 단위의 리듬형 네 개가 모인 여덟 박으로 서양음악의 박자단위로 생각하면 4분의 8박자로 곡의 느낌이 매우 경쾌하다.
*길타령
길타령은 일승월항(日昇月恒 )이라고도 부르는데 타령장단에 얹어져 매우 멋스럽고 흥청거려서 무용반주에 많이 쓰인다.
*금전악
금전악은 다른 이름으로 별우조타령인데 이 곡명은 영산회상(靈山會相)의 여덟째 곡인 계면조(界面調)의 타령을 우조(羽調)로 변조(變調)하여 만든 “별개의 타령”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이 곡은 삼현육각(三絃六角)1)의 악기편성을 연주하는 행악(行樂)2)에 속하는데, 보통 취타(吹打)에서 시작하여 길군악ㆍ길타령ㆍ별우조타령ㆍ군악의 순서로 연주한다. 장단은 타령장단을 사용한다. 피리는 한 구멍씩 치켜 올려 잡고, 원음보다 한 음 아래 음을 연주하는 특이한 연주법을 사용한다. 흥청거리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군악
군악은 영산회상(靈山會相)에서 상영산-중영산-세영산-가락덜이-상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에 이어 연주하는 곡의 이름이다. 군악의 장단은 타령과 같은 장단형으로 변화 장단을 함께 쳐서 곡을 경쾌하게 한다. 3장(章‘) 32각(刻)에서 41각까지 권마성(勸馬聲 )가락이 있어 곡이 더욱 재미있다. 권마성 가락’ 이란 임금이나 고관이 행차할 때 수행하는 사람들이 행차의 위엄을 더하기 위해 “물렀거라” “치었거라” 하며 외치던 소리를 말한다. 권마성 가락에서 피리가 고음으로 높게 뻗어주면 대금이 저음으로 낮게 불어주어 그 조화가 선악(仙樂)을 상상하게 한다. 끝 곡인 이 군악은 초장에서 한 장단이 늘어나 2장 5각까지 다른 선율로 변주되어 매우 이채롭다.
이러한 계주형식의 관악합주곡이 이 음반에서는 표정만방지곡과 같이 해금독주로만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