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 Orchest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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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로 펼쳐낸 사운드 스펙터클
팻 메시니 솔로 <오케스트리온>
새로운 문화의 창조욕구를 기술적 혁신으로 이끌어낸 음악사의 새로운 획을 경험하게 할 앨범 <Orchestrion>
오케스트리온은 기계적 장치에 의해 악기가 연주되는 일종의 자동연주 시스템이다. 이전까지 메시니 단독 연주에 의한 오버더빙 혹은 신시사이즈 사운드 조합을 통해 솔로 작품이 완성되거나 협력자들과 함께 그룹음악 혹은 프로젝트 음악을 일구어냈다면, 이번 <오케스트리온>에서는 그 상대가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이라는 점이다. 실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점은 평소 메시니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신우일신을 거듭하는 뮤지션임을 증명해준다. 5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임에도 그 욕망과 창조를 향한 치열한 투쟁은 변함없다. <The Way Up>이 메시니의 음악문화의 결정체라면 <Orchestrion>은 기술적 혁신의 결정체이다.
기계 연주를 위해 음악 프로듀서가 아닌 로봇 연주 연구 집단에서 5명의 전문가들이 아트 매니저로 초빙되어, 현대 디지털 미디 기술과 기계 연주 설치자 제작가들이 오케스트리온을 작동하는 과정이 결합되어 있다.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악기들인 비브라폰, 기타, 베이스, 드럼, 오르간, 유리병, 퍼커션 등은 기계장치에 연결되어 연주된다. 이들 악기들은 자기력을 발생시켜 전기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솔레노이드에 연결되어 있으며, 압력차에 의해 발생한 음들을 재현함으로써 실제 인간이 연주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메시니는 스캔과 인터넷 출판이 가능한 사보 프로그램인 시벨리우스를 사용하여 작곡하고 미디 레코딩 및 시퀀싱으로 옮긴 후 오케스트리온에 연결 자동으로 연주하게 한다. 왜 이렇게 장시간의 연구와 기계적 오류의 리스크, 복잡한 작업과장을 거쳐 자신이 연주하는 파트를 제외한 모든 자동연주에 대한 사전 편곡과 세팅을 요하는 제한적인 즉흥연주를 자청하였을까? 이는 오케스트리온이 인간이 연주하기 힘든 영역, 하모니, 정교함을 구현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의 장점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합성음을 통해 찍어낸 전자적 신호가 아니라, 물리적 관성을 띈 어쿠스틱에 가까운 컨셉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신시사이즈의 기능에 개안했고 적극 이용했던 메시니가 오케스트리온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팻 메시니 사운드를 창출할 수 있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음악적으로도 그 완성도를 향한 실험에 첫 걸음을 내딛는 경우가 아닐까 추측된다.
반복 패턴이 없는 컬러풀한 리듬과 다양한 음색, 특유의 하모니와 패턴이 고스란히 나타나기에 PMG의 연주로 착각할 만큼 사운드가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 오케스트리온이 그루브와 연주가 진행되는 중의 이입되는 흥분과 집중 등 인간만의 표현 가능한 감성들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단독연주로서 개인의 상상력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의 대안으로 본다면 결과물은 과히 휼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완벽주의자 팻 메시니의 극한의 상상의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그의 음악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절감할 수 밖에 없다. 2010년 6월 그의 내한공연에서 감동을 느껴보기 전까지는 팻 메시니와 오케스트리온의 황홀한 콜라보레이션은 앨범 <Orchestrion>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