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Weekend - Contra
|
아프리칸 팝, 댄스홀, 훵크! 취향과 직관의 탄력으로 세상 저 편을 바라보다.
영민한 인디록밴드의 성공기! 벰파이어 위크엔드의 두 번째 앨범 ‘Contra’
2008년 데뷔앨범 ‘Vampire Weekend’로 전세계를 발칵 뒤집으며 최고의 신인으로 손꼽힌 Vampire Weekend의 2010년 신작 ‘Contra’!
Not Just Smart, True Too! 스마트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음악이다! -Spin 매거진
인디록 전문 미디어 피치포크 평점 8.6 의 높은 점수!
자신들의 음악적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밴드의 성장을 보여주는 야심 찬 트랙 ‘Horchata’를 비롯하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영화감독 가스 제닝스가 뮤직 비디오를 담당하여 화제가 된 첫번째 싱글 ‘Cousins’ 브라이언 윌슨의 스튜디오 귀신 시절의 사운드가 연상될 정도로 예민하며 감상적이고 복잡한 구성을 보이는 곡 ‘I Think Ur A Contra’ 등 한 곡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트랙들로 가득차 있다.
BREAKS NEW GROUND
음악 팬들은 입버릇처럼 ‘요새 음악 영 재미가 없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고대 아시리아의 ‘요즘 애들 버릇없어’란 낙서처럼 습관적으로. 하지만 새로운 노래는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그 중의 일부는 음악산업의 불문율인 ‘10% 성공의 법칙’을 유지하기 위해 남달리 주목 받는 음반이 되고 새로이 스타의 자리에 등극한다.
2007년의 뱀파이어 위크엔드가 그러했다. CDR로 직접 제작한 [Vampire Weekend] EP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더니 정규앨범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올해의 신인밴드로 추켜세워지고, 유명 음악지의 커버를 장식했다. 덕분에 능력 있는 매니저를 만나고, 아티스트를 배려하는 좋은 레이블과 계약도 했다. 정규 데뷔앨범 발표 이전 이미 너무 많은 포커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벰파이어 위크엔드는 1집을 준비할 때 남들은 2집에서나 한다는 소포모어 징크스의 부담을 안고 있지 않았나 싶다. 예상치 못한 유명세에 무리수를 두기 십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침착하고 영민했다. 소속 레이블인 XL 레코딩 역시 소문대로 아티스트를 배려하며 서두르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아프로 팝, 3rd 웨이브 스카, 레게톤, 댄스홀, 뉴욕의 전통 등 자신들의 취향과 직관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데뷔앨범을 만들었다.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Vampire Weekend]는 말 그대로 2008년 전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영미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까지 대부분의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이들을 언급했고,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초청했으며, 4곡이나 싱글커트할 정도로 상업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흥행과 비평에 있어서 동시에 성공을 거둔 행복한 결과였다.
그리고 2010년이 새롭게 밝은 지금, 1년 여의 준비 끝에 그들은 2집 [Contra]를 발표한다. “우리는 첫 앨범에서 했던 것 보다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사운드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자신 있는 태도는 2집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인다. 그들은 신작을 통해 어떤 영역으로 나아갔을까?
LIFE AFTER DORMS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만난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 보컬/기타), 크리스 톰슨(Chris Tomson, 드럼), 로스탐 바트망글리(Rostam Batmanglij, 키보드/기타/보컬), 크리스 베이오(Chris Baio, 베이스)는 코에닉이 신입생 시절 제작한 아마추어 영화제목에서 밴드 이름을 빌려와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여타 인디/컬리지록 밴드와 다를 바 없었다. 대학 내 문학 동아리, 파티 등에서 연주를 시작했고, 클럽 공연을 통해 그들만의 개성을 알려 나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한 2007년, (예상치 못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자주제작 셀프 타이틀 EP를 발표했다. 자신들의 기숙사 방과 가족의 창고 등에서 직접 녹음해 CDR로 구워 만든 이 EP는 스테레오검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큰 화제가 되었다. “Upper West Side Soweto”라 불리는 아프리칸 팝 뮤직과 서구 팝/록의 전통을 한데 아우른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독특함은 인디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스타일이었고, 옥스포드식 문법과 지질학, 버스 노선 등을 소재로 한 유머러스한 가사 역시 그들이 주목 받는 데 한 몫 했다.
이후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승승장구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매니저였던 이언 몬튼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평소 밴드 멤버들이 좋아하던 레이블이었던 XL 레코딩과 음반 계약을 했다. 이들이 이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데뷔 앨범을 내기 이전임에도 CMJ 뮤직 마라톤에 참여하고, "Cape Cod Kwassa Kwassa"가 롤링 스톤 지의 100 베스트 송에 뽑히고, 같은 해 11월 신스와 함께 영국 투어를 돈 이후 스핀 매거진에 의해 올해의 신인밴드에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데뷔앨범은 2008년 1월에서야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영미에서 동시에 성공적인 데뷔를 기록했다. 영국 앨범 차트 15위, 빌보드 200 차트 17위를 기록했고, 4개의 싱글이 발매되었다.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언급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로컬씬을 넘어서기가 낙타 바늘귀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는 미국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팬들의 지지를 얻어낸 건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Vampire Weekend]의 미덕은 여러 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아프리칸 팝과 스카의 그루브를 밴드 포맷에서 소화해 히트 싱글로 만들어 낸 것은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록큰롤, R&B, 소울과 다르게 형성되는 아프리칸 팝의 업비트를 매력적으로 짚어낸 것은 뱀파이어 위크엔드가 아프리칸 팝의 빅 팬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이들이 폴 사이먼, 피터 가브리엘과 다르게 평가 받는 이유가 되었다. 여기에 클래시, 스트록스를 떠오르게 하는 센스가 겸비되었으니 음악팬들과 매체의 관심이 동시에 몰린 건 당연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신인 밴드가 셀프 프로듀싱을 하며 스스로 갈 방향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표현해 낸 것은 이들의 한 때의 하이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밴드의 능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게 하는 면모이다.
DRINKING HORCHATA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성공적인 데뷔 앨범 이후 정신 없이 바쁜 2년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신스, 애니멀 컬렉티브 등 선배 인디록 밴드들과 함께 투어를 돌고,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로스탐은 이 바쁜 와중에 사이드 프로젝트 랩그룹 르 옴므 런의 앨범을 발표했다.
2집에 대한 아이디어는 1집 발표 이전에 이미 잡혀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데뷔 앨범 때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신중하게 차기작을 준비했다.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18개월간의 긴 투어를 마치고 2009년 1월 대망의 신작 레코딩에 들어갔다. 정신적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에서 녹음을 진행하려 했으나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녹음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자신들이 가장 익숙한 도시인 뉴욕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2집 녹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009년 3월의 멕시코 투어였다. 이들은 몬테레이에서 만난 DJ 겸 프로듀서인 토이 셀렉타(Toy Selectah)와 그의 스튜디오에서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와 철학을 주고 받았으며, 프리다 칼로의 생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다(첫 싱글인 “Cousins”가 바로 그 곡).
멕시코에서 작업의 에너지를 한껏 보충한 벰파이어 위크엔드는 예민하고 세련됨과 동시에 팽팽하고 역동적인 결과물을 완성했다. 이들은 데뷔 앨범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고, 또한 자신의 과거 작업을 부정하지 않았다. 영민하고 진중하게,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신뢰한 결과물은 전작 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2집을 통해 자신의 사운드 미학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아프리칸 팝, 3rd 웨이브 스카, 댄스홀, 브라질리언 훵크, 콩굴루즈 썸 피아노, 발리우드, 레게톤, 그리고 존경하는 선배 뮤지션인 비스티 보이스와 서브라임까지. 이들은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이 모든 다양한 영향들을 예민하고 세련되게 구성했다. 노래들은 보다 다층적인 의미로 구성되어 세상 저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는 이를 잡아 먹을 듯 사운드와 리듬으로 들이대다가도 어느 순간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속삭인다.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고 다양한 취향을 탄력적으로 반영한 이 앨범은 의심할 것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결과이며, 밴드의 성장이 다층적인 음악으로 올곧게 담긴 성공적인 소포모어 앨범이다.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2집 [Contra]는 2010년 1월 12일(미국 기준) 발매되었다. “Horchata”는 작년 10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다운로드로 공개되었고, 첫 싱글 “Cousins”는 2009년 11월 뮤직비디오와 함께 발매되었다.
(글/ 김민규, 플라스틱 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