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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Seconds To Mars - This Is War

절제된 파워의 격렬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록 밴드
30 SECONDS TO MARS (화성까지 30초)
2009년 새 앨범 [THIS IS WAR]

최고의 록 프로듀서 Flood와 스티브 릴리화이트가 참여.
팬들이 직접 참여한 대규모 코러스는 화려한 공간감을 연출.

카니예 웨스트 가 함께한 비장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니카 'Hurricane'과 'Stranger In A Strange Land'수록.

헐리우드, 산타 모니카 피어,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에서 수십대의 자전거족과 함께 촬영이 진행되었다하는 장대한 스케일의 숏 필름으로 유명해진 첫 싱글 'KINGS AND QUEENS' & 화제의 "드레곤 에이지: 오리진스" 게임 트레일러 타이틀 트랙 'This Is War' 수록.


미국 메인스트림 록의 찬란한 진화
30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의 세 번째 앨범,「This Is War」


사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록 음악은 확실한 트렌드를 형성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의 메인스트림 록은 뉴메틀의 하락과 이모코어의 상승, 포스트 그런지의 고군분투를 경험하며 명맥을 유지해 갔다. 2000년대를 대표할 만한 신진 슈퍼스타가 없다는 것은 록 음악 팬들에게는 치명적인 불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00년대 미국의 메인스트림 록은 거대한 음악적 혼란 속에 수많은 혼종을 낳았고, 이것은 2010년을 전망하는 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 정의내릴 수 없는 많은 밴드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따라 2010년대의 록 트렌드도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자레드 레토(Jared Leto)라는 수려한 외모의 미국 출신 영화배우가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기활동을 펼쳐 영화 ‘파이트 클럽’(1999), ‘아메리칸 사이코’(2000), ‘패닉 룸’(2002) 등의 크레딧에 꾸준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연기에 대한 열의도 대단해 ‘레퀴엠(Requiem for a Dream)’(2002)에서는 28파운드의 체중을 감량했고, ‘챕터 27(Chapter 27)’(2007)에서는 60파운드가 넘는 체중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챕터 27’의 기획자이자 주연배우인 자레드 레토는 이 영화에서 존 레논(John Lennon)을 살해한 마크 채프먼(Mark David Chapman)으로 분했다.
한편 영화배우 자레드 레토는 미남 록커이기도 하다. 그가 자신의 형 셰넌 레토(Shannon Leto)와 결성한 그룹 서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는 1998년에 활동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악팬과 마주했다. 비록 이번에 나온 신보까지 더해 총 3장의 앨범만이 디스코그래피를 채운 상태지만 밴드는 미국 메인스트림 록 음악계에서 자신의 세력 범위를 점차 늘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서티 세컨즈 투 마스가 바로 2000년대 록 음악의 혼종성을 대표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밴드에 이미 자레드 레토라는 유명인사가 있었지만 서티 세컨즈는 단숨에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다.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자레드 레토, 드러머 셰넌 레토, 또 다른 기타리스트인 솔론 빅슬러(Solon Bixler)가 만든 2002년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은 첫 싱글 "Capricorn (A Brand New Name)"만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31위에 올랐을 뿐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신 베테랑 프로듀서 밥 에즈린(Bob Ezrin)이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것과 툴(Tool)의 메이너드 제임스 키넌(Maynard James Keenan)이 "Fallen"에 참여한 사실은 앨범의 주요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 후 심기일전한 레토 형제는 새로운 기타리스트 토모 밀리세빅(Tomo Milicevic), 베이시스트 맷 바흐터(Matt Wachter)을 영입해 팀을 재정비한 뒤 두 번째 앨범 「A Beautiful Lie」(2005)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는 위저(Weezer),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과 작업했던 조시 아브라함(Josh Abraham)이 밴드와 함께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음악과 노랫말 모두 1집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2집은 감성에 호소하는 가사와 포스트 하드코어의 접근법을 따라 많은 록 음악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밴드는 유즈드(The Used)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서포팅 밴드로 나섰고 ‘Welcome To The Universe’라는 제목으로 단독 투어를 가지면서 인지도를 서서히 높여 나갔다.
결국 「A Beautiful Lie」는 미국에서 플래티넘, 캐나다에서 골드를 기록했고, 4곡의 싱글 가운데 "The Kill (Bury Me)"와 "From Yesterday"도 빌보드 모던록 차트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샤이닝’(1980)에 기반을 두고 제작한 "The Kill (Bury Me)" 뮤직비디오는 MTV2, 호주 MTV 등 여러 비디오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밴드 역시 2008년 커랭!(Kerrang!) 어워드에서 ‘Best International Band’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30 세컨즈의 2집 활동 중에도 팀의 메인 송라이터인 자레드 레토는 스크린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연기 활동과 앨범 작업을 병행했던 2집 때와 달리 3집 작업을 시작한 2008년부터는 거의 음악에만 몰두했다. 2집의 대중적 성공이 그의 음악적 야심을 배가시켰음에 틀림없다.
물론 신보 작업 중에는 잡음도 있었다. 지난 2008년 8월 소속사인 버진(Virgin) 측이 음반 계약 불이행으로 밴드에게 3천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30 세컨즈 투 마스는 2009년 4월 기존 소속사와 새로 음반 계약을 체결하며 기나긴 공방을 매듭지었다. 이 사건 탓에 신보 발매 시기가 늦춰진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앨범에는 신념이나 정신적인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지금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들과 다를 게 없죠. 2집이 나왔을 때 제가 첫 번째 앨범을 부숴버리고 싶다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건 우리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 우리는 첫 번째 앨범에서 두 번째 앨범으로 이동하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고, 이번에도 다시금 그러한 전환점을 돌 것 같습니다. 이건 밴드에게 분명 흥미로운 일이고, 멤버들도 여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거든요.” - 자레드 레토, MTV 인터뷰 중.

“이 친구들은 예전과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어요. 이런 건 항상 거대한 도전이나 다름없잖아요. 근데 자레드가 저랑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미 이 밴드의 목표는 확실하게 세워져 있더라고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곳에 멤버들과 저를 밀어 넣어 하나의 ‘명반’을 만드는 것이었죠.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실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엄청난 작업량이 필요합니다. 제가 말한 이런 것들은 정말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 플러드(Flood), 빌보드닷컴 인터뷰 중.

2007년 맷 바흐터의 탈퇴로 다시 트리오가 된 30 세컨즈는 그야말로 새로운 음악을 갈구했다. 그리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밴드는 플러드와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를 공동 프로듀서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U2를 비롯한 여러 유명 아티스트의 작업을 감독하며 일찍이 명장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이렇게 다섯 사람이 심사숙고 끝에 만든 새 앨범 「This Is War」는 멤버들의 바람대로 새로운 서티 세컨즈 투 마스의 음악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신보에서는 "Capricorn (A Brand New Name)"이나 "The Kill (Bury Me)"를 주름잡던 포스트 그런지 또는 포스트 하드코어의 기조가 강조되지 않는다. "End Of The Beginning"이나 "A Beautiful Lie"를 압박하던 간결한 편곡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드라마틱하고 역동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밴드는 곡의 전개와 편곡을 여러 모로 실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대규모 코러스다. 실제로 밴드는 앨범 작업 중에 다수의 팬들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클럽으로 초대해 그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그 결과물을 작품 곳곳에 배치했다. 사실 팬들을 앨범 작업에 참여시키면서 그들과 밴드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것이 30 세컨즈가 가진 순수한 목표였다. 하지만 팬들의 목소리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대 이상의 공헌을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Escape", 박진감 넘치는 첫 싱글 "Kings And Queens", 장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Vox Populi" 등 여러 곡들에서 팬들의 코러스는 찬란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위와 같은 시도에서도 드러나듯 30 세컨즈가 「This Is War」에서 추구한 음악은 대곡 지향적이다. 이를 위해 밴드는 기존의 접근법을 해체하여 보다 치밀한 편곡을 구사했다. 셰넌 레토의 힘찬 드러밍과 자레드 레토의 시원한 발성, 적재적소에서 투입된 화려한 키보드 배음은 "Night Of The Hunter"와 "Close To The Edge"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니카는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함께한 "Hurricane"과 "Stranger In A Strange Land"를 집요하게 관통한다. 총 12곡 가운데 9곡의 러닝타임이 5분이 넘는다는 사실도 이러한 밴드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his Is War」가 재현한 거대한 공간감과 치밀한 편곡, 그리고 드라마틱한 작품 구성은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서티 세컨즈 투 마스가 고수하던 포스트 하드코어는 어느새 여러 가지 색깔로 덧칠되어 있다. 이미 한계에 부딪힌 미국의 메인스트림 록에서 이러한 시도는 하나의 변신이자 의미 있는 도약이라 할 수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서티 세컨즈 투 마스는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밴드가 되었으며, 「This Is War」는 그것을 보란 듯이 증명한 앨범이다.

글. 김두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