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노래의 절정에서 긴장과 해방을 동시에 안겨주는 꽉찬 보컬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가슴속에서 스며나오는 진실함으로 노래를 만들었던 그는 민중가요에서 대중가요로, 외로움의 터널을 홀로 걸어오며 그 판을 뒤집었던 유일한 노래꾼이다. 89년말 솔로로 독립을 한 이후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노래에 대한 믿음으로 끊질긴 자신과의 싸움속에 그의 노래는 사자후를 터뜨렸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일곱 번째 음반으로 21세기에 서 있는 자신을 내보인다.
안치환과 그의 밴드 "자유"…
97년 결성 이후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발견하고 세션 연주에 완성도를 높혀안치환의 진보적인 감수성이 돋보이는 노랫말과 포크록이라는 고전적인 장르를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풍부한 사운드로 감싸안은 자유의 연주는 스튜디오와 콘서트홀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분위기를 이끌어 가기에 충분하다. 현재 자유 밴드 일원은 레코딩 세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7집 음반 - Good luck!
8,90년대를 전진하며 걸어왔던 그가 1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노래꾼의 여정에서 7집 음반을 내놓았다.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한 음반에 수록하며 자신의 뿌리를 놓지 않았던 그가 이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전진의 슬로건이 견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부딪히고 좌절하였을 때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오는 한 인간의 모습이다.
이번 음반에서도 그는 단순히 대중 취향적인 서정성이 아니라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을 엮어 자신이 추구하고 자리매김한 포크락을 선보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첫 호흡을 같이한 시인 정지원의 詩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는 다소 어려운 詩語이지만 중심을 잃어 어긋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고자 한다. 이것은 안치환 자신의 노래에 대한 바램이기도 하다. 또한 그 역시 386세대이기에 그가 놓칠 수 없는 이야기… 이 시대 386세대들에게 건네는 <위하여!!> 라는 곡은 속도 경쟁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80년대의 상징이었던 저항과 낭만의 문화를 잃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한 잔의 술잔을 건네며 도전적인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가 놓지 않았던 뿌리-시대를 읽고 노래하는 것이 민중 가요라 한다면 그는 통일에 대한 갈망을 들려주고 있다. 선배 김민기의 제의로 그간 콘서트 무대에서만 불러왔던 <철망앞에서>는 기존 곡이 듀엣곡으로 불려진 반면에 그의 밴드 자유와 새로이 편곡하여 심장에 파고 드는 강한 터치의 드럼 연주와 사이사이 신디사이저의 효과음으로 그의 카리스마가 돋보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6월 13일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는 <동행>은 이미 작년 여름에 열린 "우리의 소원은 통일" 콘서트 이후 큰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단조롭게 풀어내는 멜로디에 그 순간의 느낌을 솔직히 써내려간 가사가 통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진 이에게 그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이 음반에서 <철망 앞에서><동행>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말해 주는 노래-<매향리의 봄>은 단순히 그의 고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역사에서 청산하지 못한 강대국의 폭력에 신음하는 고향을 빗대어 우리 스스로 자주적으로 되찾아야할 조국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민중가요에서 이어오는 듯한 노랫말과 단조로운 기존 멜로디에 아트락을 접목시켜 시각적인 효과를 엮어내고 있다.
70,80년대 청년 문화와 대항 문화의 상징이었던 한국 포크 음악이 90년대 후반 새로운 세기에 다가서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인가는 이 음반을 수록된 <아, 봄이런가>, <가을 은행나무 아래서>, <山>을 통해 다시금 알 수 있을 것이다. 포크 음악에서만 표현될 수 있는 일상의 서정적인 이미지들을 서술적으로 풀어내 단순한 리듬으로 터치를 했고, 지극히 개인적인 정황들이긴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가사로 서술해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포크라는 살을 붙여 단단한 음악적 성과를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그의 음반에 빠지지 않았던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그의 음악적 친구인 작곡자 이지상이 곡을 붙인 <수선화에게> 모던 포크로 진행되고 있다.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서술적인 언어들을 그의 잔잔한 보컬로 한 점의 수채화처럼 이미지화 시키는데에 성공하였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녹일 사람들을 위한 연가인 것이다.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그가 이번 음반을 통해 보여주고 하는 것은 카오스적인 세상에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자신에 향한, 주위 사람들을 향한, 세상을 향한 그의 믿음이다. 그리고 한시도 저버린적 없는 노래에 대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