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inick Farinacci - Lovers, Tales & D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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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을 적시는 신성(新星)의 나팔소리!
-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사운드
- 젊은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가을밤을 적시는 연주!
- 2003년 부터 총 7매의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2008년 7월 Juilliard Jazz All Stars의 멤버로 한, 일 아시아 투어를 통해 내한하여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가 자국 레이블인 코치에서 발표한 2009년 야심작 'Lovers, Tales & Dances'.
- 조 로바노(색소폰)와 조 로크(비브라폰), 케니 배런(피아노), 제임스 지너스(베이스), 마크 존슨(베이스)과 루이스 내쉬(드럼)가 참여한 초호화 세션!
- 피아졸라의 명곡 'Libertango', 클리포드 브라운과 헬렌 메릴이 남긴 녹음을 연상케 하는 'Estate', 자크 브렐 원작의 'Ne Me Quitte Pas'와 푸치니 원작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등 류이치 사카모토 원작의 'Bibo No Aozora' 오넷 콜먼의 대표곡 중 하나인 아름다운 발라드 트랙 'Lonely Woman' 등 총 12곡의 매력적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사운드
젊은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가을밤을 적시는 연주!
2003년 부터 총 7매의 앨범을 발표하며 2008년 7월 Juilliard Jazz All Stars의 멤버로 한, 일 아시아 투어를 통해 내한하여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그가 자국 레이블인 코치에서 발표한 2009년 야심작 'Lovers, Tales & Dances'. 조 로바노와 조 락, 케니 배런, 제임스 지너스, 마크 존슨과 루이스 내쉬가 참여한 초호화 세션! 피아졸라의 명곡 'Libertango', 클리포드 브라운과 헬렌 메릴이 남긴 녹음을 연상케 하는 'Estate', 자크 브렐 원작의 'Ne Me Quitte Pas'와 푸치니 원작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등 총 12곡 수록.
주인공의 이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심코 던져 넣은 CD 한 장. 차분한 현악 앙상블이 베이스의 둔중한 울림과 함께 깔려나간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트럼펫이 'Don't Explain'의 주제를 짚어낸다. 그리고 곁에 선 테너 색소폰. 재즈를 꾸준히 들어왔다면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듯이 분명 조 로바노(Joe Lovano)다. 트럼페터와 조 로바노는 서로 프레이징을 주고받으며 곡을 이어간다. 첫 곡이 마무리될 즈음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그래도 냉정을 유지한 채 다음 곡에 귀를 기울인다. 흥미로운 타악기에 이어 피아노와 비브라폰이 점을 찍듯 던져놓는 서주는 피아졸라의 명곡 'Libertango'. 플루겔혼이 주제를 마치자 각각 비브라폰과 피아노의 솔로가 이어지고, 계속해서 플루겔혼이 자신의 솔로를 펼쳐낸다. 리 모건(Lee Morgan)이 즐겨 사용했던 솔로 구성을 연상시키는, 공간미 가득한 재기발랄함. 그제야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앨범 재킷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연주는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 비운의 거장에게 조금이라도 영향 받지 않은 후세의 연주자가 얼마나 있으랴마는, 무엇보다 안정된 톤과 차분하고 진지하면서도 제 할 말 빼놓지 않고 다 하는 스타일이 그렇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클리포드 브라운이 명징한 천상의 나팔소리를 대변했던 것과 달리 약간 어둡고 내면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고나 할까. 이탈리아 혈통의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이미지 중심의 인상주의자라기보다 묵직한 정통파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이 지점에 이르러 약간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가 주목했던 트럼페터 중에서 그러한 노선을 걸었던 예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이다. 지금이 1980년대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르나,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이 고집스런 사내,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다.
그가 처음 재즈인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건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를 통해서다. 약 10년 전, 클리블랜드에서 연주하던 15세의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전통의 기치를 드높이던 윈튼 마살리스의 눈에 띄었고, 뉴욕으로 건너와 줄리어드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업은 착실히 진행됐다. 그리고 이내 일본의 제작자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이르렀다. 아직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일본의 제작사에서 여러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워낙 재즈의 전통미에 집착이 큰 일본인들인지라, 이에 합당한 대중적 지지도 뒤따랐다. 그리고 이제 코치(Koch) 레이블과 계약을 맺어 그의 인생을 바꿔준 뉴욕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코치에서 제작한 첫 앨범의 타이틀은 'Lovers, Tales & Dances'. 여기에 등장하는 세 단어가 작품의 성격을 더없이 잘 드러낸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우며 따스한 이야기들이 귀를 거스르지 않는 리듬 속에 차분히 전개된다.
도미니크 파리나치에 대한 신뢰는 앨범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조 로바노와 비브라폰 연주자 조 락(Joe Locke)이 눈에 띄고, 리듬 섹션은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Kenny Barron), 베이시스트 제임스 지너스(James Genus)와 마크 존슨(Marc Johnson), 그리고 드러머 루이스 내쉬(Lewis Nash) 등이 맡았다. 언제 어디서든 믿음직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들이지만, 한결 더 자율적이고 진지하게 협업에 임했다는 흔적이 앨범 한 장에 가득하다. 단순히 젊고 뛰어난 신예를 의례적으로 도와주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자리했다고나 할까. 일일이 그들의 반응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많게는 40년 이상의 연령차를 지닌 도미니크 파리나치에게서 오래도록 함께해온 옛 동료나 선배의 체취를 맡았을 것만 같다. 기획자인 매리 앤 토퍼(Mary Ann Topper)는 이렇게 말했다―"도미니크의 젊은 몸속에는 아주 오래된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Lovers, Tales & Dances'의 강점은 단지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주목할 만한 이력과 선배들의 안정적인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엇보다 앨범을 구성하는 선곡과 편곡이 인상적이며, 이를 말끔히 수행해낸 모든 연주자들의 좋은 연주, 그 자체가 시선을 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Don't Explain'이나 'Libertango'는 앨범의 성격과 지향을 대변한다. 결코 듣는 이를 음악적으로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너무 많은 생각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이미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음악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선행된 바, 그가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고 동시에 그 강점이 잘 드러날 만한 그릇을 마련한 뒤 제작에 임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지금 이 시점에 또 한 명의 전통적인 트럼페터를 새롭게 만난들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재즈가 지금껏 존속돼온 배경에는 언제나 지지를 얻을 만한 어법의 꾸준한 재현도 역할이 매우 컸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음악과 이 앨범은 우리가 최종적인 휴식의 시간에 택할 수 있는, 부정할 수 없이 안정적인 카드다. 더구나 실제 나이보다 갑절은 됐음직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에게 또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과도한 욕심에 불과하다. 지금 이 정도만 가지고도 우리는 만족할 만한 표정을 지어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신예 보컬리스트 힐러리 코울(Hilary Kole)이 함께한 'Estate'는 마치 클리포드 브라운과 헬렌 메릴(Helen Merrill)이 1954년에 남긴 녹음을 연상케 하고, 수없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자크 브렐(Jacques Brel) 원작의 'Ne Me Quitte Pas'와 푸치니 원작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은 다친 심신을 달래기에 매우 좋다. 이런 시도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인기를 끌었던 트럼페터 크리스 보티(Chris Botti)의 앨범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가 팝적인 흐름에 기울어 있는 반면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웬만한 시류의 위압에 끄떡도 하지 않을 태세다.
아직 작곡가로 짙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고 있지만, 앨범에 실린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창작곡들('Vision'과 'Silent City')도 간과할 수 없다. 모두 멜로디의 흐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며, 이반 린스(Ivan Lins) 원작의 'Love Dance'와 조 락이 편곡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 원작의 'Bibo No Aozora'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주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지향과 발길을 같이 한다. 상대적으로 프리 재즈의 전설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의 대표곡 중 하나인 'Lonely Woman'을 연주한 것은 거장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 보인다. 이 곡에서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원곡의 이미지에 손을 많이 대지 않고 조 로바노와 함께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소화해냈다. 'Don't Explain'과 대비를 이루는 퀸시 존스(Quincy Jones) 원작의 'The Pawnbroker'는 수록곡 중에서 가장 큰 편성으로 녹음됐으며, 무리 없는 솔로와 편곡으로 앨범의 차분한 마무리를 꾀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엿보게 한다.
여지없이 올해도 싸늘한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안식과 위로가 필요한 이즈음, 너나 할 것 없이 감성의 변화에 몸 둘 바 몰라 하며 무언가, 혹은 누군가 곁에 두고 싶은 시절이다. 그것이 누구보다 먼저 우리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존재라면 더없이 좋겠다.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이 앨범의 발표에 임하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이 곡들은 지난 몇 년 간 제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던 것들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인 남긴 곡들이죠. 그들이 지니고 있던 아름답고 서정적인 면을 잘 담고 있어요. 나는 이 곡들을 통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이들의 흔적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을밤을 위해 이 신성新星의 나팔소리는 분명 유효한 선택이다. 여기에는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치와 매력이 깃들어 있다. 보기 드물게 성숙한 시선을 지닌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 우리가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