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Jon - Wave 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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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멜로디와 빈티지한 재즈 그루브 사운드로 앱스트랙 매니아에게 절대지지를 받고있는 천재 비트메이커 팻존의 4번째 솔로앨범 "Afterthought"
오래된 축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듯한 따뜻하고 빈티지한 느낌의 재즈샘플들과 드럼과 베이스가 강조되어진 둔탁하고도 느릿한 비트가 돋보이는 미디움템포/재지힙합의 수작음반!
팻존의 네번째 솔로작인 Afterthought 가 발표되던 2004년은 여러 면에서 그의 커리어상의 어떤 변화의 지점으로 삼을 만하다.
이 앨범이 일본 독점으로 발매되었던 2004년 (미국에선 2006년에 발매된다) 을 전후로, 팻존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의 협업의 폭을 넓혀갔다. 주지하디시피, 독일의 글리치/엠비언트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Pole의 2003년 셀프타이틀 앨범에 3곡을 피쳐링 하면서 참여하였고, 2006년엔 급기야 벨기에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Arne Van Petegem의 프로젝트 Styrofoam과의 공동 작업물인 The Same Channel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시기에 그의 활동무대를 아예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옮기기도 하는데 상기한 팻존의 행보가 분명 그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관심에서 이루진 것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Afterthought 앨범에선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Prefuse 73이나 RJD2의 음악을 떠올리면 곤란하고, 오히려 팻존 특유의 간결하고 멜로우한 비트라는 근간에 부여된 요소로서 일렉트로닉이다 라는 점이 중요하다. 더불어 Lightweight Heavy 라이선스 앨범 라이너에 실린 그의 인터뷰에서도 그가 샘플과 루핑을 주로 삼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의 한계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판단에서도 어느 정도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일까, 본 앨범 제목을 Afterthought, 즉 반성과 재고인 것은.
이 앨범의 수록곡들 간엔 일정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Why We Dream처럼 어쿠스틱 한 기타 사운드가 주도하면서 일정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팻존 스타일의 곡이 있는가하면, 이어지는 Darkness는 그만의 전형적인 힙합비트위에 더해진 느릿한 브레이크비트가 전체적인 사운드를 주도한다. Static Medium과 Look In Your Eyes의 관계도 유사한 긴장이 느껴진다. 이러한 긴장들이 주는 어떤 재미 때문인지 국내 리스너들 사이에서 본 작을 두고 팻존의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Cold Memory를 시작으로 앨범 전반에 걸쳐 감지되는 차가우면서도 어두운 감성적인 리듬이 그가 빚어낸 비트에 따라 전개된다. 차갑게 내려치는 비트에 찰랑이는 선율들과 형용되어지기를 거부하는 리듬이 멋스런 조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어지는 Fly Away에서는 정박으로 떨어지는 비트운용에 일정의 컨셉을 유지하려는 듯한 소스들을 적절히 배치해 한층 더 앱스트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탁한 대기에 존재하는 이름모를 공허함이 묻어나는 Risk It All를 지나 어쿠스틱 한 기타 사운드와 낡고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노이즈가 서로 맞닿아 울려 퍼지는 Why We Dream 로 이어진다. 이어 일렉트로닉한 비트에 서정미 넘치는 피아노선율과 호른이 중심이 된 Darkness 또한 전형적인 팻 존 스타일의 트랙으로 손색이 없다.
낯선 여인의 외마디 "what can i do now?" 로 시작되는 Just Breathe (No Conscience)는 분명 리스너들 에게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낼만한 트랙이다. 그가 이곡에서 인스트루멘탈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마지막 열두 번째 트랙에서 다시 등장하는 이곡의 다른버전에서 곡 전반 에 걸친 팻존의 나지막히 ?조리는 나레이션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주된 스트링과 선율이 감동적인 All In Your Mind를 지나면 모던한 글리치를 표방한 리듬과 베이스가 돋보이는 Static Meduim으로 음악은 이어진다. 짧은 피아노루핑위에 얹은 일렉트로적인 비트가 압권인 Look In My Eyes가 흐르고 나면 도시적인 비트에 고전적인 샘플소스와의 매치가 인상적인 Your Purpose, 미니멀한 구성에 간결하면서 실험적인 Romantic Misery를 끝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팻 존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은 리스너들의 몫이다. 그는 음악에 맞춰 랩을 하든, 명상을 하든, 설거지를 하든, 심지어 지하실에 던져버리든, 또는 아름다운 여성 또는 멋진 남성과 데이트를 하든, 모든 것이 그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음악은 thought activator 이기 때문에.. 어쨌든 난 명상이나 설거지는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기엔 이 음반이 꽤 멋지다.
* 다음은 팻 존이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들의 단편들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하나의 유의미한 힌트가 되리라 생각한다.
Q: 영향 받은 뮤지션은? / Jon: 프린스, 모든 신시네티 훵크 개척자들, 말리 말 (Marley Marl), 크라프트베르크, 마빈 게이, 그리고 너무 많은 다른 뮤지션들.
Q: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듣고 싶은 앨범은? / Jon: Humanoid Erotica.
○ "나는 단지 힙합이 살아남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마치 고전 부흥 운동 같은 것인데, '힙합의 황금기'라 불리던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마음에 품고 있고, 그 시절엔 음악이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엔 808 베이스에 키보드 소리로 도배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 "어린 시절 신시내티엔 비트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나 역시 랩을 하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그 시절 랩을 하고 싶어 했다면 스튜디오에 가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엔지니어에게 설명해야만 했는데, 그러다보면 정말 당신은 빨리 늙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들이 하는 것을 매일같이 가서 보고 배우려했고 결국 나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내가 해볼 수 있겠냐고 묻게 되었다. 그들은 허락해줬고 그 후로 나는 스튜디오의 장비들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더불어 나의 그룹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 "나는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아날로그 장비들을 갖고 있다. 아직 컴퓨터를 다루는데 서툴다. 어차피 나중엔 좀 더 쉬워질 텐데 벌써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디지털 시대는 너무 과한 완벽성을 추구하고, 거기엔 어떠한 오류나 실수가 존재할 공간이 없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그러한 오류나 실수를 극복하면서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주며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게 아날로그가 좋은 이유이다."
○ "우선, 나는 힙합 음악의 팬들 중 한명이다. 그리고 비트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래나 랩을 만드는 것처럼 비트를 만드는 것에도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나는 힙합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