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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tic Monkeys - Humbug
권태를 모르는 청년들
[Humbug](2009) by Arctic Monkeys

현지가 아니라서 피부로 실감할 수는 없지만, 몇해전 이들의 데뷔는 영국에서 특종과 비슷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2006년의 악틱 멍키스는 데뷔 앨범 한장으로 어렵지 않게 여름 각종 록페스티벌의 VIP 스테이지를 선점했고 그해 연말 시상식을 싹쓸이했다. 1년만에 발표한 두번째 앨범은 이들에겐 징크스가 없으며 밴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흔해빠진 미디어 하이프가 아니었음을 무수한 호평과 여전한 세일즈가 대변했다. 한편 밴드의 브레인 알렉스 터너가 지난해 공개한 사이드 프로젝트 라스트 섀도우 퍼펫츠는 쉬어가는 페이지가 아니라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연 또다른 장(章)의 서막과 같았다. 그리고 지금 만나는 악틱 멍키스의 세번째 앨범 [Humbug]는 젊은 밴드가 자신의 무수한 청중을 얼마나 진지하고 예민한 존재로 받아들이는지를 다시한번 입증하는 작품이다. 그들은 언제나 눈에 두드러지는 강력한 변화를 추구하는 밴드로 살고 있다. 악틱 멍키스는 권태를 모르는 존재들이다.

Album
세번째 앨범 [Humbug]는 몇가지 특징이 선명한 작품이다. 우선 전반적인 흐름을 강조한 앨범이다. 이를 조금 불편한 방식으로 뒤집으면 데뷔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2006)의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나 두번째 앨범 [Favourite Worst Nightmare](2007)의 'Brianstorm'에 준하는 원펀치 싱글이 없다는 의미이지만, 친화력 강한 멜로디 위주의 낡은 패턴에서 완벽하게 탈피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곡이라는 개체의 나열 이전에 앨범이라는 총체적인 맥락에 집중한 결과다. 이는 경험의 반영이다. 악틱 멍키스는 자극적인 노래로 충분히 성공했고,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유장한 구성을 선보였던 라스트 섀도우 퍼펫츠를 통해 히트 싱글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답습을 기피하고, 그리고 실험으로도 충분히 대중적인 설득력을 확보한 뮤지션에게 주어지는 포상은 풍성한 자유다. [Humbug]는 더는 히트곡 제조기로 살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밴드가 점진적으로 난이도의 수위를 높여 완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Humbug]은 중력의 연주에 집중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Secret Doors'에서 알렉스의 노래가 유난히 낭만적으로 들렸다면, 그만큼 상대적으로 악기라는 하드웨어의 역할과 비중을 강화한 탓일지 모른다. 앨범 속의 연주는 대체로 무겁고 탁하다. 또다른 예로 'Pretty Visitors'의 도입부는 밴드가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비장한 드라마가 펼쳐질 듯 음산하고 수상한 고딕 오르간 연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두번째 앨범 [Favourite Worst Nightmare]과 흥미롭게 비교되는 지점으로, 전작이 빠른 연주로 도달하는 쾌감을 실험했다면 오늘의 앨범은 속도의 연주에서 무게의 연주로 밴드의 초점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첫싱글 'Crying Lightning'의 뮤직비디오와 중첩되는 구석이 있다. 비디오는 밴드를 거세게 비바람부는 배 위에 던져버렸고, 밴드는 난폭한 초자연에 맞서 연주를 지속하는 길 외에는 생존의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육중한 연주와 함께 앨범단위의 완결성을 부각한 [Humbug]는 결국 로큰롤의 구성원소들을 제대로 확보한 작품이다. 차기작을 구상하는 동안 지미 핸드릭스와 크림을 즐겨 들었다는 이들의 언급, 그리고 비교대상으로 짐 모리슨을 동원해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각종 리뷰들, 그리고 싱글 'Crying Lightning'의 비사이드로 발표한 닉케이브의 'Red Right Hand'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또한 그와 무관하지 않다. 머리를 기르고 블랙 사바스 티셔츠를 입고 프로모션 사진을 촬영한 3집 이벤트 역시도 어느정도 여유와 유머를 동반했으되 록의 기원을 찾는 여정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평균연령 스물서넛에 지나지 않는 이 청춘밴드의, 하드록과 메탈을 연료삼아 태우듯 노래하고 연주하는 의도적인 역행에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구석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들이 진짜 갈망하는 것은 선대장르의 표피적인 비주얼이나 얄팍한 리프의 카피가 아니라 원형의 록으로부터 나오는 웅대한 에너지이며, 이 영역에 근접할 수 있는 능력자임을 허세나 예술가연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진보적인 활동을 통해 충분히 인증받아왔기 때문이다.

전에 비해 무겁고 강한 구성에 특별한 영감을 선사한 인물은 이방면에 조예가 깊은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조시 옴므Josh Homme다. 소속밴드 QOTSA를 통해 스토너록이라는 전문용어를 일반화한 신뢰의 프로듀서를 따라 악틱 멍키스는 LA로 이동했고 작업차 뉴욕 근처의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이라는 새로운 대륙을 경험하기도 했다. 새로운 인사와 함께 미국의 몇몇 스튜디오를 드나들며 이색적인 체험을 쌓는 한편, 2집과 라스트 섀도우 퍼펫츠를 조율했던 익숙한 전문가이자 시미안 모바일 디스코의 멤버 제임스 포드James Ford와 함께 살려야 할 곡과 버려야 할 곡을 함께 골랐다. 이미 2008년 투어중에 새앨범의 가닥을 잡고 완성했던 노래 스물네곡을 그해말과 올해초에 걸쳐 녹음했던 밴드는 6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트랙리스트 열곡을 공개했다. 첫싱글 'Crying Lightning'은 UK 차트 12위로 데뷔했다. 그리고 8월, 일본과 영국을 시작으로 세번째 앨범을 발표한 악틱 멍키스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거장의 반열로 진입하기 위한 남다른 스텝을 밟고 있는 중이다.

History
데뷔해 활동하던 무렵 한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악틱 멍키스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악틱 멍키스는 마이스페이스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밴드는 당시 인터넷에 무지했고 그래서 마이스페이스가 뭔지 몰랐다. 운영되고 있었으되 운영자는 악틱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밴드의 마페는 팬의 작품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유명한 팬플레이는 더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기타를 익히고 학교밴드를 결성한 알렉스 터너와 제이미 쿡은 동네의 작은 무대에서 자작곡을 선보이면서 공연이 끝난 후 덤으로 청중에게 노래를 구운 CD를 무상으로 돌렸다. 그 CD는 초기팬의 개인적인 기념품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CD를 받은 팬이 음원을 리핑해 자기 PC에 보관하는 한편 소울식 같은 P2P 시스템을 통해 파일단위로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 초보밴드는 고향 쉐필드 바깥의 리스너들과 자신도 모르는 교감을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유명한 일화 덕에 악틱 멍키스는 현대의 새로운 웹 환경이 잉태한 뮤지션의 전범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어지는 공연을 통해 알렉스 터너는 밴드의 음악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회고한다. 파일로 노래를 익힌 청중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놀라운 광경을 관전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적극적인 리액션이 교외 출신의 작고 어린 밴드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두텁게 쌓여가는 반응을 통해 밴드는 점진적으로 주류무대로 진출했다. 완성한 노래의 수준뿐 아니라 등장에서부터 부상에 이르기까지 밴드의 독립적인 활동과정에 매료되어 독자적으로 계약을 완료했다는 레이블 도미노의 오너를 만나 싸인하고 앨범을 준비하던 시기, 악틱 멍키스는 레딩 & 리즈 페스티벌의 무대에 섰다. 그리고 각종 음악 미디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순간이 연출됐다. 듣도 보도 못한 밴드가 등장했는데 이상하게 관중이 많았고 노래를 다 따라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트의 질서와 거리를 둔 비전형적인 멜로디, 신인답지 않은 탄탄하고 간결한 연주호흡, 그리고 고향 쉐필드에서 런던으로 입성하기까지의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 흥미로운 데뷔 스토리로 본격적인 프로모션 활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숱한 청중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악틱 멍키스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뷔앨범을 발표했고 앨범은 곧 기록을 세운다. 싱글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와 'When the Sun Goes Down'은 둘 모두 어렵지 않게 UK 싱글차트 1위좌에 앉았고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는 발매 일주일만에 363만장을 팔아치우며 오아시스의 [Definitely Maybe](1994) 이후 영국에서 가장 빨리 팔린 데뷔 앨범 2위에 등재됐다. [NME]를 비롯한 각종 음악매체들은 잽싸게 악틱 멍키스를 커버 아티스트로 호명했다. 그해 머큐리 프라이즈와 브릿 어워즈 같은 유수의 시상식에서 올해의 우수 앨범으로 지목됐다는 사실 역시도 이들 데뷔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의 일환이다.

한편 악틱 멍키스는 신속한 작업으로 유명한 밴드다. 닥치는 대로 움직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젊은이들의 특권인 양 공연하면서 후다닥 곡을 다 쓰고 매해 앨범을 발표해왔으며 빨리 냈다고 해서 허술한 노래모음집으로 승부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잇걸, 동시대 런던의 유명한 패션 아이콘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미모의 알렉사 청과 연애하면서 타블로이드 러버로 살아가고 있는 알렉스 터너는 시간관리의 진정한 달인인지 알고보니 '또다른 나'가 존재하는 도플갱어 캐릭터인지 좌우간 일과 사랑 모두를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가십에 목마른 가벼운 언론과 작품의 발견과 평가가 주업무인 무거운 매체를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괴력의 소유자이다. 이렇게 부지런하게 살 수 있는 이유를 알렉스 터너는 오래 전에 밝힌 바 있다. 이는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꾸준한 실천론이다. "앨범 한장을 3년 투어의 밑천으로 삼는 지루한 밴드로 살고 싶지 않다." 악틱 멍키스는 권태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