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뮤직

음악을 들으면서 그 곡이 쓰였던 영화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 써보고 또 그렇게 해서 떠올린 인상 깊은 한 장면은 그와 관련된 먼지 쌓인 기억들도 끄집어내 볼 수 있게 한다. 앞만 보고 살기에도 바쁜 요즘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일 것이기에 참 좋은 것 같다.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이 극장 스피커를 터뜨릴 듯 떵떵거리며 울려댔던 해외 인기 뮤지션들의 최신 곡이 아니어서 더욱 맘에 든다. 곡도 처음 듣고 영화도 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칫 난감해 할 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익숙한 CF 삽입곡 몇 곡을 추려 넣는 팬 서비스를 보이는데 그 점만 조금 아쉽다. 원래 너무 깊이 생각하고 하면 더 잘 안 되지 않던가 말이다. 영화 <선물>, <킬리만자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삽입된 가요 트랙들은 정재욱, 박신양, 이현우의 음성에 실려 분위기 있게 흐르고 스턴더드 팝에서 재즈, 록 그리고 연주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색들이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