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onster - A Dense Swarm Of Ancient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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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전세계 CF 시장을 열광시킨 알다가도 모를 영국의 일렉트로 듀오, 삼성증권 광고 BGM 'Hey Mrs.'의 주인공, 아이 몬스터(I Monster)가 6년 만에 발표한 놀라운 싸이키델릭 일렉트로 인디 팝 판타지 [A Dense Swarm of Ancient Stars]
I Monster
영국 셰필드 출신의 복잡 다양한 일렉트로닉 그룹인 아이 몬스터(I Monster)는 프로듀서 딘 호너(Dean Honer)와 자로드 고슬링(Jarrod Gosling)의 듀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이름이 1971년도에 나온 공포영화 [I, Monster]에서 가져왔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특유의 기괴한 이미지 메이킹과 사운드를 통해 영화와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 또한 가능하다. 아이 몬스터는 1997년도에 결성했으며 [These Are Our Children]이라는 데뷔 앨범을 소리 소문없이 발표한다. 딘 호너는 또 다른 일렉트로닉 그룹인 올 시잉 아이(All Seeing I)라는 팀과 활동을 병행하고 있기도 한데, 참고로 올 시잉 아이의 일원인 제이슨 버클(Jason Buckle)의 경우에는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가 펄프(Pulp) 이후에 괴상한 모습으로 잠시 활동했던 그룹인 릴렉스드 머슬(Relaxed Muscle)의 멤버이기도 했다. 밴드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에도 ‘진지한’ 바이오그라피가 적혀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제대로 노출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들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http://www.myspace.com/imonsteruk)의 바이오그라피 마지막에는 "This is total lies." 라고 작성되어 있다. 아 진짜 이 님하들 대체 뭥미.
[A Dense Swarm of Ancient Stars]
앨범 자켓만 봐도 아주난리가 났다. 아주 그냥 무슨 예술한판 해놨는데 전혀 일관성 없는 사람/혹은 괴생물체들이 얽히고 섥혀있다. 이런 산만함과 정신 없음은 본 앨범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떻게 보면 이 산만한 커버가 이런류의 앨범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해주는 아트웍이라 할만도 하다. 앨범의 제목처럼 아트웍에 그려진 복잡 다양한 이들이 바로 ‘고대 행성의 빽빽한 군중들’인건가 보다.
전작 [Neveroddoreven]으로부터 약 6년 만에 공개한 이번 신작은 횟수로는 긴 공백기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다양한 곳에서 꾸준히 회자되면서 그 빈 자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멋쟁이 힙합 전사들을 사로잡은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가 자신의 [Daydreamin']에 이들이 한번 요리한 버전의 [Daydream In Blue]를 사용하기도 했으며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비롯한 각종 영화와 TV 쇼 프로그램, 그리고 CF를 통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들의 음악을 지나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로그 유저들과 음악 애호가들을 통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주 언급됐다. 이들의 곡 [Daydream In Blue]와 같은 경우에는 일종의 현상과도 같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모 광고에도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에서 이들이 세일즈에 성공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트랙이다.
아이 몬스터의 두 번째 앨범인 본 작 [A Dense Swarm of Ancient Stars]역시 자신들의 레이블인 트윈스 오브 이블(Twins of Evil)에서 릴리즈 됐다. 바이닐 LP 버전은 레코드 2장과 보너스 7인치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싱글로 알려진 [A Sucker For Your Sound]는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마치 릴리 알렌(Lily Allen)을 연상케 하는 여성 보컬과 곡의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닉 팝 트랙이라 하겠다. 가볍게 까딱까딱 해줄 수 있는 곡인데, 노래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뮤직비디오가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정 오브제에 생명을 불어넣은 간지는 블러(Blur)의 [Coffee & TV]의 비디오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마치 미카(Mika)를 떠올리게끔 만드는 스윙감 넘치는 피아노 팝 넘버 [Goodbye Sun], 풋풋한 보사노바 트랙 [Cool Coconuts], 시저 시스터즈(Scissor Sisters) 풍의 소울/훵크 디스코 튠 [Lust For A Vampyr] 등의 곡들이 주구장창 전개된다. 90년대 초반의 매드체스터 풍의 그루브와 프리 재즈를 연상시키는 혼란스러운 혼 섹션의 배치가 묘한 환각을 선사하는 [Escape from New Yorkshire], 인트로 트랙만큼이나 축제 분위기를 부추기는 [Dear John], 로빈(Robyn)이나 테디베어즈(Teddybears)가 자주 구사하는 복고풍의 질주감을 장착하고 있는 [Inzects] 등의 트랙들이 쉴틈없이 쏟아진다.
앨범의 막바지에는 연작의 구성을 가진 [Sickly Suite]가 눈에 띈다. 마치 한편의 록 뮤지컬과도 같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이 삼연타는 나름의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세가지 트랙을 한 곡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루브감 넘치는 락앤롤 넘버 [A Pod is Waiting]과 건조한 베이스라인과 컴프레스 걸린 건반이 이색적인 미드 템포 일렉트로닉 트랙 [The Best]을 끝으로 이 다사다난한 앨범이 정리된다. 진짜 정리되는 건진 잘 모르겠다.
Some Kind Of Monster
60년대의 싸이키델릭, 70년대의 이지 리스닝, 그리고 80년대의 디스코/뉴웨이브와 90년대의 일렉트로 팝이 본 작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있다. 캐치한 멜로디와 한창 여기저기서 유행인 보코더 입혀진 보컬 등은 딱히 특정 시대에 이들의 음악을 분류시키는 행위를 방해하곤 한다. 이지 리스닝/라운지 튠의 소프트한 보컬들은 가끔씩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하곤 하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공간감은 6,70년대 소프트 락을 떠올리게끔 만들기도 한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트랙들은 레트로 싸이키델릭한 분위기에 적절하게 21세기의 감각을 이식시키면서 절묘한 버무림을 이뤄내고 있다. 아이 몬스터가 여러 다양한 음악적 성격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기본에 '팝'을 깔아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너무 막무가내는 아니다. 하지만 잠시 딴짓하는 사이에 이미 음반은 머나먼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을지 모르니 즐기는 족족 차근차근 따라가야만 할 것이야.
컬러풀한 필터와 풍부한 어레인지로 가득한 아이 몬스터의 본 작 [A Dense Swarm of Ancient Stars]은 딱히 버릴 곡이 없다. 댄서블하고 마술과도 같은 특유의 잡동사니 그루브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는 만드는데 이게 좀 매혹적이라서 막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다. 가끔씩 정신 산만하고 뭐하는지 모르는 거 같은데 간지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면 매사에 진지하다가도 가끔씩 핀트가 안 맞아서 정신줄을 놓고 저들이 하는 것을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특히 이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겠지만 광고에 꼽힐만한 적당히 감각적이고 새콤달콤한 튠을 사랑하는 소시민들 또한 이런 음반을 들으면서 백일몽 한번 꿔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을 그냥 지나치느냐 아니면 듣고 빠져드느냐에 대한 고민은 [매트릭스(The Metrix)]에서 주인공이 빨간약과 파란약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뭐 그 정도로 심각한건 아니지만 아무튼 선택은 알아서 하시길.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