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 2집 / Dandelion
|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여전히 사춘기인 어른들의 자화상 어른아이, 씨앗의 무게를 안고 날아가며 다음 봄을 기약하는 민들레씨앗처럼 내일을 위한 이별 노래 [Dandelion]
2006년 정규앨범 [B TL B TL]로 오래도록 기억될 '상실'의 아픔을 노래하던 어른아이는 [B TL B TL]에 수록되었던 'Sad Thing'이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도 삽입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별과 상실을 테마로 하던 곡들로 마음 가득 슬픈 일랑임을 선사하던 어른아이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아이 같은 순수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른의 무게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B TL B TL 상실을 노래하던 어른 아이가 2년 6개월만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홀로서기에 나섰다.
아름답지만 일상적인 꽃잎을 통해 따뜻한 정서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꽃도둑’ 백은하 작가가 참여한 어른아이 2집의 아트웍과 어른아이의 음악은 묘하게도 닮아 있다. 빠르고 차갑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뜻한 목소리지만 어쩐지 공허한 황보라의 목소리는 겨울 차가운 성에가 낀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주홍빛 전등을 연상시킨다. 어른아이는 그렇게 따뜻하면서도 시린 그 아득한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 1집 앨범 [B TL B TL]에서보다 몽환적인 팝 요소가 가득한 새 앨범 [Dandelion]을 발표하며 오늘의 고마움을 담아 내일의 이별을 고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앨범 [Dandelion]의 시작을 여는 타이틀 곡인 ‘Annabel Lee’는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en Poe)의 시 ‘Annabel Lee’에서 가사를 가져와 꿈 같은 사랑과 차가운 이별을 몽환적인 파도소리를 닮은 미디음으로 표현한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은 꿈결 같은 기타소리와 순수한 슬픔의 정서가 가득한 우유빛의 목소리로 풀어 흩어진다. 지난 시간 속에서는 가까이 있던 행복을 미처 몰랐다던, 그래서 앞으로는 행복이 더디게 오더라도 괜찮다는 노랫말을 가진 ‘행복에게’는 삶을 관망할 줄도 알게 된 어른아이의 정서를 보여주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민들레’는 이 앨범 [Dandelion]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들려준다.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성숙한 이별의 정서는 민들레에 빗대어 표현된다. 씨앗의 무게를 안고 차가운 바람을 따라 날아가버리지만 다음 해 봄 어디에선가 피어날 ‘민들레’는 내일을 위한 이별노래인 셈이다.
‘fool’은 누구라도 한번쯤 겪었음 직한 이별 후, 옛 사랑과의 우연한 조우를 그려내며, ‘어쩔 수 없다고 내게 말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내게 말하지마!’는 어쩔 수 없을 만큼의 크기로 마음을 두드리는 드럼 소리에 무심한 듯 여린 황보라의 목소리가 얹어져 쉽게 내보여지지 않는 상처를 감춘 채 안녕을 말한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듯 반복되는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한 ‘miss’와 ‘아주 아주 슬픈 꿈’으로 미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한 몽환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어제와 같은 시간의 선상에서 늘어진 하루하루를 노래하는 ‘서성이네’와 깊숙한 마음 저 아래에서부터 채워놓는 ‘You’는 봄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기타소리와 이별 아닌 이별을 감싸는 포근한 보라빛의 목소리로 마음에 남아 계속해서 조용한 파장을 일으킨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지만 말로 내뱉어지면 흐트러질까 조심스러운 ‘I wanna B’는 어른의 마음에 웅크려 앉은 겁 많은 아이의 모습까지 담겨 있다.
사람들은 지난 시간들을 잊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잊는 것과는 달리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다.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의 푸르름을 기억해주었던 사람들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봄이 왔을 때의 고마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따라 날아다니지만 다음 봄을 기약하는 민들레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내일의 감성을 들려줄 어른아이의 음악은 이미 성장해버린 어른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