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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 2집 / 가위손
국내에 흔치 않은 모던 록 계열 싱어 송라이터 임현정의 두 번째 앨범.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서 및 디렉터의 역할을 모두 담당했고 한국 록 음악계를 대표하는 신윤철(기타), 김민기(드럼), 민재현(베이스), 방준석(기타) 등 오랜 음악 동료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낸 이 앨범은 그녀의 독특한 음악세계로 우리는 인도하는 '작품집' 성격의 앨범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앨범은 2년 전 발표했던 데뷔 앨범 [양철북]과 내용적인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하다. 개인의 내면세계나 꿈, 사랑의 좌절 등이 첫 앨범의 테마를 이루었다면 이 두 번째 앨범에서 임현정의 시선은 조금 더 밖, 사람과 사람 사이를 향하고 있다. 즉 1999년이라는 세기말의 시점, 진정한 마음이나 따뜻함과는 점점 담을 쌓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 차가운 세상의 중심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주변부를 서성이는 평범한 이들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지만 유머러스한 전언으로 앨범을 채우고있는 것.
전작에서 추구했던 포크 록, 얼터너티브 록에 가까운 사운드는 이번 앨범에서 다분히 뉴웨이브에 가까운 복합적인 사운드로 변화했다. '인트로'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예요'에서 선보인 전자음악 혹은 인더스트리얼 유형의 사운드는 그녀가 선택한 세기말적 이미지의 코드. 스카, 룸바 등 복고적인 리듬 패턴을 얼터너티브 기타 톤과 결합시킨 시도는 이번 앨범의 뉴웨이브적인 특징로 보인다.
알맹이 없는 겉모습, 겉치레, 학벌, 간판 등에 좌우되는 세태를 조롱하는 시사성이 풍부한 노래로, 인더스트리얼 풍의 인트로와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익살스러우면서도 경쾌한 스카 풍의 리듬이 특징인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예요'는 본 앨범의 대표곡으로 트랙 2, 10에 두가지 버전으로 수록되어있다.
폭풍의 시절을 지나왔지만 이제는 거짓말처럼 체념과 무상의 시간을 사는 지난 날의 푸른 젊음들을 감정을 배제한 강렬한 톤으로 표현한 '5월의 꿈', 팀 버튼의 영화에서 소재를 얻어만든 이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기타의 강렬한 톤과 멜로디의 단순치않은 서정성이 고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가위손', 가장 친한 음악 동료인 자우림의 김윤아가 가사를 선물한 곡으로 섬세한 정서가 돋보이는 'Moon Lover' 등 11곡 수록.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룸바 리듬에 실은 미디움 템포의 '첫사랑'은 벌써부터 모 커피 CF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