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uter - 선 (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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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음악의 의의]
음악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음악은 마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줍니다. 마음의 협소함은 불안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음악은 이러한 불안을 해체시켜 줍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부족의 하나인 호주 원주민들이 종교적인 의식이나 치료를 할 때 사용하는 음악은 고통을 덜어주는 작용을 합니다. 인디언이나 아프리카, 그리고 기타 문화권에서 음악을 도움의 수단으로 쓰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입니다. 음악은 하나의 울림으로 불안으로 고립되어 있는 당신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일깨워 줄 것입니다. 단지 귀기울여 들으면 됩니다. 그 외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상음반을 들을 때 당신은 하나의 울림이 됩니다.
[음반의 기획의도]
명상은 모험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 명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고 거기엔 아무 행위도 사념도 감정도 없습니다. 명상 속에서 우리는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순수의 기쁨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종의 명상/힐링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라이프 스타일의 큰 화두인 ‘웰빙’에 맞추어 소위 ‘웰빙 뮤직’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되고 있는 다수의 음반들 가운데는 명상음악이 지니는 이 순수의 기쁨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평범한 뉴 에이지 음악들, 예컨대 단순한 선율의 피아노 음악들을 모아 놓고 앨범 타이틀만 ‘웰빙 뮤직’, ‘명상용 음반’이라 붙이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순수의 기쁨을 저해하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명상음악의 마스터인 도이터의 음악을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최근에 불고 있는 웰빙이나 명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수위를 한 차원 끌어올림과 동시에 진지한 참선이 가능한 그리고 몸과 마음 그리고 영성을 가꾸는 틀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도이터는 누구인가?]
독일 출신의 명상음악가인 도이터는 전자 악기, 자연음, 동양의 민속음악, 종교음악을 이용하여 이른바 명상음악으로 일컬어지는 뉴 에이지 계열의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는 다양한 문화의 전통음악을 공부해왔으며 독특한 음악스타일을 개발해 치유와 명상음악계의 세계적인 마스터로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음악들은 음악가로서의 성취와 그의 깊이 있는 명상세계를 조화롭게 혼합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심리 치료사나 물리치료사, 요가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있다. .
영적인 탐구를 위하여 인도, 티베트를 비롯한 전세계를 여행했던 그는 인도 푸나의 오쇼 라즈니쉬 아쉬람에서 지내며 오쇼와 다른 수행자와 인연을 맺고 오쇼의 명상 음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오쇼 명상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다이내믹 명상과 쿤달리니 명상을 완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풍수원리에 따라 설계된 그의 집은 뉴 멕시코 숲 속 깊은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윈드 차임과 벌 소리가 공기를 가득 채우는 그곳에서 그는 새, 사슴, 로드러너(뻐꾸기의 일종), 뱀 그리고 코요테 등과 함께 지내고 있다. 커다란 창문이 있어 숲이 내다보이는 스튜디오는 도이터에게는 매우 신성한 곳으로 전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수많은 악기들로 채워져 있다. 플륫, 시타르, 산트루, 터키 사스즈, 페르시아 타르, 차임, 통, 티벳 종은 물론 키보드,기타 그리고 신디사이저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의 모든 곡들이 이 곳에서 탄생한다. 도이터는 스스로를 가리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은둔자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그의 음악을 통해 음악인으로서 혹은 구도자로서 수행과 삶을 즐기는 한 도인의 소리를 듣게 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당신은 귀기울여 들으면 된다.
하나의 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까지
하나의 진동음이 당신의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선(禪)』
침묵의 소리, 변형을 위한 파장
삶은 호흡에 의해 지속된다. 호흡이란 상승과 하강의 파장이다. 이 파장 속에 ‘삶의 본질’이 들어있다. 우리는 들숨과 날숨이라는 파장의 연속 속에서 생명을 유지한다. 엄청난 생명의 경외가 파장 속에 들어있다. 이렇듯 무릇 모든 변해 가는 것은 파장에 의존한다. 봄이 오는 것도 추웠다 더웠다 반복하며 전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지 않는가. 명상이란 본질적으로 호흡을 관리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삶의 파장을 다루는 것이다.
소리에도 호흡이 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빗소리, 천둥소리 혹은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등에서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이는 그 파장이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도 호흡이 있다. 고급음악일수록 안정된 호흡을 보인다. 명상음악 혹은 명상적인 음악은 안정된 파장을 지닌 음악을 말한다. 안정된 파장을 지닌 음악에는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와 같은 파장이 내재되어 있다. 이 파장은 귀로 들어와 내부의 진아(眞我)를 자극하고 각성을 준다.
범종소리에는 다른 음향에서 볼 수 없는 ‘맥놀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있다. 타종할 때 발생된 소리(음파)는 크고 작은 진동을 만들어 내며 사라지는데 이 진동 가운데 주파수가 통하는 소리들이 서로 간섭함으로서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소리의 파장이 만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제2차 진동파인 것이다. 이 맥놀이 파장은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 낸다. 이 미묘한 파장이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괄목할만한 명상음악인 ’아침의 탄생‘ 가운데 5번 트랙인 ’나다‘(nada 일명 ’산사의 새벽‘)에 맥놀이를 활용한 부분이 있다. 두 개의 쇳소리(Chinese gong)가 만나 독특한 파장을 만들어 낸다.
이렇듯 소리는 파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파장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음악은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이 파장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음악이다. 음악 속에 깃든 내면의 파장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면 다양한 기존음악에서도 명상성을 찾아 낼 수 있다.
동양정신에는 선(禪) 혹은 명상의 전통이 흐르고 있다. 20세기 서구 사회가 과학과 문명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동양의 지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불교와 도교 등 동양의 가르침에 진리가 들어있음을 간파한 젊은이들이 동양 특히 인도로 몰려들었다. 많은 학자와 예술인 그리고 히피들이 동양정신에 매료되어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주장했다. 그들은 부처의 가르침과 노자의 사상을 배웠다. 수피(이슬람 종파)와 하시디즘(유대교 종파) 등 정신계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게되었다. 그들은 수행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할 수 있음도 알았다. 자연은 인간이 극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인류를 포함한 모든 존재계의 구성 요소들이 안주하는 터전임을 터득했다. 뉴에이지 음악은 이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한 팝 뮤직의 한 분파이다. 뉴에이지 음악이 자연관조와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이터는 뉴에이지 뮤직의 선구자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1971년에 발표한 데뷔앨범에서부터 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다루었는데 이 때는 아직 뉴에이지 뮤직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1945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에 트럭에 받혀 죽다가 살아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피안의 세계를 추구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수행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명상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게 된다.
1980년대에는 인도 푸나의 오쇼 라즈니쉬 아쉬람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명상음악 가운데 최고의 백미로 꼽히는 오쇼 ‘다이나믹 명상’과 ‘쿤달리니 명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오쇼 명상음악은 그 속성상 작품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내세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오쇼 라즈니쉬가 자신이 고안한 명상에 맞는 음악을 직접 구상해서 음악가들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도이터였고 오쇼 라즈니쉬의 명상음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도이터의 명성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최고의 뉴에이지 음악가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적 재능과 명상의 깊이는 그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독일의 현대음악에서부터 인도, 티베트 등 각지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동양적인 뉴에이지 음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특히 불교적 색채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종교적 색채보다는 민속적 색채가 더 강하다.
현재 미국 뉴멕시코의 숲 속에서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사슴, 뱀, 코요테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윈드차임(풍경)과 벌들의 날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침묵의 소리를 듣는다. 그는 자신을 은둔자, 승려 혹은 야성의 늑대로 표현한다. 풍수를 따져 설계된 자신의 집과 스튜디오에서 창작과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스튜디오는 커다란 창문이 숲을 향해 나있고 이곳에서 세계 모든 지역의 악기로 음악을 만들어 낸다. 샤쿠하치(일본 퉁소), 시타르(인도 현악기), 타블라(인도 타악기), 산투르(페르샤 현악기) 외에 터키, 티베트 등 다양한 민속악기 외에 키보드, 기타, 피아노, 플루트, 신디사이저를 활용한다.
이 앨범은 도이터가 세계적인 명상/힐링뮤직 전문 레이블인 New Earth Records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음반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만을 엄선하여 실은, 선(禪)을 위한 음반이다. 이 음반을 통해 우리는 침묵의 소리와 자연 관조에서 우러나오는 깊고 그윽한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음악인으로서 혹은 구도자로서 수행과 삶을 즐기는 한 도인의 소리를 듣는다.
글 / 김 진 묵
(음악평론가 / 명상음악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