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 Jazz 24 (24CD Special Box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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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만났던 재즈 편집물은 모두 잊으셔도 좋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구성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총 24장의 구성이지만 겨우 3장 가격에 총 474곡의 재즈의 대가들이 들려주는 연주를 24가지의 이야기에 담은 총 24장의 구성과 컨셉의 스페셜 박스세트!! (24CDs For 3CDs Price)
마니아와 초보자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뜻 깊은 편집과 구성으로 재즈비평가 김현준의 친근한 해설과 함께 듣는 루이 암스트롱, 쳇 베이커, 찰리 파커, 냇 킹 콜,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프랭크 시나트라, 듀크 엘링턴 등 전설적인 재즈 레전드의 친숙한 연주 총망라! 재즈 24는 이제 당신의 소중한 하루 하루를 Jazz24가 아름답게 수 놓아 드립니다!
- 앨범해설
고전의 힘과 향은 퇴색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퍼 부(Christoffer Boe) 감독의 2003년 영화 「리컨스트럭션(Reconstruction)」을 잊지 못한다. 덴마크 출신의 이 신예가 만든 작품은 사랑에 대해 은근하고도 짙은 여운의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인상적인 주제와 영상 못지않게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귀를 강하게 자극했다. 팝과 재즈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의 'Night and Day'. 그가 콜 포터(Cole Porter) 원작의 이 스탠더드를 처음 부른 건 1932년, 영화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과 함께한 1952년 녹음이었다. 지극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채색된 영화였음에도 어쩌면 그토록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던지. 스물네 장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모음집, 『Jazz 24』를 마주하며 퍼뜩 그 영화와 노래를 떠올렸다. 무릇 고전이란 시공을 뛰어넘는 힘과 향을 지니지 않았던가. 단순히 옛것이라 해서 무조건 고전이란 말을 붙일 수는 없다.
음반 시장의 불황을 넘어서기 위한 자구책으로 편집 앨범의 출시가 잦은 요즘이다. 오래도록 재즈를 찾아 들은 마니아에게는 그중 상당수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이제 처음 이 길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분야든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는 필요하고, 여러 레이블에 판권이 흩어져 있는 재즈의 고전들을 생각하면 이런 기획물도 때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결국 차별화된 좋은 편집 앨범의 제작은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켰을 때 가능하다. 기획의도에 따른 선곡이 구성상 탄탄한 흐름을 지녔을 것. 수록된 음원이 역사성과 희귀성을 가질 것. 그리고 현대의 청자들을 위해 좋은 음질로 새롭게 단장됐을 것. 이런 면에서 프랑스의 크리스탈(Cristal) 레이블이 제작한 『Jazz 24』는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만나본 모음집 중에서 단연 시선을 끈다. 그리고 마니아와 초보자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뜻 깊은 편집물이 드디어 우리 곁에 자리하게 됐음을 기뻐한다.
『Jazz 24』를 구성하는 앨범들은 모두 독립된 이야기를 지녔다. 기본적으로 여기에 포함된 음원들은 1930년대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초기 재즈와 모던 재즈, 이른바 고전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거장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 중에는 (존재만으로도 깜짝 놀랄 만큼) 매우 높은 역사성의 음원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연주자 개개인의 업적과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기존의 딱딱한 분위기를 버리고 순수하게 청자들의 감성을 중시한 기획의도가 엿보인다. 이 스물네 장을 하나하나 꺼내 듣고 있노라면 영화나 소설에서 만났던 어느 추억의 거리와 말로만 전해 듣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의외의 '풋풋함'으로 다가온다. 『Jazz 24』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반세기 전, 우리와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삶이 결코 오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이 곡들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비로소 찬란한 재즈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Monsieur Trenet Chante Paris]
'Beyond the Sea'의 원작인 'La Mer'는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대변했던 인물 중 하나인 샤를르 트레네가 발표한 곡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의 음악 속에 재즈의 향취가 가득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입증한다. 파리를 소재로 그가 만든 아름다운 곡들을 한데 모았다. 평소 우리가 여간해서 만나기 힘들었던, 그러나 반드시 주목할 소중한 음원이다.
[Crooners Serenade] / [Ladies Sing the Swing]
스윙이 융성했던 1930년대와 1940년대, 가수들은 빅밴드의 연주를 바탕으로 무수한 명곡들을 토해냈다. 당시에는 이 노래들이 그저 유행가에 가까웠지만 오늘날까지 이토록 큰 가치를 부여받을지 미처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작곡가로 잘 알려진 쟈니 머서의 노래와 앤드류즈 시스터즈가 부른 'Sing, Sing Sing'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보석들이다.
[Me and You, You and Me] / [New York Fever]
뉴욕이 재즈의 메카로 자리를 굳힌 것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든 이곳에 진출하기 위해 애썼고, 자연스레 그들이 역사를 이끌었다. 이 두 장은 당시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으며 오늘날 가장 소중한 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Me and You, You and Me]는 당대의 재즈를 대변했던 이들이 짝을 이루어 펼친 듀오 앙상블을 소개한다.
[The Black Train]
기차의 발달은 블루스와 재즈의 전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이 음악들은 철로를 따라 중서부를 거쳐 시카고와 뉴욕으로 전해졌으며, 바로 그 길이 숱한 음악인들의 추억과 회한을 함께 날랐다. 이 앨범은 기차를 소재로 한 곡들을 담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그 높은 가치가 잊혀지고만 있는 부기우기의 리듬을 특히 강조했다.
[Americans in Paris] / [Metro Saint-Germain-des-Pres]
뉴욕의 할렘이 재즈의 배경이었다면 파리의 생-제르망은 이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공간이었다. 거기엔 미국 출신 음악인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큰 역할을 했으며, 애초부터 재즈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던 프랑스인들의 열린 마음 또한 결정적이었다. 파리를 찾아 연주를 벌인 미국인들은 물론, 그들과 함께한 프랑스인들의 흔적이 이 두 장에 실려 있다.
[Blues Ballads] / [Gospel Fever]
블루스만큼 슬픈 운명을 타고난 음악이 또 있을까. 우리가 즐기는 음악의 절대다수가 이를 기반으로 했지만 막상 블루스는 역사적으로 주류에 진입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흑인들의 블루스와 이를 기독교적으로 풀어낸 가스펠은 모든 역사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해야 옳다. 이 모음집에서 새삼스레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앨범이 바로 이 두 장이다.
[Coconuts Groove] / [Bananas Swing]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절, 라틴 재즈를 마치 현대적인 시도로 받아들이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남미의 음악이 재즈와 융합한 것은 이미 1930년대부터였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여러 명인들이 진작부터 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피력했다. 잘 알려진 남미의 명곡들을 비롯해 여러 창작곡들이 섹시하고도 은근한 감성으로 아련히 울려 퍼진다.
[Glamour Rendez-Vous]
많은 이들이 재즈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연상하는 이미지는 역시 나른한 분위기의 발라드와 닮아 있다. 거기에 어렴풋한 상실감이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천천히 진행되는 스윙 리듬을 바탕으로 감성적으로 전개되는 발라드의 여러 명곡들이 여기에 실려 있다. 때로 질펀한 색소폰 음색으로, 때로 포근한 목소리로 어느 연주자든 사랑을 노래해왔다.
[Rhythm'n Boys] / [Rhythm'n Girls] / [Black Daddies of Rock'n Roll]
흑인 음악 중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은 소울이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파생해나간 소울은 리듬 앤 블루스의 넓은 영역을 이루는 신호탄이 됐고, 동시대를 대표한 백인들의 록앤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재즈와 적절히 교류하면서 영향을 주고받기도 했다. 1950년대 초를 전후해 녹음된 곡들의 이 석 장이 그 역사를 대변한다.
[Jazz Lights in the Night]
밤이라는 소재는 모든 예술인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이 앨범은 그에 대한 재즈 연주자들의 짙은 감성과 밤늦도록 연주에 몰두하는 열정의 이미지를 함께 담았다. 블루스 연주자로 기록된 쟈니 오티스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데뷔 시절의 'Harlem Nocturne'과 프랑스 재즈의 거장 마샬 솔랄이 젊은 시절에 녹음한 스탠더드는 더없이 귀한 음원이다.
[Drums Monsters]
역사 속에서 명멸한 드러머들의 위상을 되짚어 보는 것은 재즈사를 바라보는데 유효적절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스윙과 비밥 리듬은 아직도 재즈의 근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감각적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 크루파에서 조 존스, 케니 클락과 맥스 로치, 그리고 아트 블래키로 이어지는 재즈 드럼의 흐름을 그려낸 앨범이다.
[Four Seasons in Jazz]
무수히 많은 스탠더드 곡들은 재즈 연주자들에게 언제든 자신의 개성을 변별력 있게 드러낼 수 있는 소재로 각광 받아 왔다. 계절의 흐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곡들 또한 매우 많은데, 이 앨범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을 그린 네 곡의 다섯 묶음을 선보이고 있으며, 'Summertime'의 경우 5개의 다른 버전을 비교해 들어볼 수 있다.
[Symphonic Swing]
1940년에서 1950년대, 연주자들에게는 현악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녹음하는 것이 큰 자랑거리이자 유행이었다. 성공한 연주자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평할 만한 근거였다고나 할까. 이 앨범의 곡들이 바로 그 우아한 선율을 가득 담고 있다. 텁텁한 모노 녹음의 현악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들을수록 우수에 젖게 한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 받는 아이템이다.
[Soul, Sound & Sax] / [Trumpet Angels]
흔히 색소폰은 땅의 소리를, 트럼펫은 하늘의 소리를 상징하며 그 대비는 빅밴드를 바라보는 데도 좋은 시선을 제공한다. 이 두 앨범은 각각 색소포니스트들의 연주와 트럼페터들의 음악을 담고 있다. 두 말할 필요 없는 당대의 명인들이 가장 찬란했던 전성기에 남긴 연주들이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최고의 명연들이 즐비하다.
[Portraits in Jazz]
역사가 길어질수록 위대한 선배들에 대한 헌정의 작품도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곡이 여럿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스윙과 모던 재즈의 여러 거장들이 동료들에게 헌정했던 곡들이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찰리 파커가 두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곡도 실려 있는데, 따지고 보면 그가 아이들을 위해 현실에서 해준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New Orleans Memories]
『Jazz 24』의 대미는 최초의 재즈 장르로 인식되는 뉴올리언즈 재즈의 경쾌한 스톰프 리듬이 장식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 단순한 리듬에서 모든 것이 비롯됐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만큼, 재즈는 많은 분파를 거쳤다. 그럼에도 이 곡들은 나름의 강렬한 향취를 지니고 있다. 뒤늦게 이 아름다움을 감지한 당신에게 비로소 재즈는 곁을 준 것이다.
김현준
글을 쓴 재즈비평가 김현준은 『김현준의 재즈파일』과 『김현준의 재즈노트』를 집필했으며 『마일즈 데이비스, 거친 영혼의 속삭임』과 『쳇 베이커,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