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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X Bandits - The Rise & Fall Of BMX Bandits

로테이션의 달인을 만나다!
‘회전’ 더글라스 선생의 BMX Bandits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의 모던 록과 기타팝계의 도나우 강이라고 할 수 있는 BMX 밴디츠(BMX Bandits)는 1985년, 보컬과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더글라스 스튜어트(Duglas T. Stewart)와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의 드러머이자 나이스맨(Nice Man & The Bad Boys)인 프란시스 맥도날드(Francis Macdonald)를 주축으로 결성되었습니다.

레트로한 감성과 기타 팝의 방법론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수많은 로컬 뮤지션들의 중간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 BMX 밴디츠는 여러 차례의 멤버 교체가 있었습니다. 바셀린즈(The Vaselinse)의 유진 켈리(Eugene Kelly)와 프란시스 맥키(Frances McKee)를 비롯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타 팝 밴드인 틴에이지 팬클럽의 핵심 멤버 노만 블레이크(Norman Blake) 등이 멤버로 있었던 적도 있었지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BMX 밴디츠라는 밴드를 거쳐갔고, 누군가의 말대로 BMX 밴디츠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틴에이지 팬클럽도, 퓨처 파일럿 AKA(Future Pilot AKA)도, 유지니어스(Eugenius)와 수퍼스타(Superstar), 그리고 숩 드래곤스(Soup Dragons)라는 밴드들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1986년에 첫번째 싱글인 를 발표하며 영국 음악씬의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1992년에는 굴지의 레이블 크리에이션(Creation)과 계약하고 라는 싱글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은 공개 되자마자 멜로디 메이커지와 NME, 그리고 미국과 일본, 스페인의 여러 잡지에서 올해의 싱글로 뽑히면서 이들은 이슈의 정점에 오르게 됩니다. 크리에이션 시절 이들은 오아시스(Oasis)와 함께 투어를 다니기도 하고,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라디오를 통해 격찬을 하기도 하는 등 셀러브리티들의 셀러브리티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1995)를 지나 이들의 정점 중 하나였던 (1996)를 끝으로 크리에이션과의 관계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린 뒤 그 다음 앨범을 발표하게 됩니다. 크리에이션이 몰락하고, ‘틴에이지 팬클럽’을 비롯한 멤버들 각자의 밴드 활동 때문에 걸린 시간이었죠. 2003년 발매된 이 바로 그 것으로, 몇 년의 공백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비범한 컴백 앨범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후 머지 않아 후속작인 을 발표했고, 오랫동안 함께해온 프란시스가 2005년도에 팀을 나가게 되며 이후 새로운 여성 보컬인 레이첼 맥킨지(Rachel Mackenzie)가 새로운 멤버로 들어오게 됩니다. 후에 그녀는 레이첼 알리슨(Rachel Allison)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이후 발매된 2007년 앨범 에서는 그녀의 비중도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직접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행복과 웃음을 좇아 떠난 한 남자의 23년 음악 인생을 이 한 장의 앨범에!

BMX 밴디츠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최고의 밴드다. - 알란 맥기 (크리에이션 레코드)
만약 내가 다른 밴드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곳은 바로 BMX 밴디츠일 것이다. -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 Nirvana)
BMX 밴디츠는 전설이다. 전설이지만 예전부터 쭉 글래스고우의 음악 써클의 중심에 있어왔고, 유독 멋진 곡들을 계속 만들어 온 것이 바로 더글라스 T. 스튜어트 그 사람이다. - 노만 블레이크 (틴에이지 팬클럽)

2005년에 이미 크리에이션 시절을 정리하는 베스트 성격의 앨범 가 발매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는 그 전후의 시기를 비롯해 귀중한 초기 음원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 녹음된 음원을 정리하여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데 있어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베스트 앨범’이라고 하기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네요. 인기 있던 예전 곡들과 신곡들, 커버곡과 미발표 곡들을 모아 모두 리-마스터링 하였고, 심지어 몇몇 곡들은 새롭게 다시 녹음하여 실었거든요. 트랙 순서는 완전한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는건 아니지만 밴드의 데뷔 싱글곡 ‘E102’로 시작합니다. 초기작 에 수록된 곡들이 특히 많은데, 아마도 본인들의 싱그럽던 시작 지점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국내에선 드라마 삽입곡으로 유명한 ‘I Wanna Fall In Love'은 크리에이션 시절의 곡으로선 유일하게 트랙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버전이라고 명시해놓은 것을 보니 사운드를 조금 더 명료하게 다듬은 버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커버곡을 들을 수 있었던 히트곡이었던 만큼 베스트 앨범에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베스트 앨범은 회고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 보편적입니다만, 본 작의 구성은 단순히 베스트라 칭하기엔 이들의 앞날을 견주어보기에 충분한 새로운 숨결들로 가득합니다.

이제 한껏 여유를 머금은 모습까지 갖춘 반백(半白)의 더글라스 선생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BMX 밴디츠라는 밴드를 운영해온 지난 23년간 언제나 구석구석 위트를 잔뜩 싣고서 듣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낙으로 살아온 로맨틱한 중년 남성 더글라스의 ‘멤버 편력’ 리스트는 앞으로 더욱 더 길어지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진화를 목격하고 있는건지도 몰라요. BMX 밴디츠의 유전자 원형과 후손들을 지켜보는 일, 그 안에선 또 다시 틴에이지 팬클럽이나 바셀린스 같은 역사적인 밴드들이 태어날 테구요. 행복과 유머, 그리고 멜로디를 위해 20여년을 바쳤던 한 남자의 흥망성쇠(Rise & Fall)가 바로 이 한 장의 앨범에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