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ita (미치타) -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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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샘플링 크리에이터 미치타(Michita)가 물들이는 청명한 공간감을 가진 푸른빛의 소울 힙합. 라운지/소울, 그리고 재즈를 바탕으로 엮어낸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혼의 비트. 장장 68분 여에 달하는 세 번째 연작 [Three]
일본 열도는 물론 한국에서도 미칠듯한 판매고에 힘입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최고봉의 트랙 메이커/재즈 힙합 프로듀서 미치타(Michita)의 세 번째 시리즈 [Three]가 공개됐다. 이런 식의 숫자를 이용한 너무나 '정직한' 제목은 마치 스캇 워커(Scott Walker) 어르신의 앨범들을 떠올리게끔 만들곤 한다. 바이오그라피는 이전에 썼던 해설지에서 그대로 가지고 왔다. 날로 먹자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그라피 부분에서는 더 이상 추가할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좀 정직하다.
Michita a.k.a gipsy MZK Tripps
일본 재즈 힙합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인 홋카이도 오비히로 출신의 미치타(Michita)는 누자베스(Nujabes)라던가 Eccy, 노막(Nomak), 그리고 DJ 크러쉬(DJ Krush)등의 팬들에게 어필하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키워 나갔다. 몇몇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곡들이 화제가 됐고 많은 팬들이 풀랭쓰 정규 음반을 기다리게끔 만들면서 점점 열기를 고조시켜 나갔다.
미치타는 중학교 재학시절에 경복고교 3학년 이호석군이 지옥으로 보내버린다던 일본 헤비메탈계의 전설 라우드니스(Loudness)와 같은 밴드의 곡들을 카피했다고 하는데 1993년경에 들었던 우탱클랜(Wu-Tang Clan)의 강렬함에 빠져들면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크 잭 프로덕션(Mic Jack Production)의 JFK와 A.I.N.P라는 팀을 결성하기도 했는데, 마이크 잭 프로덕션의 B.I.G 조(B.I.G JOE)와 DJ 독(DJ DOGG)의 권유로 MPC를 구입하면서 DJ와 프로듀싱을 병행하게 된다. 머리 속에 그려진 이미지가 악곡으로 바뀌는 순간을 무척이나 즐긴다고 한다.
Libyus Music
미치타는 컴필레이션 [Listening is Believing vol.2]에 수록된 [Metronome]을 통해 데뷔하면서 리바이어스 뮤직(Libyus Music)과 계약하게 된다. 누자베스의 [Modal Soul]을 비롯한 몇몇 타이틀을 유통하면서 힙합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리바이어스 뮤직은 우드블루(woodblue), DJ 오카와리(DJ Okawari), 그리고 파이브 디즈(Five Deez), 3582 출신의 팻 존(Fat Jon)의 몇몇 타이틀을 일본에서 발매하면서 우리에게도 무척 친숙하게 인식되고 있다. 21세기 클럽 뮤직을 좀 더 에너제틱한 브레익 비트로 채워나가겠다는 일념 하에 설립된 리바이어스 뮤직은 일종의 커뮤니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힙합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중이다.
[Three]
미치타는 [Three] 이전에 하이로(Haiiro)와 함꼐 콜라보레이션 앨범 [Soul Session]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유의 일본어 랩과 소울/재즈 힙합의 융합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는데, 역시 일본 자국에서도 놀라운 호응도를 얻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빅 J.O.E.(BIG J.O.E.)와 노쓰 스모크 ING(North Smoke ING) 등의 MC들에게 곡을 제공하면서 끊임없는 창작욕을 불태웠다.
인터뷰에서 전작과의 다른점에 대한 질문에 미치타는 멜로디와 그루브의 공존을 추구하는데 주력했으며 현장에서의 플레이를 의식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한국공연 당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할말을 하면서도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물색하려 했던 의지가 본 작에서 비로소 엿보인다 하겠다.
디자인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일 웍스(Oil Works)의 파피 오일(Popy Oil)이 담당했다. 미치타가 계속 같은 사람에게 디자인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으며 그의 오리지날 감성을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양의 정서를 가득 품고 있는 앨범 커버 역시 본 작이 갖고 있는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5곡의 인스트루멘탈과 보컬이 포함된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Three]는 서정적이고 느린 연주곡 [Melodic]으로 시작한다. 전작의 노선과 흡사한 전개를 가졌는데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멜로디' 부분에 있어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는지 제목부터 대놓고 이렇게 설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작에서도 다양한 참여도를 보여줬던 MC 메이소(Meiso)가 다시 참여했다. 하와이와 일본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메이소는 잘 알려진 대로 2003년도 B-Boy 파크 MC 배틀 대회에서 챔피언을 거머쥐면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본 작에서는 자신이 혼자 참여한 [クモリナキアメ(구름없는 비)]와 [Two] 앨범에 수록된 [雨の根]처럼 또 다시 히소미-TNP(Hisomi-TNP)와 맞붙게 된 [Dandelion]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우스 비트로 킥 소리만 진행시키다가 뒤늦게 스네어가 등장하는 부분이 마음에 드는 [クモリナキアメ], 그리고 두 랩퍼가 주라식 5(Jurassic 5)처럼 화음을 넣어 후렴구를 부르는 것이 흥미로운, 스멀거리는 엠비언스 사이의 탁한 비트가 돋보이는 [Dandelion] 모두 인상적인 트랙들이다.
미치타와 함께 만든 곡이 열 개 이상을 넘어섰고 이미 콜라보레이션을 펼쳐보인 바 있는, 동지라고 불릴만한 파트너 하이로와의 곡 또한 포함되어 있다. 미치타는 인터뷰에서 앨범 중 본 트랙 작업 동안에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예상을 뒤엎게 됐다는데, 하이로의 플로우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이로가 참여한 [BOLT]는 흐린 날씨를 연상시키는 뿌옇고 서정적인 건반 사이에 백워드 시킨 건반의 이펙팅이 애수를 흩뿌리고 있다.
삿뽀로가 자랑하는 힙합 그룹 트라이브 락[Tribe Rock]의 MC 소다(Soda)와의 작업물인 [BIRTH]는 유일하게 인스트루멘탈, 즉 비트가 만들어지기 이전 아카펠라/보컬 소스를 먼저 받은 채 시작했다고 한다. 플로우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단조로워지기 쉬운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던 모양인데 의외로 제대로 소화해냈다. 미치타의 한국 공연 당시 우리는 이 트랙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스트링이 우아함을 배가시킨다.
특유의 검은 플로우가 일본 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후쿠오카 출신의 일 슬랭 블로우'커(Ill Slang Blow'ker)의 멤버 너프티(NUFFTY)의 경우, 미치타가 그의 스킬과 짙은 플로우에 마음을 빼앗겨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한다. 그루브한 베이스라인 덕분에 앨범에서 가장 흑인음악 다운 곡인 [Free Your Mind]에서 그는 영어와 일본어가 블렌딩된 스타일의 엠씽을 구사하면서 약간은 미국적인 트랙으로 완성시켰다.
로만크루(Romancrew)의 将絢(장현)이 참여한 [Be Quiet]는 MC의 독자적인 발상과 구성에 매혹됐다고 한다. 저음의 목소리가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데 골든-에라의 비트와 물기를 머금은 색소폰 소리를 바탕으로 가끔씩 변칙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재치 있는데 앨범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을 바로 본 트랙이 담당하고 있다.
홋카이도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 대회 베스트 4위에 랭크된 배틀 MC S-센스(S-Sense)가 참여한 [Cosmic Rhapsody]는 기존에 진행되던 앨범의 템포보다 약간은 빠르게 간다. 힙합 그루브와 격양된 보컬 톤이 유연한 비트와 맞물려 골든-에라/재즈 힙합의 영광을 재연한다.
미치타와 같은 동네인 오비히로 출신으로 도쿄에서의 라이브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MC 72가 [es-Sense 6]에 참여했다. 앨범에서 가장 스피디한 지점에 놓인 트랙으로 특이한 바이브레이션으로 노래와 랩의 중간사이를 들려주는 그녀의 플로우가 공격적인 동시에 매력적이다. 미치타의 비트 역시 리버브가 잔뜩 걸린 채 멀리 위치해 있는 듯한 피아노의 차가운 음색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여성의 절창으로 시작하며 연이어 등장하는 플룻의 음색이 아름다운 트랙 [Retara]는 토요카와 요코(豊川容子)가 가진 가성의 보컬이 매력적이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랩이 아닌 보컬 트랙으로 그녀의 가성은 한국의 가수 정인을 떠올리게끔 한다. 막판에 수록된 것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 생각될 만큼 특유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연주곡들 역시 귀를 사로잡고있다. 마치 핸섬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의 [The Truth]의 건반 멜로디를 연상시키는 메이저키와 마이너키를 술취한 듯 오가는 재지한 트랙 [A Little While],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는 킥 톤을 가지고 있는, 물 흘러가는-혹은 태엽이 돌아가는- 듯한 백그라운드 소스가 인상적인 [Narrowside] 등의 곡들이 계속된다. 특히 [Narrowside]의 경우에는 비트가 없는 부분이 명상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지점이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다. 드럼의 스네어 롤링부분이 곡의 긴장감과 무게를 더하고 있는 [Bird of Paradise]는 마치 사무라이의 비장미를 머금은 이니그마(Enigma)를 보는 듯 하다. 마치 니-요(Ne-Yo)의 [Because of You]의 BPM/비트 운영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트랙 [Yukar]는 니-요의 곡 만큼이나 대중적인 멜로디라인과 너무 나대지 않는 흥겨움을 가지고 있다.
정리해 보자면 각 보컬리스트의 새로운 측면과 가능성이 앨범에서 보기 좋게 융합됐고 이런 화학작용은 확실히 프로듀싱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비트를 감상하는데, 그리고 명상하는데 있어서는 인스트루멘탈 곡들 역시 놓치기 아까운 매력들로 넘쳐난다.
인생은 삼세판
가슴에 천천히 스며든다. 절대로 조급한 법이 없다. 인터뷰에서도 여느 압력 없이 전작과 같이 느긋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듣고있는 대부분의 음반들은 제작 당시의 환경과 공기를 고스란히 머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 작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명상을 위한 칠아웃/라운지 음반들의 역할 또한 충분히 수행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한 다작을 펼치는 미치타에게 어느 인터뷰어가 창작의 모티베이션을 묻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무척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는데 자신이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작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대답이 뻔할 지언정 그 자신과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우리는 너무 당연한데서 오는 고마움이라던가 행복에 대해서 실로 둔감하다. 이 앨범에 대한 '요즘 많이 나오는 그냥 그런 재즈 힙합 중 하나'라는 식의 색안경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작품을 대한다면 여러분의 마음을 한층 평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소울/재즈/훵크를 비롯한 흑인 음악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미치타는 수많은 바이닐 레코드에서 엄선한 그루브의 가장 진한부분으로부터 추출한 소스들로 자신만의 악곡을 만들어낸다. 끝없이 내리는 설원의 풍경과 마치 겨울의 추위를 묘사한 듯한 떨리는 피아노 음색, 몸과 마음을 천천히 데워주는 두꺼운 혼수 이불과도 같은 멜로디를 통해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내고 있다. 이런 바탕에 감정의 흥분을 도취 시키는 동(動)적인 비트가 더해져 우리는 실로 정과 동이 만나는 접점에서 그의 음악을 바라볼 수 있게된다. 온도까지 전해져 오는 미치타의 곡들은 매번 무언가 그리운 듯한 감성을 캐치해내고 있으며 정수기처럼 냉/온 모두의 감성을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그 중심을 잃지 않는다.
본 작 [Three]를 직접적인 말로 굳이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냐는 질문에는 “노스탈직 소울(Nostalgic-Soul)” 이라는 짧은 대답이 이뤄졌다. 앨범의 일본 보도자료에는 이게 과장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말로 글을 정리했다. "일본의 힙합사에 이름을 남기는 작품이 여기 또 하나 탄생했습니다." 나는 솔직히 이런 문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이건 그냥 여러분들이 알아서 생각해 보시도록. 아마도 누군가에겐 저 문장 이상의 의미를 본 음반이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한상철 (불싸조 AKA 배신의 아이콘 http://myspace.com/bulssazo)
※ 인터뷰에서 누락된 내용들을 아래에 적는다. 미치타의 본 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체키라웃 하시기 바란다.
* 당신의 작품에는 다양한 타입의 트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당신이 듣거나 영향 받아온 음악의 장르적 폭의 넓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요? 어떻습니까?
☞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지금도 좋은 음악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찾아 듣고 있습니다. 그 날의 기분과 루프가 싱크로 했을 때를 집중하면서 악곡으로서 완성해 나갑니다.
* 미치타씨의 악곡은 폭넓은 장르의 청취자들에게 들려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R&B, 하우스, 테크노, 엠비언트를 플레이하는 DJ분들의 리퀘스트가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각 듣는 방법이나 시점이 다르므로 스스로에게도 공부가 됩니다. 장르를 넘는 것은 정말로 훌륭한 일이며 가장 이상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 악곡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 심경(心境), 질감(質感), 공간(空間) 입니다.
* 일본의 음악 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레이블, 커뮤니티 등에서 서포트 해주고 있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품을 릴리스 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향후의 활동에 대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메이소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그리고 [Four]를 구상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지금 본 작 [Three]를 막 집어 들려는 사람들에게 코멘트를 부탁 드립니다.
☞ [One], [Two]를 모두 들어 주신 분들, 그리고 이전 작을 들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속편 [Three]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듣고 무엇인가를 느껴주신다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 함께 작업했던 뮤지숀들의 코멘트
"옛날 꿈에서 본 풍경이나 머나먼 기억의 시간으로 안내해 주는 상냥한 비트. 혼자서 조용하게 듣고 싶어지는 얼마 안되는 힙합 앨범 중 하나." - MEISO
"동료의 입장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크리에이터가 증가하는 요즘, 누구보다 동료의 중요함을 알고 있는 남자의 소리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그의 음악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데에서부터 나온다. 미치타의 드럼/비트는 다이아몬드다." - haiiro de rossi
"마치 그가 걷는 발자국소리 같다. Michita의 트랙에는 기후, 풍토가 있다. 거기서 태어난 작은 드라마를 악곡으로서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들이 담겨있다." - 将絢 (Romancrew)
"북쪽의 대지에서 태어난 그것은 드디어 전체를 감싸기 시작한 것 같다." - Hisomi-TNP